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北 빠른 핵 발언, 김 샌 정상회담…27일 문재인은 계산서만?

美 압박에 더 버티기 힘들다 우호적 제스처…경제 문제로 시선 돌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1 12:48:28

[프라임경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선언했다. 풍계리는 이제까지 총 6차례 핵실험이 진행됐던 곳. 이곳 실험장을 닫는 등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동당 전원회의는 20일 열렸으며 김정은이 주재했다. 

이번 발표 내용을 보면,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 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현 상황을 분석하면 북한의 이번 제스처는 가장 최근 북한이 미국과 도출했던 합의인 2012년 2·29합의에서 한결 전진한 것이다. 당시에는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의 유예(모라토리엄)만 약속했다. 이번에는 아예 무대인 풍계리의 실험장을 닫은 것.

물론 화해 무드가 깨질 경우 다시 문을 열거나 혹은 몰래 새 실험장을 닦아 사용한다든지 하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후자의 경우, 위성 관찰이 북한을 감시하는 상황에서는 큰 실익이 없는 시도다. 

한편, 2012년 합의에 포함되어 있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등은 이번에도 빠져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 노동당 전체회의는 핵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틀을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로 제시했다.

자기들이 이겼다는 체제 내부의 선전으로 일단 볼 수 있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을 우리나 미국 측에는 세우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아울러 경제 문제를 언급하였고 심지어 이를 앞에 표시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관리 통제 이슈를 부각해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종식시키려는 포석이다. 또한, 이는 경제적 혜택을 협상장에서 요구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는 풀이도 낳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IAEA 사찰이 이번에도 빠진 것은 향후 북 ·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왜 조성됐을까? 17일(현지시각) 미국 언론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1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비밀 방문해 김정은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최고위층을 직접 만나 심도깊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풍계리 실험장 폐쇄 카드를 꺼낸 것이 미국 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와 북측과의 대화에서 우리를 소외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우리와 미국의 협력 강화 노력이 요청되는 시국이다. 사진은 함께 행사장에 선 한국과 미국 정상. ⓒ 프라임경제

이렇게 북한이 한반도 위기 종식 협상 과정에서 이익만 추구하고 자신의 카드는 포기하지 않는 속임수를 쓰지 않도록 견제와 압박을 계속하는 데 미국은 대단히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작지만 의미있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미국에 대한 유화적 제스처를 체면이 깎이는 것을 최대한 막는 방법으로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전개되면, 우리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새 문제가 등장한다. 한국은 평양에 특별사절단을 보내는 형식으로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길을 텄고 미국에 북한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미국과 북한 역시 정상회담을 할 길을 닦아줬다. 4월에 우리 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과 북한은 5월, 늦으면 6월 초 서로 마주앉게 된다.

북한이 일정한 선물을 판문점에서 풀었으면 우리가 그 성과를 낸 것으로 대미 협력과 정보교류에서 발언권이 강화될 수 있었다. 외교적으로 뒤이어 미국이 더 많은 이슈를 끌어내는 릴레이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체면이 설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 같은 효과가 나오려면 이번 27일에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 폐쇄 이상의 보따리를 줘야 한다. 그럴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쉽게 걸어볼 만한, '만만한 대상'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북한이 제시한 경제 건설에 대한 부담은 우리가 27일 회담장에서 막바로 받아들 여지가 있다. 더욱이 당장 김정은이 이를 우리 측에 요구하지 않아도, 미국과 북한이 6월 초까지 더 많은 핵 폐기 관련 성과를 빚어낸 다음 우리 측에 일정한 지원 분담 등을 요청할 여지가 있다.

드라마틱한 이슈를 얻을 기회는 작아지고, 경제적 청구서만 받아드는 판문점 가는 길이 될 가능성이 생긴 셈인데, 우리 당국은 말을 아끼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소통수석은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길잡이가 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간단한 입장만 밝혔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