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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업주 장애인 고용 여전히 '낙제'…'질적 향상' 병행돼야

편협한 직무 영역·근무 환경 개선 필요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4.23 15:31:17
[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장애인구는 전체인구 5100만여 명 중 4.9%인 251만여 명에 달한다. 생각보다 많은 인구가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장애'라는 편견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진행한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정부는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장애인 채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1991년부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근거해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다.

시행초기 0.43%였던 장애인 고용률이 꾸준히 증가해 2017년 6월말 기준으로 2.73%로 높아졌지만 공공 3.2%, 민간 2.9%라는 2017년, 2018년 의무고용비율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2019년 의무고용비율이 공공 3.4%, 민간 3.1%로 상향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주의 더 큰 관심과 분발이 요구된다.

◆장애인 채용 적극 지원하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고용 저조 원인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사장 조종란)이 분석한 결과 △적합 장애인력 부족 40.8% △적합 직무 부족 32.3% △고용관리 부담 △시설장비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박관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촉진이사는 "공단은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 미이행 사유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적합 장애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전국 5개 능력개발원과 8개 훈련센터에서 사업체 수요에 맞는 적합 인력을 양성해 추천하고 있으며, 사업체의 직무를 분석한 뒤 장애인고용 컨설팅을 통해 신규 직무를 개발하거나 직업영역개발사업 시범 고용을 실시하는 등 적합 직무를 찾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관리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을 위해서 작업지도원 비용을 지원하기도 하고, 시설장비가 부족한 사업주에게는 융자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기업의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해 편의시설 설치‧지원, 보조공학기기와 근로지원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개선해 장애인 고용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거나 CEO 간담회를 통해 장애인고용 독려 활동을 추진하기도 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버려야 인재 얻는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고용율 개선이 미진한 이유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된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다. 

박 이사는 장애인 고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장애인의 '편견'과 '선입견'이라고 지적했다. "왠지 장애인은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같이 일하면 자신의 일이 늘어날 것 같다는 막연한 사회적 편견이 장애인 고용을 막는 가장 큰 문제"라면서 "비장애인도 일을 하면서 실수할 수 있지만 장애인의 실수를 더 크게 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애인이 근로자로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오히려 기업에 큰 도움이 되는 사례도 왕왕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이사는 "편견 해소의 가장 좋은 방법은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거나 장애인 고용을 경험하는 것"이라며 "공단을 통해 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고, 장애인 고용이 기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장애인들도 동료 근로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청각장애 2급 중증 장애인인 권순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점장은 2011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함께 진행한 장애인 바리스타 특별채용을 통해 스타벅스코리아에 입사했다. 이후 6년여를 근무하면서 수퍼바이저, 부점장을 거쳐 현재 점장으로 승진해 근무 중이다. 기업 장애인 고용의 성공사례다.

권 점장은 장애인 파트너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달함으로써 우수한 장애인 파트너의 성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2015년 2월 커피마스터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우수한 직무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권 점장의 노하우는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근로자 양성을 위한 지도에도 활용되고 있다. 권 점장은 신입바리스타 교육에 투입되는 등 우수 인재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포장업무에 투입돼 근무 중인 장애인 취업자들.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2010년과 2016년 실시한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결과 장애인 임금근로자 중 절반가량이 '단순노무직'과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된 단순노무종사자의 비율이 2010년 43.1%에서 37.4%로 5.7% 감소했으나 여전히 타 직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의 비율은 2010년 10.6%에서 2016년 16.9%로 6% 증가했다.

공단은 장애인 고용이 특정 직무에 국한되는 원인 역시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공단은 최근 5년간 취업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직업영역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2013년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호텔리어 등 7개 직종을 △2014년에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동료지원가 등 6개 직종을 △2015년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생활체육보조코치 등 6개 직종을 △2016년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편의점 스태프 등 7개 직종을 △2017년에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반려동물관리사 등 새로운 직업 영역을 개발했으며 기존에 수행하지 않았거나 수행하지 못했던 새로운 직무에 134명의 중증 장애인이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외관.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박 이사는 "앞으로도 4차산업혁명을 대비해 디지털TV, 지능형 로봇, 미래형자동차 등 신 성장 동력산업 분야에 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의료, 교육, 금융 분야 등 기존 성장산업 직무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궁극적으로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또 다른 안타까운 점은 고용형태다. 장애인의 정규직비율은 전체인구(비장애인+장애인) 대비 정규직 비율에 비해 턱없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기준으로 장애인 근로자 중 39%만이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대비 2.2% 증가했지만 여전히 비장애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공단은 장애인 근로 유지가 안 되는 원인을 근로자와 사업주의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5월 29일부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법정의무교육으로 강화될 예정이다.

박 이사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등한 직장동료로 인정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장애인 근로자가 직장생활에 더 잘 적응하고 근속기간도 늘어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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