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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파주철수설…정상회담 프로파간다 이전투구?

자기 정치색 따라 반대파의 음모 해석 가능…평화통일 공감대 조성 마이너스 효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3 08:34:12

[프라임경제] 시중에 우리 국군의 파주 이남 철수 루머가 퍼지고 있으며, 청와대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한 청와계 관계자는 기자들의 '남·북 정상회담 내용 완성설'에 대해 부인했다. 이미 양측이 어느 정도 의제와 내용을 조율하고 판문점에서는 드라마틱한 모습을 연출하는 절차만 남은 게 아니냐는 지적인 셈인데, 이 관계자는 "역대 회담 2000년, 2007년 상황 떠올려 보라"고 전제하고 "미리 남·북 간에 합의문 먼저 만들어 진뒤 합의하는 방식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진지한 협상 오고 갔고, 논의 내용을 현장에서 공동 선언이나 합의문 그런 식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런 걸(전례를) 참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관계자는 주말새 퍼진 바 있는 군 철수설도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위의 철수 루머 즉 △우리와 북한군이 각각 파주-개성까지 병력을 뒤로 물리고 △비무장지대 공간은 장기적으로 평화스포츠공원화한다 △서울과 평양을 상호 겨냥한 무기는 전쟁을 염두에 둔 중무장에서 일반 경비 수준으로 가운그레이드 등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에 대한 배경 풀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 김빼기 혹은 그 이상의 불측한 의도로 이 같은 설을 퍼뜨리는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학생 운동 경험이 있는 한 586세대는 "만족지연이론을 역이용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당장 어떤 작은 이익이 있지만 이를 갖지 않고 꾹 참고 기다리면 더 큰 보상이 온다는 걸 깨닫게 해 참을성 훈련과 규범 준수를 시키는 것을 교육학에서는 만족지연이라고 한다"고 짚었다.

이는 마시멜로이론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마시멜로가 가득 담긴 사발을 놓고 먹지 말고 참고 버티면 더 좋은 걸 해 주겠다고 약속해 아이들의 성격을 테스트해 보는 내용이다.  

그는 이어서 "그런데 지금 이렇게 종전협정 혹은 평화협정이 다 완성된 것처럼 이야기가 미리 번지면, 잘 되어도 그냥 그렇게 심드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만약에 잘 안 되면 만족지연을 기대하던 사람들이 큰 실망과 함께 이를 추진한 정부에 실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당국의 이 루머에 대한 차단과 적극적 대응을 제언했다.  

참고로, 선거 전략가 전병민씨가 이런 보상심리에 대한 실망과 그 반작용에 대해 잘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6·29 선언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 후보로 하여금 와이셔츠 바람에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게 해 '군 출신 이미지를 지우고 샐러리맨의 이미지 조성'을 하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이 성공을 높게 평가한 반대 진영의 YS가 그를 스카우트했고, 나중에 대통령이 된 YS는 그에게 각료 인선 작업을 맡기기도 했다.

전씨의 작품으로 알려진 오래 전 일화 중에 A 후보가 돌리는 것이라고 고무신을 유포한 뒤, 잘못 갔다며 이를 회수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반발 심리로 반대파인 B 후보에게 표심이 쏠린다는 것.

한편 이 같은 청와대와 북측 사이의 정상회담 성과에 부정적인 측에서 루머를 방해용으로 조장한 게 아니냐는 설과 정반대의 시각에서 이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또다른 586세대는 "이미 북한이 핵 실험장 폐쇄 카드를 꺼내서 일정은 느리게나마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면, 이런 루머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꽃놀이패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이렇게 잘 풀릴 수도 있었는데 보수 정치권에서 안 도와준다"는 결집 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개헌 정국과 연결시킬 수 있는 루머다. 청와대의 개헌 노력이 제동만 거는 국회 때문에 발이 묶였는데, 남·북 정상회담은 열심히 하니까 착착 잘 풀려간다는 느낌을 준다"고 짚었다. 이어서 "당장 지금(23일) 국민투표법 개정 데드라인이다 뭐다 개헌 안 해주는 국회·야당 이미지가 높은데, 이런 식으로 루머가 퍼지면 정상회담 직전까지 야당만 죽일 X들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수파의 대통령발 개헌 반대 기류를 일 잘 하는 문재인 청와대에 부리는 몽니로 격하시킬 수 있는 무기라는 생각인 셈이다. 자기 정치 지향과 정파에 따라 정반대로 반대 진영의 공작이 가미된 뜬소문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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