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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양념이 묻으면…추미애의 말실수 쓰나미 맞은 靑

21일 사실상 특검 수용 메시지로 귀결…여권 입장 정리 어떻게 할지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2 12:04:21

[프라임경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경수 구하기'를 위해 애쓰고 있으나 문제가 계속 복잡해지고 있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상남도지사직 선거에 민주당 깃발을 들고 출마하기로 하면서 정계의 기린아로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추문에 말려들었다.

물론 김 의원은 청탁 요청 및 위협을 받았고 이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는 게 아직 문제의 요체로 꼽힌다. 사실 어찌 보면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것은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왜 드루킹과 접촉했는지에 대해 야권에서 계속 백안시하는 점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왼쪽부터 추미애 민주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 뉴스1

따라서 근래 김 의원 보좌진과 드루킹 간 금전 거래 의혹이 추가로 나왔으나 이것이 본류가 될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김 의원이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해도 민주당에서 이를 선뜻 수용할 명분은 적은 것.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특검이 파헤치면 죄가 있든 없든 경남 선거판은 요동치게 된다. 이번에 지사직을 행여라도 자유한국당에서 내세운 김태호 후보(전 경남 지사)가 낚아채기라도 하면, 이는 홍준표 자한당 대표 체제가 영속할 큰 밑천이 된다. 홍 대표는 현재 지방선거의 광역지사 확보 숫자를 대표직 사퇴와 결부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 치열한 공방전 와중에 추 대표가 제기한 비유가 역풍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그는 20일 트위터를 통해, 드루킹 일당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민주당과 연관됐다는 것은 허황된 정치 공세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특히 그는 이번 일을 '국정원 댓글 사건'과 동일시하는 일부 야당의 주장에 "파리를 새라고 하는 것"이라 비유하며 비판했다.

물론 추 대표의 이번 비유가 단순히 정략적으로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만 계산해 드루킹 문제를 필요 이상 옹호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그는 같은 날 열렸던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드루킹과 그 일당은 건전한 포털여론 형성을 저해해온 민주주의의 적들"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런 적과는 민주당도 단호히 싸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추 대표 자신이 영남 출신이면서도 당시 호남 정당 평가를 들었던 DJ 진영에 합류한 인물이고, 판사 자리에서 미래가 불확실한 야권의 정치인으로 변신한 투사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분명하고, 드루킹식의 정치공학적 계산을 생리적으로 싫어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가장 확실한 캐릭터가 바로 추 대표인 셈. 하지만 그런 추 대표의 비유 전략은 문제를 일으켰다. 상대 진영에 '재담꾼' 홍 대표가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

막바로 홍 대표의 반격이 이어졌다. 홍 대표는 추 대표의 파리 비유 발언을 되짚어 "그럼 문재인 대통령은 파리의 도움으로 대통령이 됐다는 거냐"라고 공세를 펼쳤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청와대는 드루킹 측에서 접촉해 온 것은 사실지만 이미 오사카 총영사직 내정 인물이 있었던 터라 인사 청탁을 받을 상황은 아니었다는 논리를 편다. 즉, 여론 조작은 몰라도 인사 청탁에 대해서는 방어 전선 형성이 돼 있었던 것.

그런데 지금 추 대표 발언은 홍 대표의 '파리가 만든 대통령' 공세를 불러왔다. 진지 구축이 제대로 안 된 점을 고심하고 있는데, 오히려 싸움판을 그쪽으로 집중시켜 준 것. 도덕적으로도 이 댓글 조작으로 만든 대통령 문제는 일반 시민들의 내심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로 지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장미대선' 상황에서 열성적 지지자들이 밀어붙이는 압도적 화력 덕을 여러 번 봤다.

이런 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예를 들어, 같은 당 예비주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 지사의 반발 발언) 문 대통령은 이를 오히려 "'양념'이라고 생각한다"는 식으로 가볍게 넘기거나 사실상 방치했다. 이런 상황에 파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파리가 양념을 묻혀 사방에 나른 정황'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게 된 것.

추 대표의 발언으로 문제가 더 복잡해진 것과 별개로 드루킹이 속했던 '경인선'이 17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건드린 것도 청와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경인선은 블로그를 공개로 전환했는데, 특히 이 조치는 김 여사가 찍힌 동영상, 즉 김 여사가 경인선이라는 단체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 도움에 고마워 가까이 가 반가움을 표시하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친여당 색채의 인사들은 그냥 경인선 깃발을 든 저 모임쪽에 가겠다고 나선 정면으로 축소 해석하려고 하지만, 의견이 엇갈린다.

경인선을 만나러 가기 위해 이동 중인 김정숙 여사가 찍힌 영상이 공개됐다. ⓒ 경인선 유투브 캡처

결국 쓸 데 없는 파리 비유가 양념과 결합하고 그런 양념 나르기 파리들에 대해 영부인도 내막은 잘 몰라도 아는 척을 할 정도라는 이상한 도식이 형성된다. 청와대로서는 이런 영부인 건드리기 시도를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17일 영상 공개 등 정황과 그로 인한 기류 변화 가능성 등을 미처 감지하지 못한 바유, 심지어 양념 발언을 한 바 있는 문 대통령에게 불동이 튈 수 있는 '파리 문제'를 띄웠으니, 추 대표의 정치적 감각이 빈 말로라도 결코 날카롭다고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21일 김의겸 대변인을 내세워 특검 문제를 국회의 일로 강조하는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뿌린 것은, 이제 당이 알아서 하라는 정도가 아니고 특검 통과를 시켜 당의 문제를 청와대에 불똥 튀기지 말라는 견책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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