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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27의 문재인, 비계와 비곗덩어리 사이의 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27 08:47:46

[프라임경제] 아동학에는 '비계설정(scaffold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공사장에서 설치하는 비계, 그러니까 각목 같은 것을 얼기설기 활용해서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돕고 윤곽을 잡아주는 것을 본 기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여기서 비계란, 아동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에 직면했을 때 주변에서 도와주는 일을 말한다. 부모나 교사의 몫이라고 한다. 자신이 빛나기 보다는 다른 이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전 9시반 북측과의 접촉을 시작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전 회담, 양쪽은 각자 오찬을 하며 잠시 쉰 후에 오후 회담의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럼에도 중간에 짬을 내 기념 소나무를 함께 심는 등 한반도 평화 기류를 생생하게 붙잡아 두기 위한 과정도 마련돼 있다.

만찬 후 늦은 시간대에나 북측으로, 청와대로 돌아가게 될 양측 정상이 어떤 회담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비핵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 하면 실패나 마찬가지라는 우려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내놓는다.

특히나 북측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는 적당한 밀고 당기기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에 거는 청와대와 주변의 기대는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빛이 나지 않아도, 한반도 운전자론을 제대로 가동했다는 작은 실리를 챙길 수 있을 뿐더러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 협상에 전초전으로 중요한 윤곽 잡기를 해줄 수 있는 소중한 경험도 생긴다. 무엇보다 평화 문제에 주변 강국 대신 남측과 북측이 함께 손을 잡고 대응한다는 소중한 경험이 우리 내부에 축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국제 사회와 원만한 대화를 사실상 처음 시작하는 북측을 돕는 역할을 우리 정부에서는 맡게 된다.

북한을 위한 심부름이 아니라,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고 평화를 앞당기는 전체 맥락에서의 비계 역할을 해 준다는 점에서 겸손한 노력을 하면 족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코리아 패싱 우려 즉 이번 양측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미국과 북한이 주로 대화하고 우리를 뒷전으로 돌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비곗덩어리' 취급을 받지 않는 것도 이번에 '제대로 비계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가 자체에 달려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하루는 정파를 막론하고 일단 성공을 기원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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