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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권 부정합격자 '채용취소' 선례 필요하다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4.13 17:41:37
[프라임경제] 은행권 채용비리 문제가 꺼지지 않는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돼 두 차례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채용시스템 조사에서도 비리 논란을 비껴간 신한금융에서도 특혜채용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최근 신한금융에는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전·현직 임원의 자녀 20여명이 주요 계열사에 근무했거나,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신한금융의 임직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9명의 검사 인력을 투입한 상황이다. 

신한금융마저 금감원의 추가 검사대상에 오르면서 국내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 전부가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셈이 됐다. 

일부 은행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미 대중들의 눈에는 '은행권은 채용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이 씌워진 모습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드러난 불공정한 채용비리 실태에도 취업준비생(취준생)들 사이에는 "'특혜와 비리'라지만 결과적으로는 '취업 성공'으로 평가될 뿐"이라며 "여건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눈 한번 질끈 감고 당장이라도 청탁하겠다"는 염세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취준생들의 이 같은 심리는 또 다른 채용비리를 양산하는 기반으로 변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정합격자에 대한 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의 채용비리 검사 대상에 오른 은행의 대다수는 부정합격자에 대한 합격 취소나 인사상의 불이익 등 후속 처리 방안이 내규에 마련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합격자로 밝혀지더라도 문제없이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 은행들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뒤늦게 해결책 혹은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는 채용비리를 뿌리 뽑기 어려울 것이다.

드러난 채용비리의 대부분이 고위 임원의 자녀, 고액 거래처의 자녀 등 힘 있는 사람들의 청탁으로 발생한 만큼 이번 사례를 강력히 처벌하지 않는다면, 취준생들에게 '청탁'은 권력, 실력, 능력으로 비칠 것이고 부정합격자가 무탈할수록 인사 청탁은 암암리에 끊임없이 시도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현재 은행들은 (특혜로 들어온)신입행원이 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방해 혐의를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처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실망한 대중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은행들은 채용 프로세스를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에 맞추고, 채용비리 근절에 힘쓰겠다고 설파하면서 이미지 쇄신에 나선 모습이지만, 앞선 부정 채용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대중들의 시선을 바꾸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드러난 부정합격자의 집합체가 '대가성 청탁'인 만큼 처분 불가의 이유가 법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채용 취소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를 청탁한 VIP고객과의 거래가 끊어지기 때문이라는 의심이 새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관행으로까지 치부된 인사 청탁이 은행입장에서는 미미하지만 수익성에 도움된다는 것 만으로라도 한 순간에 근절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은행권과 대조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우 부정합격자에 대한 채용이 취소되고 앞으로 5년간 공공기관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시스템을 입증하고 싶다면, 앞으로의 채용 시스템 개선보다 부정 청탁으로 때묻은 끈을 과감히 잘라내는 자세가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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