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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검증 논란, 조국이 우려하던 괴물이 된 백원우?

문재인 정권 개혁정신 대표하는 진보적 법학자, 기존 주장과 태도 모두 무시당할 위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18 10:33:57

[프라임경제] 빈번한 수정과 번복, 급기야 "청와대 사람들, 자꾸 말이 바뀐다"는 지적까지 백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들 입에서 나온다. 고위관계자는 "나도 여기 오기 싫었다"고 곤혹스러움을 표명한다. 댓글 조작 논란이 청와대 쪽으로 인사 청탁이 전달됐다는 방향으로 튀면서 도대체 '민정' 검증이 뭐길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세간의 문제점을 널리 바로잡고 특히 공무원 기강을 감찰하는 기구다. 청와대로 여론을 빨아들이는 기능도 하며, 특히 각종 검증 등을 맡아 공직 사회의 엄정함 유지와 청와대 장악력을 보장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 차단 등은 어찌 보면 작은 일이다. 민정이 두려움의 상징처럼 일각에서 받아들여져 온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그런 민정이 난 데 없이 날아든 럭비공(드루킹 댓글 조작 문제 및 인사 청탁 의혹)을 맞아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다. 급기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기자들 앞에 세워 질의응답을 하게 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까지 제기된다. 

아직 청와대에서는 "그래도 민정인데 언론 앞에 서는 건 좀…"이라는 태도다. 수사검사가 일 하나 잘못 처리했다고 기자실에 불려나와 미주알고주알 소명서 쓰지 않는데, 그도 끌려 나오면 되겠느냐는 인식과 비슷하다. 조국 민정수석을 국회에 불러내겠다는 야권의 시도에 청와대가 강하게 방어망을 가동한 적도 있다.

하지만 백 비서관의 기억이 불완전해서 왜 A 변호사를 만난 건지, 시점은 언제인지 등이 명확히 규명되는 데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백 비서관 말이 안 바뀌면 더 이상 내 말도 안 바뀐다"는 고위관계자 푸념이 나올 정도다. 

다양한 청탁 정황 가능성을 깨끗이 일소하는 일조차 힘든 게 지금 민정 처지인데, 이제 밖에서 사람을 골라 인사청문회장에 세우고 그 부임을 돕는 역할은 이제 산소호흡기를 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원우 비서관 이전에 조국 수석이 이미 망쳐

문제는 백 비서관만이 아니다. 처음 일어나는 문제에 인사 문제를 8할 이상 좌우하는 검증 문제에 구멍이 뚫렸다고 야권에서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조 수석 책임론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개진돼 왔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여성 A씨 몰래 임의로 혼인신고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었고, 이때 아는 사람이라 조 수석의 레이더 가동이 느슨해진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조 수석은 서울대 출신으로 울산대에 부임했다 모교로 이동한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여기에 다양한 인사들이 낙마를 거듭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김기식 셀프 기부금 논란'이 터져 초단명 금융감독원장 탄생이라는 오명도 연출됐다. 참여연대 등 인연과 우호적 기류로 연결되는 김 전 원장을 촘촘히 검증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다.

결국 서울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이자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표에게 "'조국 민정수석이 조국을 망친다'는 소리가 돌아다닌다"는 비판을 듣는 처지가 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료 청와대 직원들과 앉아 행사 시작을 기다리던 중 잠시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겨 있다. ⓒ 프라임경제

조 수석이 고의로 일을 망친 것도 아니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가 인재를 깨끗하고 엄격하게 육성하는 기류가 지난 70여년간 아니었기 때문에 매번 검증 논란이 당분간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조 수석의 검증 실패마다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독선 불만, '자신들은 깨끗한 척 하더니 만만찮네'라는 냉소가 깔려 있다. 제물을 내놓으라는 보수 진영의 주장인 셈인데, 검증 부실 최일선의 지휘관인 조 수석에게 부메랑이 날아오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고공비처 설립, 권력기관의 국회 통제 등 주장하더니…

문제는 조 수석이 그간 진보적 형사법학자로서 주장해 왔던 것들이 전부 반대 정파에 의해 부정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있다. 또 더 큰 문제가 있으니, 자칫 스스로 그런 원칙을 저버리고 특정 정권에 부역하는 인물로 이미지 폄하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우선 당장 검찰의 수사권 등 권한 축소, 경찰의 권한 강화 조정 등에 조 수석이 전면으로 나섰던 상황에서 민정 때리기가 지속되면 덩달아 이 영역까지 위축 가능성에 휘말리게 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 역시 조 수석이 정권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 오면 추진 동력을 일정 부분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그래서 야당에서 더욱 조 수석 책임론을 거론한다는 풀이도 제기된다.

조 수석과 백 비서관 등이 현재 겪고 있는 책임 소재 공방전은 결국 '내로남불' 비판이나 우리는 잘못을 해도 남들에게 비판받지 않는다는 특권론' 논쟁을 어서 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정권에 큰 부담으로 상당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 책임으로 연결할 게 아니라면, 그럼 청와대에서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냐?"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농축돼 있는 반발심리를 풀기가 만만찮아. 또다른 아이템으로 벌충할 필요가 청와대에 주어진 셈이라는 것. 백 비서관을 언론 회견에 세우기 꺼리는 특권론, 민정 특수성론에 대해 조 수석의 과거 언론 기고문을 되새겨 볼 필요가 높다.

2010년 한 언론에 보낸 글에서 조 수석은 "민주화 이후 검찰은 군사정권 시절의 하나회에 비유할 만한 힘을 가진 존재가 됐다. 선출된 권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시류에 따라 정치권력과 맞서거나 손잡으면서 독자의 세력을 유지하고 확대…괴물 탄생 우려 … 이 괴물의 준동을 막도록 주권자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통제하에 있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라고 제언했다.

그가 말한 괴물이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일하는, 얼마 전 자기 스케쥴도 혼동을 거듭해 검증 부실 논란을 더 부풀리는 부하직원은 아닌지 또는 왜 청와대 주변에서는 그럼에도 그런 민정을 감싸는지 고심해 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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