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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하고픈 것 다 해" vs 의회민주주의 '조율' 우려

남북정상회담 성과 두고 충돌 불가피, 인물중심 정치 논란 겹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4.30 08:58:20

[프라임경제]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성료됐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더 이상 실체없는 허구 내지 실행능력 없는 공허한 외침에서 동북아 평화질서를 구축하는 중요 지렛대로 자리잡았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일명 판문점 선언의 의의와 효과는 크다. 늦어도 6월 초로 예고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은 27일 남북 지도자가 어떤 결과를 내놓는가에 상당 부분 좌우될 것으로 관측됐었다. 

우리 정상이 일단 북측과의 대화 끝에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한 기본 스케치를 해 놓고 배턴터치를 백악관에 하면서, 일단 북한 핵 해제 등 평화 문제는 한층 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국내 정치로 한정해 보면 이번 정상회담이 모든 갈등과 다툼을 일소할 방책이 돼 줄지 미지수다.

'고드디우스의 매듭풀기'를 호쾌하게 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든지, 감동으로 일단 야권과의 허니문이 상당 기간 부각될 것이라거나 적어도 상대방을 제압해 버릴 수 있는 압력을 가진 쓰나미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

북측과의 정상회담 이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한 방향성 실종 상황, 이 과정에서 부각되는 여의도 정치와의 갈등이 관건이다.

당장 문제는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꼽힌 '30분 도보다리 밀담'이다. 당초 일정에 없던 것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로 끄덕이며 듣고 문재인 대통령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현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평화 안착에 대해 역설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문제는 이것이 공표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알려지지 않은 내용에 좌우되는 정상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할 수 없다는 반발이 보수 야권에서 불거지고 있다.

2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김정은에게 아양을 부린 사람들이 무슨 염치로 남·북 정상회담을 국회 비준으로 처리하자는 것이냐"며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비준 문제는 이를 국가간 조약 수준으로 실행력을 담보하자는 것으로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의 협조를 얻어 국회 차원의 판문점 선언 의미 부여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에서 정부와 여당의 의도대로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상 어느 당도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없는 등 서로 견제와 힘겨루기가 치열한 탓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와 '정치의 예술'이 전개될 수 있는 상황으로 미화할 수도 있지만, 4월 국회가 사실상 공회전 한 것만 보더라도 대단히 어려운 정국인 게 현실이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한 노력에 국회가 정파를 초월해 협력해야 한다는 요청도 물정 모르는 소리로 취급될 수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서는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북측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더 나아가서는 주한 미군 철수 등까지도 희망하고 우리가 이런 문제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여지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일례로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판문점) 선언 중 비핵화 부분을 포함한 많은 대목의 의미가 모호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적대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부분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의미할 수도 있다"면서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향후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어야 하는데, 왜 국회에 깜깜이 협력을 강요하는지 불만이 표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여당은 물론 야당을 모두 불러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연석회의 등을 가까운 시일 내에 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대강의 그림이 그려진 터에 사진찍기용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경우, 우리 측에 문 대통령의 6월 국빈 러시아 방문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정상회담 이후 국면이 열리고 있다. 이 같이 거대한 수레 바퀴가 도는 상황에 야당 지도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사정 설명을 한다고 해서 과연 이것이 설득과 의견 경청으로 갈지 논란이 불가피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 되어 있는 절차를 통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

이 같은 사정은 문재인 대 여의도 정치로 요약할 수도 있다. 이런 갈등과 대립 문제가 형성된 데에는 우선 현재의 국회 구도가 청와대에 유리하지 않고, 다양한 청와대의 정책 추진 구상에 제대로 협력하지 않는 상황이 제일 크다.

야권이 대통령발 개헌안 추진과 이후 국면, 절차적 문제에 불과한 국민투표법 개정 문제 등에서 몽니 일변도로 대응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만 해도 매번 대단히 힘든 국면을 거치고 있는 등, 문제가 누적돼 온 것에 대한 서운함을 민주당 지지층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층을 중심으로 팽배해 있다.

국회와 정무적 조율을 하는 문제에 청와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오른쪽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 프라임경제

하지만 이런 전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정계 퇴출과 '장미 대선' 정국, 그 와중에서 결집된 문재인 지지층의 그악스러운 공세에 다른 정파와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반작용이 일으킨 효과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경제 패러다임을 기본적으로 바꿔 버리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소통 부족 불만 등 대중적 지지도를 등에 업은 정책 추진에 대한 피로감도 제기된다.

'사람이 먼저'라는 기준에 나는 혹은 우리 정파는 배제돼 있다는 소외감으로 반발 내지 소극적 저항을 하는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대단히 힘센 세력 중 하나인 국회조차 이런 상황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의회민주주의의 실종'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것.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기 전 이력을 보면, 문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에 대단히 신뢰를 하거나 정치공학적 조율 등에 어느 정도 이해도가 높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초기에는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도 평가된다.

조율과 협치 등 대화의 정치를 상대 진영과 하는 데 익숙치 않은 청와대 참모진 출신의 정치 입문 문제가 대선 등을 치르면서 일부 수정됐다는 평가도 많지만, 아직 기저 변화까지 이뤄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정황은 매번 갈등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 대 국회 구도로 대립하는 현상에서 발견된다. 이번 정권 들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되고 있는데, 정부와 청와대가 평양도 설득해 낸 정상회담 성과도 빚어내면서 기성 정치권에 이 같은 구도를 설정, 갖고 가는 것은 문제라는 것.

더욱이 문 대통령 지지층은 공격이 강하다 못해 인신공격적인 측면까지 가미해 각을 세우며 반대파 내지 불필요한 정치인으로 지목된 이들을 몰아세워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조차 통제하거나 공식적으로 말리려는 노력을 청와대 등에서 하지 않는 정황은 '드루킹 여론 조작 논란 및 청와대 인사 청탁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의 발상은 경청할 만하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국면에서 "국회가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회가 북측 민의 대표기구 및 의결기구와 상대해 여러 남과 북 사이의 협력 과정에 대한 법률 등 절차 문제를 논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의 의회와 긴밀하게 평화 협력을 위한 밑그림 구상을 새롭게 시작할 필요도 천 의원은 역설한다.

천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국회 문제 조율을 직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DJ는 평생을 의회민주주의 신봉자로 살았고, 천 의원의 구상 역시 이런 측면을 정면으로 반영한 것이다.

민의를 가장 민감히 받아들이고 겸허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문 대통령이,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꽃인 의회민주주의와 아직 친해지지 못한 점은 아이러니다.

천 의원의 의견을 100%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지금 북측과의 대화에만 치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국내 정치와의 협조 문제를 고려하면서 다음 수를 둘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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