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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27일 정상회담, 사랑의 터널 열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17 09:15:38

[프라임경제] 사진은 경남 밀양에 자리잡은 '트윈터널'이라는 관광지입니다. LED 등 첨단기술을 사용해 꾸민 폐터널입니다. 나란히 있는 터널 2개를 서로 연결해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게 추가 장점이죠.

여러 주제별로 다양한 분위기의 꾸밈새로 즐거움을 선사했는데요. 사진에 나온 부분은 사랑의 터널, 소원을 비는 종이를 다량으로 붙일 수 있도록 한 공간이었습니다. 하트모양 종이에 자기 소원을 적어 하나씩 붙인 게 모여 LED가 연출하는 하트 터널과 어우러지며 눈길을 끄는 모습입니다.

터널은 지금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식으로 관광자원화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광명의 경우가 그런 지자체 활동의 좋은 예죠. 양기대 전 광명시장이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을 놓고 이재명·전해철씨 두 거물과 맞붙는 상황이데요.

그가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에도 이처럼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는 정치적 자산도 바로 이 터널 관광자원 업적이죠.

밀양 트윈터널의 하트공간을 다정하게 걷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 ⓒ 프라임경제

터널이 이렇게 문화적으로(혹은 지방정치 측면에서?)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바로 한국전 당시의 기억이라는 역사적 측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충북 영동에선 터널 안으로 피한 민간인들까지 미군 측에 학살당한 적이 있고요(노근리 사건이라는 명칭으로 유명), 북한군 및 지역 공산당에 의한 반공 성향 민간인의 학살 사례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터널 케이스가 일부 발견됩니다.

국군과 미군이 밀고 올라가자 다급해진 북측에서는 함남 순천에서 터널에 몰아넣고 학살한 경우가 있습니다. 터널과는 구조가 좀 다르지만 방공호 학살 사례도 부지기수입니다.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문재인 대통령 등 청와대, 넓게는 정부 관계자들이 한반도 위기 종식을 위해 고심한 성과가 이제 나타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평화 중심 인식이랄까요, 

'가장 좋은 전쟁보다 나쁜 평화에 가치를 부여한다(2016년 10 발언)' 등의 태도에는 100% 공감하지 않습니다.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지킬 게 분명히 있는 것이고, 우리 시스템이 가진 가치가 북측의 공산주의 추구 그 다음엔 주체 사상에 3대 세습 왕정 유사국가 운영 틀에 비해서는 분명히 우월한 바 있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터널에 들어갈 때마다 민간인 피해 같은 어두운 문제를 연상하고, 언젠가 그런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며 살아야 하는 게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까지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마주앉을 문재인-김정은 두 지도자의 대화가 기대됩니다.

어둡던 공간이 이제 소원을 적어 붙이는 예쁜 모양 종이로 뒤덮인 사진 속 모습이 좋지 않나요? 이제 남과 북이 긴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갈지, 그리고 그간 걸어온 터널은 어떤 식으로 저렇게 아름답게 다른 공간으로 고칠지 충실히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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