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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온 뒤 작업하다 감전사고…KT 설치기사 "우린 KT 머슴"

지난해 2명 사망, 올해 첫 중상급 피해…잇단 안전사고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18.04.23 17:33:33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지난해 인터넷 설치 작업 중 KT(030200) 소속 설치기사 두 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 또 KT 유선서비스를 작업 중이던 30대 설치기사가 전봇대 위에서 감전돼 의식불명의 중상을 입었다.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KT 설치기사들은 "회사가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문제제기조차 묵살하고 있다"며 정부 및 수사기관이 직접 나서 달라고 청와대에 청원했다.

23일 KT새노조 등에 따르면, 이달 4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인근 한 음식점 앞 전봇대 위에서 작업하던 KT 소속 인터넷 설치기사 A씨(36세, 남성)가 감전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는 올해 처음 KT 소속 설치기사에게 발생된 중상급 안전사고로 알려지고 있다.

사고 발생 당일 한두시간 전 비가 왔지만, 이날도 A씨는 밀린 일을 처리해야 했다. 작업 중 나뭇가지를 헤치다 통신주에 손이 닿아 30초 이상 감전된 A씨는 죽음의 위험에 처했지만, 주변 동료의 도움으로 응급실로 급히 옮겨져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A씨는 본래 KT 자회사 KT서비스(KTs) 직원으로 1년가량 근무하다, 잦은 사고 위험 때문에 퇴사했다. 얼마 뒤 더 나은 근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KTs 하청업체의 제안에 A씨는 하청업체로 입사했는데, 근무 시작 일주일만에 이 같은 사고를 겪어야 했다. 

KT 소속 설치기사에게 안전사고 발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6월에는 충청북도 충주에서 KT 소속 인터넷 설치기사가 설치 과정 중 고객이 휘둔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같은 해 9월엔 전라북도 순창 한 경로당에서 작업 중이던 또 다른 설치기사가 이슬비 때문에 감전사했다.

이달 초 발생된 사고는 지난 달 29일 KTs남부에서 약 10억원을 들여 추락·감전·전도 체험이 가능한 '안전체험교육관'을 개소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발생한 사고라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KTs남부는 제주지역도 관할 중이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회사는 안전체험교육관 개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며 "사실상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는 생색내기 사업"이라고 날을 세웠다.

KTs남부 관계자는 이번에 제주에서 발생된 안전사고에 대해 "아직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아무리 교육 시설을 잘 갖춰도 본인이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고가 발생될 수 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교육관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경각심을 줘 사고 재발을 방지하려고 한다"고 응대했다.

KT 설치기사들은 끊이지 않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도 차단 당하고 있어 정부 및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 과도한 업무량이 개선돼야 하며, 합당한 대가가 지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노조구성에 회사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나 관계 기관이 KT의 부당노동행위의 엄중함을 인식해 KT 및 KTs를 특별근로감독하고,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 현재 1800명이상의 청원참여가 이뤄졌다.

청원인은 "KTs, KTIS, KTCS 등 우리 모두는 KT에 의해 만들어진 머슴"이라며 "머슴이 아닌 노동자가 되고자 입바른 소리를 하려면 가차 없이 주어지는 감사, 징계, 원거리 표적발령 등 자본의 위력 앞에 무릎 꿇게 만든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비오는 날 무리하게 지붕에 올랐다 감전돼 죽어도 하소연 할 데조차 없다"며 "KT와 KT계열사 전반에 걸친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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