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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계좌에 유령이 산다?"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8.04.11 16:31:42

[프라임경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시스템 오류 관리 문제에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 네이키드 숏 셸링)' 사건으로 확산되고 있다.

발행되지 않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500만주 가량이 시장에 풀린 것을 두고 그동안 증권사에서 국내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를 암암리에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은 투자자들의 공매도 제도 폐지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실제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의 참여인원은 현재 20만명을 넘어서며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공매도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지만 '공매도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귀를 막고 있다.

오랜 기간 주식을 한 개인투자자 일수록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가 받아들이기에 기관은 주가가 하락해도 대비책이 있지만 개인은 주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손실을 봐야 하는 구조가 불합리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막상 공매도 제도가 폐지된다 해도 개인투자자들이 얻어갈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소견이다. 오히려 리스크 헤지의 어려움으로 외국인과 기관이 이탈하고, 유동성이 감소해 증시 자체의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실제 2010년 독일이 1년간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를 선언하자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유로화가 약세를 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면 그 책임을 공매도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공매도 제도가 폐지되면 밑지는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매도 제도의 개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국내 공매도 제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겉으로 보기엔 삼성증권 사태는 무차입 공매도와 닮았다. '가지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판매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는 증권 계좌에 주식의 잔고가 없는데 매도를 하는 것이고 이번 삼성증권 사고는 증권 계좌에 주식이 입고 됐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가 아니다.

삼성증권 사태가 '사상 초유의 사고'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증권사 내부통제시스템, 관리시스템의 부실과 불안정으로 자본시장의 핵심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져버렸다는 점 때문이다.

사고를 신속하게 감지해야 할 금융당국의 느릿한 대처와 '남의 집 사고'로만 바라보는 타 증권사들의 안일한 태도 또한 논의할 대상이다. 

이번 사태는 단 한 번의 입력만으로 수백억의 자금이 잘못 입고될 수 있는 자본시장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공매도 폐지를 이번 사건과 연결 짓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논리일 뿐이다. 올바른 진단만이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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