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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법 개정 불발 임박…靑 민정, '대통령령 개정 돌파' 검토

헌정특위 여유설 굳이 물리치고 23일 데드인-24일 입장 발표 복안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3 15:13:12

[프라임경제] 헌법 개정 이슈와 일명 드루킹 댓글 조작 등 국정 농단에 관한 특별검사법 통과 등 다양한 난제가 얽혀 국회가 오리무중 상태에 놓여 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23일 오전 드루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의 입장은 아직 완고한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3일 오전 "국회가 6월 동시투표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이 아직 하루 남았지만, 야3당의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혀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당의 '정쟁 천막 쇼'에 편승한 야3당의 '대선불복 특검 쇼'가 가로막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국민을 믿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방선거용 표몰이'에 몰두하는 야당"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투표법 개정과 개헌, 일자리와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가로막지 말라는 점도 다시금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특검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상 특검법 수용이 힘들고, 그로 인해 야권은 반발해 추경은 물론 개헌안 검토의 전제 조건인 국민투표법 개정 등 디딤돌 놓기도 아예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금 여소야대 상황의 국회 지형상, 야권연대로 특검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다만 최근에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 등 주요 법안이 통과된 사례가 거의 없다. 법제사법위원회 통과가 쉽지 않은 등 문제의 돌파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이런 다툼 와중에 27일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치르게 되면 모든 게 여당이나 청와대에 유리하게 흐르게 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27일 정상회담 전에 마지노선을 '넘어야 한다'는 논리?

한편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풀이가 나온다. 청와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에 의존, 우회를 통해 '시간 여유'를 벌 길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  

국회 헌정특위 전문위원실 해석을 토대로 보도한 일부 언론은 재외국민 등록절차와 기간을 일부 줄이면 시간을 일주일가량 벌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3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회의도 하면서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 입장을 낸다면 내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주일 데드라인 연장 가능성설에 대해 "최종 해석권자라 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가 23일 시한이라고 통보해 왔다"며 더 물러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왼쪽)이 파란 골무를 끼고 서류를 넘기는 모습이 이채롭다.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함께 청와대 라이브방송을 위해 준비 중인 모습이다. 두 사람은 청와대발 개헌 추진의 핵심 인사들로 꼽힌다. ⓒ 청와대

이 데드라인 문제는 야권의 강한 공세가 정치적 대립각을 극히 예각으로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청와대와 여권이 문제를 스스로 꼬고 있음도 방증하는 예다.

지금 위와 같은 국회 상황에서는 야권만 이미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칫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체면을 완전히 구기는 길을 택해 특검 전격 수용이라는 수를 오후 중에 부르면, 야권은 받을 건 받고 줄 건 주는 기본 도의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생긴다. 

개헌 처리는 물론 국민적 의사의 정치적 수용 채널을 정비하는 작업이 바로 국민투표법 위헌 상황의 수정인데, 이런 점에 전혀 관심이 없는 공복들로 비치게 되는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7일 정상회담 이전에 야권이 회군이나 통 큰 모습을 보일 결단의 수를 둘 여지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다. 저런 국회 관련 의견이 정치공학적인 각도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최종 해석의 주무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선관위의 권위만 오로지 띄워준다는 풀이도 제기하는 것. 일주일의 시간적 몫은 그만큼 크다.

유승민 국회법 논란 데자뷰? 대통령의 돌파?

한편, 이런 상황에서 일단 27일 마지노선을 야권에서 넘어버린 다음, 또 다른 돌파구를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누릴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일명 '정부·여당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시나리오의 구조는 이렇다.

현재 국민투표법이 전체적으로 위헌 상황에 빠진 것은 제14조 제1항 때문이다.

즉, '①국민투표를 실시할 때에는 그때마다 구청장·시장·읍장·면장은 국민투표일공고일 현재로 그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투표권자 및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재외국민으로서 같은 법 제6조에 따른 국내 거소 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를 투표구별로 조사하여 국민투표일공고일로부터 5일 이내에 투표인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고, 그 수정 요구 기간인 3년을 훌쩍 넘겨 그 위헌적 상태를 고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재외국민 중 투표인명부에 오를 수 있는 자격의 제한, 즉 국내 거소 신고 필요성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

그런데, 투표인명부 운영에 대한 행정적 권한에 대해서는 같은 법 제6항에 대통령령의 넓은 재량을 인정한다.

즉, '⑥투표인명부 및 부재자신고인명부의 작성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선언했다.

상황을 보면, 국회가 개정하는 외엔 도리가 없고 또 그 유일한 길이 야권의 담합으로 23일 데드라인까지 막힌 것 같지만, 이 대통령령 수정을 통해 쉽게 거소 등록을 반드시 요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다른 길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 사정이 명확한 것인데, 또 그 개정안이 국회에서도 과거부터 이미 마련돼 잠을 자는 상황임에도 어떤 이유로 국회가 이를 책임 회피로 묶고 있는 위헌적 법률을 대통령이 돌파할 수 있느냐의 이슈다.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일부 박사나 연구원 등은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이므로, 지금 같이 국회가 다수의 폭거를 벌이는 경우나 그 반사적 효과로 위헌적 상황이 연출될 경우 이를 방지할 방안을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령을 통한 반격, 즉 현행 법률 규정을 영 단위의 조항으로 무력화하는 하극상 돌파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같은 입장에 서면서도 "이는 법리상으로는 몰라도,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사용을 극히 제한적으로 미뤄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반면 이를 부정하는 이들은 '유승민 국회법 개정안 파장'을 예로 든다. 한 연구자는 "당시 국회법이 논란이 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무산시킨 것이 바로 정부의 행정입법권이 국회가 정한 법률의 위임 폭을 넘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넘은 경우에 통제를 가할 수 있도록 명시적 규정을 두는가의 싸움이었다"고 상기시키고, "당시 국회 절대 다수가 이런 규제 권한이 국회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표결 결과 나타나지 않았는가?"라고도 짚었다. 

"어려운 문제" 그런 검토 안 했다는 명확한 답 회피

이어서 그는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이 그렇게 간다면 과거 거부권 행사를 한 박 전 대통령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문제가 생기고, 촛불 정신으로 탄생한 정부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모순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상황에서 청와대발 헌법 개정안 띄우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부서이자 관할 팀인 민정수석실의 반응이 의미심장하다.

본지에서는 23일 오전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 위헌 상황에 대한 국회 개정 의무 위반에 대해 제6항의 대통령령을 활용한 돌파가 가능하다는 설이 있는데 이를 검토한 적이 있는가 질의했다.

그러나 해당 관계자는 "말씀하신 부분은 경청할 만하다. 제1항과 제6항의 관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관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어려운 문제"라고만 답했다.

헌법의 수호자 논의(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맡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논쟁이 끝나지 않은 채 미봉됐다)와 국회법 개정안 논쟁 등도 함께 첨부했으나 즉답은 끝내 제시하지 않았다. 이런 가능성 검토에 대해서는 심각한 최종 준비까지는 아니어도 일정한 검토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23일로 타이트한 일정을 고집하는 한편, 야권 책임론을 부각하는 정치적 공세 후에 혹시 이 같은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면, 정상회담과 맞물려 어떤 정치적 파장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아울러 당장 사용은 안 하더라도, 이런 가능성 자체에 전혀 무관심하지 않은 관련 상황으로 전선이 확장될 여지가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언제든 부각이 가능해지고, 이는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한한 경우의 수를 낳을 고장난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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