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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론 한계 깬 文 개헌무산 책임론…천정배 '포차 화법'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5 08:28:23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추진이 기우뚱거리고 있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어려워진 건 기정사실이고, 정쟁 격화로 사실상 추진 무산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국회를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비판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문 대통령 및 더불어민주당의 무산 책임도 자유한국당에 못지 않다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현재 민평당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 24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천 의원은 "촛불 국민의 여망을 너무 헛되이 날려버렸다"고 현 사태를 진단했다.

그는 "정쟁과 말 바꾸기로 일관했던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심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청와대와 여당도 개헌 논의의 과정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천정배 의원(맨 오른쪽)이 지역 현안인 광주-강진 고속도로 서창구간 문제를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과 논의하고 있다. ⓒ News1

더욱이 "좋은 개헌안이라도, 수천만 촛불국민혁명이 만들어낸 개헌의 기회라도 개헌 자체는 헌법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모든 정파 간의 타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여의도 정치인 전반의 반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그는 "대통령은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밝혔던 선거제 개혁을 전제로 분권형 개헌도 할 수 있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결국 뒤집었다"고 강조했다. 

타 정당과의 연대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천 의원은 "민주당 121석만으로 가능한 제도 개혁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 다수파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 없이는 어떤 것도 공염불에 그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청와대 정무라인의 적극적 역할과 윤활유 역을 주문한 것으로도 보인다. 여권과 청와대 모두에 조언을 한 셈이다.

◆"잘 썼다, 근데 누가 쓴 거냐?" 매번 말 낳는 성명

이번 글을 놓고 "잘 썼다. 그런데 누가 정리하는 거냐?"는 궁금증이 잠시 나돌았다. 양비론이라는 건 원래 대단히 펼치기 쉬운 논리지만, 대신 설득력도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심지어 현재 민평당 의석 수를 감안하면 "조그만 게…"라며 현실성 없는 발언만 늘어놓는다는 비판도 역으로 여권에서 받을 가능성마저 있다.

천 의원의 경우는 내각과 여권 원내대표 경험 등이 있어 정권 초반부 청와대-여당간 역학관계 등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아울러 매번 문 대통령과 주변 참모 등이 개헌 추진을 위해 시동을 거는 분위기나 주변 아이템 등 상황들에 대해 변호사로서 맥을 꿰뚫고 있다. 본질 흐리지 말고 정공법으로 하라는 성명을 이미 내놓은 바도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양비론 건에 한정하지는 않고 "말하면 직원이 정리하는 정도"라고 자료 작성의 기본적인 분위기를 설명했다. 브레인스토밍으로 구술하면 대강의 틀을 기록해 다듬기 정리만 하는 식으로 보인다.   

천 의원의 글 재주는 이미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룬 바 있다. '꽁지머리를 한 변호사'와 '여기가 로도스다' 등 다양한 책을 쓴 바 있고, 준비서면 작업을 오래 한 민완 변호사로서(법무법인 해마루를 창립해 이끈 바 있다) 설득력과 일목요연한 사건 내용 정리 등의 기반을 갖고 있다.

드라마틱한 글 흐름 조성도 이미 확인된다. 그는 전두환 이름으로 주는 임명장을 받을 수 없다며 판사·검사 임관을 포기하기로 한다. 책에서 그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을 드라마 장면처럼 끝내 다음 장을 궁금하게 한다.

"여보, 나 변호사 하기로 했어."

포장마차에서 전어를 구우며 설움 삼키고 인생 배워

안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시민들의 애정을 받으며 순탄하게 정치 생활도 하는 듯 했으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천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안산 너머의 정치적 저변 확대를 위해 송파에서의 출마 등 다양한 정치 가능성 검토를 했고, 신당 추진도 했으나 안철수 라인과의 결합으로 삐걱거리는 정당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당 대표 하나의 노력만으로는 정치색이 모호하게 흘러가는 당의 상태를 확고히 다잡기 어려웠던 것. 결국 국민의당 경험은 바른미래당 탄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고 그는 민평당으로 몸을 옮겼다.

이처럼 긴 여정을 겪으면서도 중간에 정치를 포기하지 않은 데에는 안산을 떠나는 등 정치적 결단을 할 무렵에 겪은 '전어 포장마차' 이벤트에서 얻은 경험이 바탕 자산이 되고 있다는 풀이다.

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천정배 의원. ⓒ 뉴스1

그는 전어를 구우며 시민들과 편하게 담론을 나누는 등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이전까지는 '목포 3대 천재' 평판과 '의회민주주의자 DJ 정신의 직계 상속자'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편한 이미지는 아니라는 평과 대중적 친화력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마이너스 효과를 입기도 했다.

천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 동국대 교수 구속 논란 지휘권 발동 문제로 '사실상 검찰총장을 날려버린 장관'이라는 무서운 평을 얻기도 했는데, 이런 이미지를 포차 경험으로 일부 털어낸 점도 득이었다는 해석이 있다.

이제 개헌이냐 개헌안 표류냐의 위기에 선 한국 정치 문화가 어떤 격랑을 맞이할지 예측이 어려운 가운데, 천 의원은 화려하나 공허한 고담준론의 한계를 딛고 타 정치인 대비 설득력이 한결 높고 친숙한 어젠다를 내고 있다. 다만, 법조인 출신이 쓴 티를 아직 100% 못 지웠다는 평은 있는데, 약간 길다는 지적이 그것. 검사 출신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촌철살인 파괴력까지 벤치마킹해 얹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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