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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열전] 문배주, 평양소주 남북을 잇다

 

송준우 칼럼니스트 | heyday716@hamail.net | 2018.04.26 18:02:05

[프라임경제] 멕시코의 테킬라, 독일의 맥주, 프랑스의 와인처럼 그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술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로는 소주를 들 수 있다. 작년 한 해에만, 36억3600만병이 판매돼 성인을 기준으로 1인당 87병을 마셨다.

평양소주. ⓒ 프라임경제

소주는 상대적으로 다른 주류에 비해 저렴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준 대표적인 국민주이지만,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만든 술은 아니었다. 증류 방식으로 만드는 술은 페르시아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여러 지역으로 전파됐는데 우리나라는 고려를 침공해 온 몽골인들에 의해 알려졌다.

40여년의 항쟁 끝에 몽골, 원나라에 부마국이 된 고려는 몽골군이 주둔하던 안동과 제주, 수도인 개성을 중심으로 소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안동 지역의 명문가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용도로 발전해 오늘날 유명한 민속주 안동소주로 이어지게 됐다.

본래 소주는 증류 방식으로 그 도수가 매우 높았다. 1924년 진로에서 처음 소주를 내놨을 때 알코올 도수는 35도였다. 이후 식량이 부족해 증류방식 소주는 금지됐고 증류주가 아닌 희석 방식의 소주가 70년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맥주나 막걸리처럼 마셔도 배부르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데다가 적게 마셔도 빨리 취할 수 있는 점이 바쁜 사회인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낮은 도수의 소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주요한 고객층으로 자리 잡고 건강에 부담 없이 가볍게 마시는 술문화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희석 소주로 낮은 고수와 더불어 과일향을 첨가하는 방식이 유행을 끌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소주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대북 특별사절단과 만찬 자리에서도 평양소주를 만찬주로 사용됐다. 평양소주는 21도로 비교적 높은 도수에 속한다. 쌀, 강냉이를 가지고 만든 증류소주다.

지난번 평양소주 화답의 의미에서인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마시는 만찬주로 문배주가 선정됐다. 문배주 역시 증류 방식 소주로 찰수수와 메조를 누룩으로 만든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40도 정도로 매우 높다. 본래는 평안도에서 유래됐지만, 지금은 남한의 명주 가운데 하나다. 이번 회담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어 두 정상이 남북한의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기를 그려본다.

송준우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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