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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자금줄 쥘 차기 회장, '영혼없는 기술자' 필터링 묘수 고심

회추위 고민케 하는 용호상박…새 헌법 논의 과정서 농협 새 역할 정립 역량도 고려될 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19 12:34:57

[프라임경제] 농협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협 조직은 크게는 자금원 관리와 증식(금융지주)을 책임지는 쪽과 산업파트(경제지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을 뽑는 시즌이 다시 돌아온 것.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종면접을 거쳐 20일경 차기 회장 적임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농협 직원들의 직업적 자부심은 대단히 높다. 경직된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없지 않으나, 일단 대기업집단과 금융그룹에 비해 보람이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리가 국가 기간산업인 농업을 보좌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 때문. 

그래서 금융 분야에서 평생을 근무해 농업을 전혀 모르는 직원들도 '똑같이 창구에서 돈을 만질 망정, 은행원 취급은 하지 말라'는 인식을 품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나 이런 직업 정신은 물 만난 고기처럼 더 끝간 데 없이 고고해지고 있다. 바로 문재인 정부의 개헌 추진 때문. 농업권이 변방에서 머물던 차원에서 헌법적 핵심 가치로 발전한다고 할 정도로 격상될 것이 예상된다. 

대통령발 개헌안의 실제 통과 문제는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및 백원우 면접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에 대한 특검 요구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아침 "그럴 수 없다"고 받았다.

그럼에도 개헌안에 이런 조치가 거론됐다는 것 자체가 파급 효과를 크게 남긴다는 평가다. 특히나 농협 주변에서는 실제 통과 가능성(일을 미뤄놨다 나중에 다른 개헌안에 이번 청와대 개헌안을 덮어쓰기 할 경우)에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농협이 지금 갖고 있는 구조를 보면(산업 분야에서 올리는 수익 대비 금융이 거둬들이는 알곡) 사실 금융회사라고만 딱 잘라 말해도 틀리지 않다는 소리까지 있다.

다만 농협 직원들은 대개 이런 평가를 부인한다. 농협이 왜 돈을 만지고 불리려고 노력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된다는 것. 실제로 농업 가치와 농민 활동 지원을 위해 자금 순환을 하고, 수익 추구를 해 곳간을 채우려는 것이라는 항변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 파트에서는 이번 개헌안을 농협의 역할도 제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일각에서는 이런 경우 몫이라기 보다는 숙제와 짐이 커진다는 풀이도 있고 상층부에서는 속내가 어떨지 모른다는 소리도 나온다. 다만 하부에서는 고통 뿐인 영광에 마다하지 않는다는, 일명 '왕관을 짊어지는 무게를 견디겠다' 생각이 의외로 감지된다.

금융 파트 수장 발탁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중앙회장과 금융지주 회장의 지역 안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자는 정치공학적 해석도 한다. 

각 지역에서 중앙회에 관심과 기여도 주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또 일반적인 한국경제에서의 입지와 위상, 크기 등을 볼 때 정무적 판단이나 정권과의 교감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도 가미된다. 

이런 생각들은 실제로 일응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개헌 국면에서 직원들의 일을 더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을 확장적으로 이끌어줄 다음 회장을 뽑는 문제에 완전한 답이 이 방정식만으로 나오겠냐는 반론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돈을 벌기 위해 뛸 농협 직원들의 다음 헤드는 누가 될 것인가? 최근 감지된 3파전 구도는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의 '셀프 낙마' 요청으로 두 전직 경제관료 출신 사이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윤 전 행장은 모 금융관련 업체에 수장으로 부임했으나,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사정 속에서 다시 인사 바람에 거명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상도덕과 의리상' 판단을 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용환씨와 김광수씨 중 누가 더 적합한지의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

두 사람 모두 경제 관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눈길을 끈다. 현직인 김용환 회장이 행시 23회, 김광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27회다. 

김 회장의 경우 3선에 도전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평이 많다. 전례가 마땅찮다는 것. '실적은 좀 나오는 편'이라는 업적 호평 소리를 잦아들게 하는 이슈다. 한편 그의 업무 역량을 가리는 약점이 하나 더 있다.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에 연루돼 검찰이 그를 들여다 본 이력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소리가 계속 나온다. 확실한 걸 좋아하는 쪽으로 회추위 기류가 조성될 때 약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인 셈. 

김 고문의 경우 전문성과 외부 활동 경력 등 어느 면에서든 현직 프리미엄을 갖춘 챔피언 김 회장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 실제로 그는 문재인 정권 초기에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린 바도 있다. 전문성은 핵심 부서를 줄곧 돈 이력에서 확인되고, DJ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는 정무적 감각도 높은 평을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와의 인연도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것. 금융 정책을 새로 그리는 데 참여했다는 뜻이다.

다만, 저축은행 비리에 엮여 고생한 적이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결국 금융위원장급 발탁이 좌절된 데에는 이런 기록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한편, 2009년 옛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한 경력을 들어 새 정권에 어울리기에는 무리수라는 해석을 덧붙이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이번에 농협 금융지주 사령탑으로 올 때는 다만, 이런 정치계파적 문제보다는 똑같이 검찰과 법원 문턱을 드나는 이력에서 1:1로 핸디캡을 갖고 대결하는 것으로 보면 적당하다는 풀이도 있다.  

남은 한 이슈는 율촌에서의 고문 활동 수입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 개헌 국면에서 역할론을 새로 정립하자는 상황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새 페이지를 열 적당한 인물인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인데, 찬반이 엇갈릴 수 있는 이슈다. 한편, 생계형 전문가 활동을 한 점이 '귀감이 될 만한 전직 관료 선배'로 후배 관료들에게 어필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협 금융지주가 대관 업무를 할 때 새 사령탑이 이미지를 약간이나마 깎아먹을 수 있다는 CEO 리스크 문제다. 법무법인 율촌에서의 봉급 과다 논란보다, 활동 내역이 시선을 끈다는 것. 

김 고문은 경제 관료로, 금융정보분석원(FIU)로 이동, 그 곳에서 원장까지 한 바 있다. 2015년 로펌에서 활동하면서 한 세미나에 등장해 '금융 관련당국(FIU포함)의 외국환 관련 조사동향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잡은 바 있다. '대응'이란 가치중립적인 용어이지만, 깔끔하게 존경받을 만한 전관으로서의 처신이나 스킬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소리가 있었다.

조금씩 흠을 가진, 공통점 많은 두 인물이고 보니 결국 정량적 평가만으로는 어렵고, 정성적 평가가 중요하게 들어갈 텐데 그것을 어떻게 일반 대중 좁게는 농민들과 농협 직원들에게 자신있게 제시할지, 회추위의 고심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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