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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부푸는 연구원들…광주에서도 까이는 김동연이 충족?

격변기 중요한 조언 쏟아지지만 콘트롤타워 역할 부족 골든타임 놓칠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3 09:17:19

[프라임경제] 동아시아 패권 더 나아가 세계 정치·경제 질서가 빠른 기류를 타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는 북한이 전향적 대화 태도를 보여,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G2 강대국들인 중국과 미국이 경제 패권을 둘러싸고 서로 대결하는 파찰음이 심각하게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맞아 묵직한 연구물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22일자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경제의 대변화, 한국산업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보고서는 양 강대국간 분쟁이 우리에게 오히려 이익이 될 것이라며 그 파도를 잘 타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증가하게 되면, 미국은 무역전쟁을 불사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이 보복조치로 대응하면 무역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은 세계경제 대변화의 서곡"이라며 "이를 통해 그간 내부문제에 매몰됐던 EU(유럽연합)가 세계무대로 복귀하면서 다극화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으로는 "수출에서는 위기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대중 경쟁력 문제와 신기술 경쟁에서는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그간 중국 산업 질주로 한국 주력산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화됐는데, 중국 개방에 따른 조정과 선진국들의 기술 이전 견제로 한국 산업이 시간을 벌게 됐다는 풀이다. 이어서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선진 대열에 진입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혁신을 위해 다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우리의 평화 분위기 조성, 더 나아가 미국과 북한의 핵 문제 해결 가능성 고조 등을 경제적 측면의 이익 강화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나온다. 중소기업연구원에서 22일 나온 '한반도 신경제 지도, 중소기업이 중심되어야' 보고서에서는 "긴장 완화로 경협 추진의 선결조건인 대북제재 국면 전환도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개성 공단 재가동 등을 거론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북한과 우리의 경협 사업이 국내 중소기업 발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동연 부총리(왼쪽)와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화 중이다. ⓒ 뉴스1

상황은 이렇게 다양하게 돌아가지만, 단순히 이렇게 가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나이브한 연구물들은 아니다. 그 나뭇결과 옹이마다 자칫 이번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안 된다는 심각한 고민이 박혀 있는 것.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하는 수출길에서 우리만 다른 경쟁국에 오히려 뒤쳐질 수 있다거나,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는 실질적 이익 없이 우리는 핵 해제에 대한 보상만 떠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여러 경로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고심 끝에 풀어나가야 할 경제 사령탑, 특히 부처별로 자칫 엇박자를 낼 경우 명확한 백년대계의 경제 비전을 그려줘야 할 맏형 격의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의 패싱 논란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는 현재 '경제도 사람이 먼저'라는 이번 정부와 지지층의 기조를 적극적으로 떠받치는 안살림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혁신성장론의 추진 역시 우리 경제가 빨리 윤곽을 잡아야 할 이슈로 꼽힌다. 이런 점은 기재부가 가진 역량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짐은 아니다. 다만 이에 집중하다 보니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블록체인 엇박자를 사람들은 강조한다.

김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인 블록체인을 지원하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정부는 블록체인을 미래 먹거리로 키운다는 전략 아래 올해 기술 연구개발(R&D) 등에 14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해외로 몸을 옮기고 있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9월 "모든 종류의 ICO(가상화폐 공개, 증권시장의 기업 공개와 유사하다고 보면 됨)를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투자금 유치줄이 말랐기 때문.

급기야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신산업과장이 18일 한 세미나에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블록체인이 적용됐을 때 방해되는 규제가 있다면 바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제언하는 등 진화 작업들이 단행되고 있다. 이 과장은 "글로벌 수준에 맞춰 규제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블록체인 기술 진흥계획을 오는 6월 중 발표할 것"으로도 부연했다.

기재부의 영이 서지 않는 것으로 외부인 눈에 보이는 딱한 사정은 블록체인 단순히 앞으로 뭘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능멸'과 '수모' 그 자체라는 것.

최근 지방선거 국면에서 일명 정치권 실세에 '김동연 패싱'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장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뛰었던 강기정 전 의원. 그는 정치권에서 근래 주가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요직 발탁설도 나돌았으나, 대학을 다닌 광주로 돌아가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이를 고사, 지방선거 준비에 나섰다.

그런데 그가 내세운 공약 중에 광주의 군 공항 및 민간 공항을 다른 지역으로 빼고 이를 다른 목적으로 개발, 주변 지역과 광주의 상생을 도모한다는 것이 있었다.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자산의 공공투자를 이끌어내 재원 조달을 한다는 구상이 이 공약의 골자였다는 것.

관련법에는 기금의 대여나 투자 등에 엄격한 제약이 있고, 이렇게 큰 돈을 본래 목적과 약간 떨어진 곳에 투입 내지 투자하려면 엄격한 당국의 검토를 받게 정하고 있다. 관련 기구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혼자서 임의로도 결정할 일도 아니고, 보건부 장관이 기재부 장관과 협의하게끔 돼 있는 것.

그런데 강 전 의원은 자신의 친분을 과신한 듯, 연금공단과 만나겠다는 뜻을 공약 발표 상황에 언급했다. 또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을 거론하며 역시 면담 이슈를 부각시키려 했는데, 정작 주무 담당기구인 두 부처 장관은 동시에 패싱하는 이상한 공약 주장을 편 셈이다.

'지역 이기주의'나 '일단 내고 보자는 공약' 정도의 애교로 볼 수도 있지만, 일단 어느 정도 힘만 생겨도 '김동연 패싱'을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세태를 반영한 씁쓸한 장면이라는 호사가들의 풀이도 귀담아들을 구석이 있다. 이런 국면에서 블록체인 관련 논의조차 제대로 조정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사고 지방선거판에서 동네북 신세인 기재부가 북한과의 경협이나 미국과 중국의 경쟁 와중에 과감하면서도 정밀하게 한국호를 서핑할 수 있게 키잡이를 할 수 있겠냐는 탄식이 나온다. 우리 경제는 지금 김동연을 패싱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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