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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백유진 기자 | byj@newsprime.co.kr | 2018.04.26 17:08:47

일본 후쿠오카 시내. 정지신호가 뜨자 차들이 정지선에 맞춰 정확히 정차했다. = 백유진 기자

[프라임경제] 얼마 전 갑작스레 떠난 일본 후쿠오카 여행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마냥 걷고 싶다는 생각에 결정한 여행이니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후쿠오카 시내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걸어 다녔는데요.

관광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까지 걷다 보니 문득 한 가지 특별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도로에 있는 차들이 사람의 유무와 관계없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물론 이러한 단편적 경험만으로 일본 전체의 교통질서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겠지만, 국내에서 이런 식의 여행을 즐겼다면 다른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필자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얼마 전 국내에서 겪었던 경험 때문인데요. 필자가 최근 이사한 동네에는 초등학교 2곳이 인접해 있어 어린이들이 많고 도로의 대부분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출·퇴근길에 집으로 걸어가다 보면 이를 무시한 채 저마다의 속도를 자랑하는 차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 동네 주민의 말을 들어보니 최근까지도 교통사고가 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하더군요.

실제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4185명에 달했는데요. 2012년 이후 5년 연속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4000명대 이하로는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일본의 경우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3694명으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48년 이후 최소 수치를 기록했는데요. 일본은 우리보다 차량이 4배가량 많기 때문에 이에 빗대 보면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의 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사망은 매년 40%에 육박하고 있는데요. 작년 기준 보행자 사망은 1675명으로 전년도 1714명보다 2.3%(39명) 감소했으나, 전체 사망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40%에 달하죠.

이는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행 사망자 점유율 19.2%의 2배에 가까운 수치라고 합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오는 2022년까지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는데요. 보행자 위주 교통체계 개편과 횡단보도에서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무 등이 골자입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5일에는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새로운 교통안전 캠페인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교통안전 슬로건을 새롭게 발표하기도 했죠.

이 슬로건은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인 속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교통안전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인 현재 제한속도를 낮추는 한편, 사람·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로 전면 전환하고자 하는 정부의 방향성이 담겨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이 슬로건을 활용해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교통사고 사망자수 절반 감축'이라는 꿈같은 일이 단순한 목표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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