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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발전 위한 후흑 필요" 재담꾼 이용섭의 말 못할 고민

약점 없는 청렴에 유능 추구…천년 디딤돌, 닦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건 단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0 10:01:48

[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광주광역시장 후보 당내 선출 과정이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당 공천장을 받는 예선이 지방선거 본선보다 치열하다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에 광주 민주당은 대단히 혼탁한 과정을 시민들 앞에 노출하는 결례를 범한 게 사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이용섭 전 의원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수성전을 치르고 있다. 앞서 나가는 주자로서 견뎌야 할 무게로 수용하는 태도다,

다만 그는 10% 감산 결정에는 서운함을 표하고 있다. 당시 탈당 문제 이유와 당에 돌아오게 된 금의환향 과정을 보면 중앙당에서 지방정치를 모르거나, 혹은 굳이 알려하지 않는다는 억울함이다.

그는 과거 강운태 당시 시장 대신 외부인(시민사회계) 윤장현 전문의를 발탁하려는 당 차원의 판단에 저항, 강 당시 시장의 출마 캠프에서 지원 유세를 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윤장현, 재선의지 포기? 이용섭, 그저 먼 산만

문제는 이후 당선돼 들어선 '윤장현 체제' 역시 이번에 그 쓰임을 다하고 재선 의지 포기로 퇴장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것. 물론 "윤장현이 한 게 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업적이 적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그는 안철수계로 민주당 라인을 탄 케이스라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이런 점이 중앙당의 입김이 너무 과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일부 나오는 이유다. 애초 안철수계가 민주당 쪽과 결합할 당시에, 윤 현재 시장을 발탁해 줄 몫 챙겨주기 필요가 있었다고 할 수는 있다. 이런 정치공학적 합의에 의해 전국에서 유일한 안철수계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탄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철수 탈당 논란 탓에 당이 시끄러울 때 결국 당에 남는 길을 택한 인물이고 보면, 정책적 추진을 고려공사삼일 수준으로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이에 뒤따라 윤장현 공천 이슈로 탈당 문제가 불거진 강운태-이용섭 두 인물에 대해 명예회복은 지금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대체로 뻔뻔하고 대차게 항의를 하거나, 혹은 줄을 대 '룰 전쟁'에서 이겼으면 이런 적용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선 의원 출신에 '장미대선' 이후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는데도 정치력이나 청와대의 입김 활용 같은 면에 실력이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재담 살려 열공'하던 농부의 아들, 입담 정치꾼으로

이 전 의원의 공격력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관료 출신(행자부 장관과 건교부 장관을 역임)들의 '파이팅 부족 경향'과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

세정을 오래 다뤄 꼼꼼하게 아귀가 딱 들어맞는 일처리를 지향하는 데서 출발, 두루 다양한 업무를 들여다 본 경험에서 판세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평.

2012년 초 '재벌세 도입 논쟁'에서 압도적으로 방어 스크럼을 짰던 주축도 이 전 의원이었다. 실질적으로는 대대적 전쟁 선포였음에도 겉으로는 방어 문제가 된 것은, 이것이 민주당 계열 인물인 유종일 교수가 재벌세 도입 이슈에 군불을 지펴 대기업집단이나 유관단체, 보수정당 등에서 반발하는 모호한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해 1월30일 "민주통합당의 재벌세 도입은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막연히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에 대한 공격적 환경이 형성되는 것에 대해 경영계는 우려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당시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그는 "유종일 교수가 한 얘기는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과 계열사 확충 행위에 대해 과세상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정확히 표현하면 재벌세가 아니라 재벌에 대한 과세강화, 경제력 집중에 대한 과세의 강화"라며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의제기 들어온 민원인이나 그를 대리하는 세무사를 제압 내지 설득하는 식의 대화를 하며 터득한 언어기술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공격력과 방어력은 당 내부에 총구를 돌리는 상황에는 주춤거리는 자체 제동 경향 한계가 있다.

함평 학다리고를 거쳐 전남대 무역학과를 나온 그는 대학 1학년 때까지 수업이 없는 날이면 고향마을에 가서 농사를 거들던, '농부의 아들'이었다. 무척 가난한 집이어서 입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학 시절 내내 차분히 지내던 경험은 고시를 붙어 고관이 된 이후에도 부서 내부의 지방대 견제와 불이익으로 체질이 됐고, 그런 성향이 지금도 '여기서 싸우면 갈 데가 없다'는 잠재적 불안감이 돼 흔적을 남기고 있다.

과거 유비가 형주를 집안 어른의 땅을 차지해 대의를 위한 종잣돈으로 쓴 것처럼 '후흑(厚黑)' 행동도 해야 하는데,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재주가 부족한 정치꾼 단계에 아직 이 전 의원이 정체돼있다는 지적이다.

싸울 때 싸우고 뺏을 때 뺏어야 대의 도모가 된다는 점, DJ도 정치 은퇴 선언을 국민에 대한 봉사 대의로 접었던 점 등을 배워야 할 국면이다.

천천히 돈 아껴서 정책, 그래서 '얄미운 형' 이미지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신중하면서도 청렴하게 살던 패턴은 정책 최고 책임자인 장관이 된 이후에도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행정자치부 시절, 그는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일반인들까지 떠들썩하게 주목하는 이슈몰이 대신 실제 일하는 공무원들은 알아주는 혁신을 수행했었다. 혁신 문제다. 

2006년 5월 실시된 조사에서 공무원의 84%가 혁신 성과를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반 국민은 50%만이 체감했다. 드러내 홍보를 안 해서 그렇다는 주변 우려나 일부 언론 측의 충고에도 그는 지속적으로 효과를 내는 체질 변화에 주력했다.

강기정 전 의원(왼쪽)과 이용섭 전 의원이 단일화를 이루던 당대표 경선 당시의 모습. ⓒ 뉴스1

그해 3월에 "지자체 재정 격차를 해소할 것"이라 일갈한 데 이어, 9월에는 "혁신은 버리는 것"이라고 공무원들의 체질 개선을 언급했다.

11월에는 "책임운영기관 자율성을 확대할 것"이라며 공무원들에게 함께 뛸 것을 촉구했다. 안 되는 것은 버리고, 되는 것은 당장 남이 안 알아줘도 소신껏 한다는 것.

이런 할 일만 하는 방식은 사람들을 아우르는 데 일부 한계가 될 수 있다. '뭔가 얄미운 형' 이미지 탓에 손해를 본다는 우려가 과거부터 있었고, 실제 광주에서 의원으로 성공은 했어도 시장이 빨리 못 된 데에도 이런 억울한 손해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오래 걸리고 어필도 안 되는데다 오히려 마이너스를 입는 건 고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장 목전에 닥친 문제는 이제 감정의 골이 지나치게 깊게 패인 강기정 전 의원 등 비YS 취향의 정치인들까지 아우르는 포용의 패러다임으로 정치 인생 2막을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에 누가 되든 간에, 강 전 의원과는 꼭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각종 의혹마다 강 전 의원 진영이 이삭줍기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연장자이자 대학 선배인 이 전 의원이 곰곰히 생각해줘야 한다는 것. 이는 과도하게 복수심에 불타 발굴하거나 조작하지는 않는다는 세평에 따른 견해다.

과거 강 전 의원이 안티 김한길 전선 형성을 위해 과감히 이 전 의원에게 단일화 양보를 해준 '아름다운 빚'이 이 전 의원에게 남은 셈이다. 그런 정을 이제라도 챙겨주고 서로 도우며 지방선거 다음의 또다른 인연을 창출하고, YS(용섭)팬으로 만들도록 먼저 손내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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