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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청담삼익 재건축 갈등 원흉?

15년째 사업 표류, 사업방식 변경 놓고 조합장 후보 결탁설 횡행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8.04.25 17:41:35

[프라임경제] 1980년 지어진 서울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청담삼익아파트. 훌륭한 교통입지에 명품학군까지 갖춘 만큼 2000년 들어 일찌감치 재건축 기대감이 집중된 곳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건축 사업은 표류 중이다.

조합 구성부터 조합장 선거까지 각종 현안에서 사사건건 시비와 마찰이 빚어진 탓인데, 일부 조합원들은 모든 말썽의 배경으로 시공사인 롯데건설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학동로 609에 위치한 청담삼익아파트. 교육, 교통 인프라가 뛰어난 '대한민국 부촌 1번지'라고 불린다. 다만 재건축 사업을 놓고 조합원 간 갈등이 깊어지며 단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 남동희 기자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것은 2003년 일이다. 조합에 따르면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운 롯데건설이 삼성물산을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는데, 당시 내건 조건에는 평당 공사비 363만원 확정지분제와 책임용적률 280% 보장 등이 포함됐다.

그런데 정작 본 계약 체결시점이 가까워오자 롯데건설은 자사에 유리한 도급제로 사업 방식을 바꾸려 했다는 것. 시공사가 모든 책임을 지는 지분제와 달리 도급제는 조합이 사업을 주관하고 시공사는 단순 공사만 맡는 방식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추가비용 등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꺼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마찰은 이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롯데건설을 지지하는 조합 집행부와 이를 반대하는 조합원 사이에서 갈등이 깊어 졌고, 집행부가 용역업체를 동원해 폭력까지 행사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살벌해졌다.

현장에 투입된 용역업체는 롯데건설 추천으로 선정된 양창이엔씨다. 거주민 이주 과정에서 생길지 모를 보안 및 경비업무를 맡도록 했지만, 실상은 반대파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어깨' 노릇을 했다는 게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조합원 이사회 회의록 중 일부 발췌.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중 양창이엔씨와 계약 체결에서 롯데건설이 이 회사를 추천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제보

조합원 A씨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두 번에 걸쳐 롯데건설과 조합 집행부가 지분제를 도급제로 바꾸기 위한 관리처분 총회를 열고 안건을 상정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집행부는 양창이엔씨 직원들을 대동해 반대 의견을 가진 조합원을 저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조합 집행부가 조합이 아닌 시공사에 유리한 도급제 전환을 어째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같은 조합원의 의견을 용역들이 번번이 무력으로 틀어막는 일이 벌어졌다"고 호소했다.

실제 취재진이 직접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사무실이 위치한 청담삼익상가 3층에 가보니 용역직원으로 보이는 남성 여럿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들은 사무실 입구에 아예 의자를 두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교대로 24시간 조합원 사무실로의 통행을 저지하는 상황이었다.

청담삼익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청담삼익아파트 상가 3층. 재건축조합사무실 앞에 정장을 입은 두 남성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은 24시간 이곳을 지키며 조합장 후보로 나섰던 정모씨를 제외한 조합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남동희 기자

한 상가 직원은 "덩치 좋은 남자들이 하루 종일 저곳을 지키고 서 있는데다 근처에 지나가려고만 해도 위협적으로 다가와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이를 따지거나 혹여나 사진이라도 찍으려 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격한 반응을 보인다"면서 "혹시라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수의 조합원 말을 빌면 이들은 롯데건설의 입장을 대변하며 최근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모씨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지난 19일 조합장 선거에서 낙선하자 이에 대한 불만으로 조합사무실을 사실상 점거한 것이라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이날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한 정기총회에서도 투표방식 등을 두고 조합원간 갈등이 빚어졌고 몸싸움까지 번진 바 있다.

조합원 B씨는 "정씨가 내놓은 공약은 상당수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확정지분제가 아닌 시공사 측이 원하는 도급제를 두둔하는 것이었다"며 "용역직원들이 정씨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고 용역회사인 양창이엔씨가 롯데건설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모든 배후에 롯데건설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세상에 폭력배와 다름없는 용역업체가 조합사무실을 점거하고 조합장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겁에 질려 외출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 내 세력다툼으로 인한 문제가 마치 롯데건설이 이익을 얻기 위해 벌인 것처럼 왜곡됐다"면서 "정씨와의 결탁설 등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 관계자는 또 "용역업체를 조합에 추천한 것은 맞지만, 그들이 우리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조합과 계약을 했으니 조합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응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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