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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특검 사실상 항복' 끌어낸 천정배 정치력 눈길

청와대 내부 피로감에 국회로 공 넘겨...정상회담 주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2 10:05:06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드루킹 댓글 조작 및 민정수석실 인사 청탁 접촉 의혹에 손을 들었다.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한 출구전략 마련에 착수한 것.

21일 청와대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에 특검 수용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청와대는 오히려 특검 도입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여당에 전달, 결단을 촉구했다는 것. 이미 논란의 핵심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도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힌 마당에 추미애 당대표 등 지도부만 결단하면 된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21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묘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특검법은 청와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법을 만드는 주체는 국회"라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위의 보도에 대해 원론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전체 흐름상 국회에서 알아서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특히 청와대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여비서 해외 일정 의혹으로 인사 검증망 부실 의혹이라는 폭탄이 이미 터진 상황에서 드루킹 게이트까지 터지자, 처리 능력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일개 네티즌인 드루킹이 청와대 인사 및 사정 핵심 부서의 인물과 접촉했다는 식으로까지 의혹이 확산되자, 더 이상 추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쪽으로 내부 교통정리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라리 27일로 바짝 닥쳐온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온 정성을 다하자는 에너지 집중 아이디어가 힘을 얻었다는 것.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김기식 논란에 이어 드루킹 의혹까지 터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천정배 의원. ⓒ 뉴스1

이런 상황에 여당에 결단을 요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보도가 터지자 이처럼 메시지를 낸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확고 부동한 대야권 항복 선언이거나 여권에 대한 특검 추진 독려는 아니다. 다만, '특검법을 막상 만들어 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안 하겠는' 뜻은 확실히 국회 대 청와대가 이번 메시지로 교감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놓고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등 민평당 계통의 움직임이 변화한 것에 특검 수용 불가피 쪽으로 문 대통령이나 참모진이 결단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의석수로 보면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단독으로 특검 도입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민주당 121, 자한당 116의 의석 분포에 바른미래당이 30석을 점유하고 있다. 자한당이 바미당과 협력해도 146석으로 과반 돌파가 안 돼 특검 칼날을 들이대며 '정권 탄생부터 썩은 청와대+민주당 심판론'을 시도할 수 없는 것.

그런데 이 와중에 민평당은 호남 지역정서 성향이 강해 당초 민주당을 도와주지는 않아도 일부러 최악으로 몰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정의당은 소수 진보정당으로 특검 등 실체 규명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처할 여지는 있어도, 문재인 정권 자체에 위해를 추구하는 목표 의식으로 질주할 가능성은 약하다.

그런데, 민주당 및 청와대가 각종 현안 처리에 있어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 등 모든 것을 이 드루킹 문제로 사실상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민평당 측에서는 가졌다. 더욱이 개헌 그리고 이에 필요한 국민투표법 개정 등 사전 정지작업 역시 국회 공회전으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방치되는 상황이다.

차라리 특검 불가피론으로 몰아주니 울고 싶은 데 뺨 때려 준 격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드루킹 특검 수용을 결심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천정배 의원이 2015년 9월 천 의원 딸 결혼식장에서 만난 모습. ⓒ 뉴스1

결국 천 의원이 나섰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조 출신으로 법률 쟁점이나 정치적 의사가 서로 꼬인 것으로 보이는 이 상황이 의외로 대승적 결단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고르디우스 매듭 해법'을 제시한 것. 

민평당은 현재 교섭단체를 같이 구성(정의당과 평화와 정의의 모임)하고 있다. 민평당의 입장 변화와 그 전달은 위의 국회 구도에서 청와대 등에 실제 크기 이상의 시너지로 증폭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는 19일 여당과 야권이 서로 대국민적 봉사를 모토로 쟁점을 교환하자는 사자후를 토했다. 그리고 불과 21일 청와대의 사실상 특검 수용 결론으로 가닥이 잡히며 정리되는 양상이다. 이번 일은 여러 정치 계파의 이해관계를 그런대로 가장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방향으로 정리했다는 의미만 갖진 않는다. 정파를 떠나 국회의 대청와대 발언권 기능 강화를 일궜다는 점에서 의회정치주의자였던 DJ의 승계자로서 천 의원이 실력 발휘를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보수 정치권이 칼춤을 추도록 한 게 아니라, 매듭을 푸는 칼을 사용한 정치 예술이 작은 정당에서 시작, 결실 창출로 현실화됐다. 정치력의 승리이자 국민들만 보고 가자는 원론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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