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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연봉인상 꼼수' 명품 이미지와 상반된 샤넬의 민낯

올해 기본급에 상여금 포함…노조 부분파업·쟁의활동 진행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18.04.17 16:25:52
[프라임경제] "매출은 상승했지만, 근로자 연봉은 그대로입니다. 본사(샤넬)에선 기본급이 실제 14% 이상 인상됐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기본급에 별도 항목으로 나뉘었던 상여금을 12개월로 분할해 적용했을 뿐 전체적인 연봉 수준은 동일한 것이죠. 말장난, 꼼수 협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찬바람이 불던 지난 14일, 북적이는 홍대 앞 거리에 위치한 '샤넬 코코 게임 센터'는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던 샤넬 게임센터에서는 명품 브랜드 샤넬이 젊은층에 친숙한 이미지로 한 발 더 다가가는 노력이 엿보였다.

이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서울역 광장에서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촛불을 밝힌 샤넬 판매근로자들이 임금 인상과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젊은 고객층을 위한 이벤트에 대규모 투자와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이를 판매하는 근로자에게는 한 달 6000원의 임금 인상이 아깝다는 게 현재 샤넬의 입장이다.

◆0.3% 인상 놓고 노조·사측 '줄다리기'

샤넬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인상해달라고 요구하며 지난달 25일부터 부분파업과 쟁의활동에 들어갔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은 0.3%로 1인당 월 6000원, 연 7만2000원 수준이다. 

백화점에 입점한 샤넬 화장품의 직원들은 유니폼 대신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손님을 응대하는 복장 투쟁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2시간가량 부분 파업을 전개 중인데 지난 주말 첫 거리 '촛불집회'를 열면서 사측과 대립 강도를 높이고 있다. 

샤넬 판매직 직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임금인상과 근로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샤넬 매장에 설치된 현수막. = 추민선 기자


노조가 요구하는 월 6000원 인상률(0.3%)은 기본급 200만원을 전제로 할 때다.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기본급 수준에 의아해하는 기자에게 샤넬 매장 직원은 "법적으로 기본급이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던 신입과 일부 직원들의 인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샤넬 판매직 직원 70%가 최저임금 미달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최저임금을 벗어난 수준일 뿐 급여 인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례로 기존 기본급 월 18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들은 기본급 외에 일년에 한 번 상여금(120만원·가정)을 기본급 외 항목으로 지급받았다. 그러나 올해에는 기본급 180만원에 상여금을 포함하고 12개월로 나눠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측이 주장하는 대로 기본급 인상이 이뤄졌지만, 근로자가 받는 월급은 지난해와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본급에 상여금이 포함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는 이를 벗어났지만, 실상 연봉인상은 없었다는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저임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올해 바뀐 연봉테이블로 기존 근로자나 신입 직원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본급에 상여금을 포함하는 방법으로 연봉인상이 14%가량 올랐다는 사측의 주장은 서류상 문제가 없지만,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연봉 인상은 없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특히 9~10년차 직원들에 대한 인상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미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에 인상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것이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연봉도 높아져야 정상이지만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지금 현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샤넬 내부의 급여 임금테이블이 직급 간 1200원 차이 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는 전언도 들린다. 

처음 40여개로 쪼개졌던 급여테이블이 지금은 100여개 단계까지 자잘해져있다는 것. 복잡한 급여테이블로 인해 누군가는 동결, 누군가는 최저수준의 인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샤넬 판매 사원 A씨는 "처음엔 이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았다. 점차 근로자가 늘고 연봉인상 부담이 따르자 급여테이블을 촘촘한 단계로 나누면서 본사도 조절이 어렵게 된 상황으로 안다"며 "이로 인해 직원 간 1200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응대했다. 

아울러 "1200원 차이면 볼펜 하나 구입하는 가격 정도다. 물가상승률이나 그간 근무했던 경력이 모두 무시되는 기분이다. 노조는 이를 해결하고자 0.3%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사측이 이조차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인 오픈·1인 마감 '열악한 근무환경'

지난해 김소연 샤넬 노조위원장은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퇴근시간이 늦어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 아이가 힘들어 심리치료를 받고 싶다는데 해줄 말이 없었다"며 "동료들도 추산과 육아에 힘들어한다. 한 달에 두세 번이라도 고정 휴일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김소연 샤넬 노동조합위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해 열악한 근무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샤넬 노조는 현재 "1인 오픈, 1인 마감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아침 청소부터 진열제품 정리 및 먼지제거, 입고제품 정리는 등 오픈 시간에 맞춰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마감도 마찬가지다. 정리, 청소, 당일 매출마감, 포스(PDA) 마감, 퇴근시간 대 손님 응대까지 혼자 해야 할 경우 서비스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3년 넘게 근무했다 퇴사를 결정한 B씨는 "혼자 오픈과 마감을 하려면 몸이 두세 개 정도 돼야 한다. 작은 매장이라도 1인 오픈, 마감은 힘에 부친다. 샤넬 매장은 찾는 고객도 많고 매장도 커 보통 한 매장에 최소 두 명 이상이 있어야 원활히 업무가 돌아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 이탈률도 최근 높아졌다는 진단이 따른다. '샤넬' 브랜드라는 자부심과 애사심을 갖고 근무하던 직원들도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연봉 수준에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남은 직원들 모두 직장에 대한 애사심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부분 파업과 쟁의활동을 진행 중이지만 고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국내 유일 성장세 보였지만 노조 요구에는 '묵묵부답'

샤넬코리아 노조는 지난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했다. 샤넬코리아가 이달 9일 노조 조합원을 회유하고 노조탈퇴를 권장한 정황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 적발돼서다. 

김소연 위원장은 "사측이 이달 초 탈퇴한 노조원을 따로 불러서 임금 협상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같은 행위가 노동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노동부에 고발했다"고 알렸다. 

샤넬이 국내에서 가격인상을 이어온 만큼 이번 근로 조건 개선 요구에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 초 '샤넬'은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총 326개 품목의 향수와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의 가격을 평균 2.4% 올렸다. 가격인상과 함께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업계 최고 성장률을 달성했다. 샤넬코리아 매출액은 연 1700억원으로, 업계 1위 브랜드다.

B백화점 매장 직원은 "샤넬에 앞서 수입 화장품 전문업체 엘카 코리아도 노조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샤넬 역시 근로자들이 더욱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노조의 의견을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도 실망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샤넬 매장을 찾은 임현진씨(42세)는 "샤넬 제품을 자주 구입하는 편인데 근로자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돼 실망했다"며 "최고 명품 샤넬이 브랜드 명성과 맞는 근로자 처우개선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에 대해 샤넬코리아는 노조의 노조 탈퇴 종용 사실은 부정하면서도 노조와 성실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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