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우리금융·한국은행 잡던 김광수가 차기 농협금융 수장?

현직 김용환 돌연 사퇴에 靑 압력설 나돌아…문제적 인물 평에 최종절차 주목

임혜현·이윤형 기자 | tea@·lyh@newsprime.co.kr | 2018.04.20 08:59:19

[프라임경제] 김광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농협의 금융기능 사령탑을 맡는다. 세부 절차가 약간 남았으나 '사실상 확정'이다.

농협중앙회는 산업파트(경제)와 자금융통기능(금융)이 양대 산맥을 이루는데 금융권에서만이 아니라 산업 전반, 농업 정책 등과의 교감 문제 때문에 신한과 하나 등을 위시한 민간 거대 금융그룹 못지 않은, 혹은 그 이상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

초반에는 이런 중책에 어울리는 쟁쟁한 인물들이 대거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이제 막 모 금융유관회사에 부임한 상태라 도의상 이런 큰 자리라도 영전하러 떠날 수 없다는 판단 끝에 고사했다.

따라서 '김용환 대 김광수' 양자 대결로 용호상박이 예상됐으나 돌연 현직인 김용환 회장이 최종면접을 포기해버렸다. 바로 얼마 전까지 강한 의지를 불태우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빅배스 등으로 실적 상승에 큰 역할을 한 업적이 있어 3연임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의외의 선택을 한 것.

그가 이렇게 의사를 접은 것이 석연찮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정권 교감설', 즉 이번 정권 초 금융위원장직 후보로 거명됐던 김 고문인 만큼 뒷배가 든든든하기에 현직 메리트를 결국 꺾어버렸다는 이야기다. 이런 설이 나도는 것에 대해 청와대 측은 불만을 표시한다.

20일 아침 기자들을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농협 금융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권력 압력설이 있는데?"라는 질문에 "온갖 세상 만사에 청와대가 안 끼는 데가 없다. 모르겠다"고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펄쩍 뛰는 靑, 그래도 교감설 나와 

이런 반응에도 음모론이 나도는 데에는 김 고문의 이력이 현직으로 맞붙었던 상대방보다 한층 '정무적'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를 행정고시 출신의 재정 관료로 본다.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는 점과 저축은행 사태 와중에 부정의혹으로 재판에 시달렸고 대법원까지 갔다는 점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유능한 관료이면서도 성실하고 더욱이 젠틀한 이미지가 강점이며, '영원한 대책반장' 김석동씨가 인정하는 유능한 인물이라는 후문도 있다. 특히 DJ 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이 문제와 지난번 새 정부가 금융 정책을 그릴 때 사실상 많은 역할을 했다는 평이 더해져 DJ-참여정부-장미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 흐름에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금융위원장 발탁 가능성도 그래서 부각됐던 것이다.

언론 쪽에서도 이미지가 좋았던 편. 해박한 금융지식을 가진 취재원이었다고 당시 금융위원회를 출입했던 기자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일하던 중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경력도 있다. 그래서 별 색채나 철학을 찾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있다.

현재 청와대와 교감할 수 있냐는 문제, 금융 당국 및 재정 부처와 대관업무를 매끄럽게 할 수 있겠냐는 문제에서도 의아함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법무법인 율촌 고문 시절, (자기가 근무했던) 'FIU 대책' 등의 주제로 세미나에 참석한 이력이 있는 등 '화려한 전관'으로 보면 큰 무리가 없을까, 존경받는 OB인지까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

◆교감설 믿을 만? 말 안 되는 이유 '우리-한국은행'

정권에서 그를 제대로 된 인물로 100점 평가를 준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소수 목소리에 불과하다. 다만 이들의 문제 제기 근거를 보면, 일종의 원죄설에 가까워서, 먹고 살기 위해 자기를 알아주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오늘날의 자유한국당이 됨)에서 일했다는 류의 생계형 문제와 결 자체가 다르다.

김광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 뉴스1

우선 그와 공적자금위원회(공자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공자위는 한때 능력 있는 경제 분야 인물들이 거쳐가는 자리로 인식돼왔다. 이명박 정권 초기 잠시 없어졌다 다시 부활한 바 있을 정도로 그 쓰임새를 확실히 인정받았었다.

지금 차기 농협의 금융 파트 회장감으로 굳어져가는 김 고문은 과거 이 기구에서 사무국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그런데 그의 행보 중 특이한 부분이 있다. 2007년 6월, 김 당시 공자위 사무국장은 "국민연금 등 국내외 연기금에 우리금융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팔 비틀기다. 현행 법률상 국민연금이 '큰 덩어리'의 이례적 투자나 지원 등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즉 부총리)와 논의하게 돼있다. 마찬가지로 이 당시에도 경제 당국의 눈치를 보건복지 당국이 보는 구조였다.

다만 그 정도가 지금과 다르다. 같은 해 11월 변재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지분 인수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에 대해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가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중 "우리금융은 국민연금 자산운용 입장에서 수익성과 안정성 등을 봤을 때 투자할 가치 있는 물건"이라며 "현행법으로 국민연금이 비금융주력자로 분류가 되면 우리금융 지분을 4% 이상 초과 보유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추가 설명이 필요해졌다. 은행법이나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서 인수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재경부가 검토 중"이라며 공을 넘겼다. 또한 "재경부에서 좋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기재(제경) 파트 출신 공자위 실세가 국민들의 미래 보장 자산인 국민연금의 팔을 비틀어 우리금융 문제를 처리하려 했다는 뜻이 된다.

◆MB 심복 강만수 작업에 행동대장격

이게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고라도, 언젠가 우리금융(우리은행)의 민영화를 추구해야 하는 공적자금 처리 및 관리 상황에서 맥락상 역주행을 한 것이 아니냐는 편리한 정책 판단 책임을 당시 사무국장이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물음도 낳는다.

실제로, 이때 김 고문이 닦은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 이슈는 그대로 답습된 것으로 파악된다. 2016년 9월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지분 확대 가능성 검토 소식이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국민연금은 그해 6월8일 기준 우리은행 지분율을 5.01%까지 확대하며 예보(51.06%) 다음으로 2대 주주가 됐다.

이런 국민연금을 동원한 지분 처리는 문제일까, 혹은 비상대책인 것일까? 사실상 예보 관리 콘트롤을 눈 가리고 아웅 한 것 뿐이지, 어차피 국가 전체의 재정이나 건전성 문제에서는 조삼모사였을 뿐이고 오히려 그래서 우리금융 민영화가 늦어진 하나의 원인이라는 풀이다. 

김광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무죄로 풀려나긴 했으나 대법원까지 지난한 저축은행 비리 연루 논란에 시달렸다. ⓒ 뉴스1

마지막으로 왜 이런 업무 패턴을 그가 (젠틀한 이미지로 잘 드러내지 않지만) 종종 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바로 '강만수 키드'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MB 측근으로 잘 알려진 강만수 전 부총리(재경부 장관)는 한국은행과 악연이 있다.

1997년 한국은행법 개정 추진 국면에서 그와 한국은행 측은 강하게 부딪힌 바 있는데, 당시 이 강 전 장관 진영의 의도에 대해 진보 경제연구자들은 '금융통화결정 최고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를 한국은행에서 분리하는, 힘을 상당히 약화시키는 게 골자'라고 짚는다.

이렇게 되면 재경부에서 경기 부양 등을 이유로 통화 문제에 제언하는 걸 사실상 한국은행 등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막는 구조가 거의 무력화될 수 있어 그런 방향의 개정을 탐냈다는 것. 

그리고 이 당시 뒷받침작업에서 열심히 일한 이들 중에 김 고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전반에서 원성을 쌓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거나 퍼즐 파악이 안 돼) 쌓을 수 있었던 부담을 모면해온 그가 이끈다면 다른 금융기관, 정책 기구 혹은 한국은행 등과 살갑게 살 수 있을지, 농협금융의 자충수 우려에 귀추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