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물 먹이기 배경은 조국? "수사권 조정 아닌 '능멸'"

2018-04-30 10:30:21

- '개헌 국면 다각도 논의' 미명아래 형소법 기틀 파괴 우려

[프라임경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신경전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부처 장관끼리 조정 협상 타결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예상된다.

마치 낚시에서 큰 물고기를 한 번에 포획하기 어려울 때 수면에 끌어내다 늦춰주기를 반복하며 힘을 빼는 '물 먹이기' 전략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직접 만났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대신 검찰의 수사지휘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에 원칙적 합의를 했다고 한다.

사실상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틀이 확정된 것으로 이는 청와대의 검찰 등 권력기관 구조 개편의 작업이 완성됐다는 의미를 가진다. 지난 1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권력기관 대수술을 강조했고, 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기관들의 역할 조정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행안부와 법무부 수장의 협의 역시, 조국 수석과 두 장관이 여러 차례 비공개회의를 한 끝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청와대가 해당 합의를 측면지원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지휘 폐지 추진·경찰 견제 방안 소멸?

합의안은 '모든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라'는 형사소송법 기본 틀을 삭제해 경찰의 기본적인 체질 변화에 길을 터줄 전망이다. 

검찰 송치 전에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며, 수사종결권도 갖는다. 또한 영장청구권에 대해서도 검찰의 전문기관 성격을 부정하고 다른 기관의 불만을 필히 접수해 줘야 하는 대등 성격 강조 구도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영장청구권은 검사가 독점하도록 현행 헌법에 명시돼 있고, 형사소송법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 골자에 따르면, 개헌 전까지는 검사가 영장청구권을 갖는 것을 인정하되, 그 힘조차 대폭 뺀다. 경찰 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검사가 신청해 주지 않겠다고 거절해 버리면 경찰이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권한을 준다는 것.

이는 견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경찰 수사권 독립론자'들의 주장 구조에서 봐도, 경찰 권한 강화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알아서 수사를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결을 해 검찰의 입김 여지가 대폭 줄어든다. 여기 더해 경찰이 꼭 잡아넣겠다고 마음먹은 상대에 대해서는 검찰의 견제에 이의를 달아가면서 다퉈서라도 영장을 얻어내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검찰을 통하지 않고 바로 수사를 마칠 수 있는 힘 자체를 주는 것을 논의하는 게 충격적이고 문제가 크다는 일각의 우려를 아예 뛰어넘어 다른 논쟁 국면을 열어버리는 파격안이 모습을 드러낸 것.

이 안 논의는 물론 최종안은 아니고 여론 수렴 등을 통해 청와대에 수렴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경찰의 독자적 수사종결권 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어 문제가 쉽게 조정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이미 여러 번 불편한 상황에 대한 반대 의사를 청와대 등 요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수석 역시 이 같은 검찰 힘 빼기 상황의 최종적 책임자로 지목하기 어렵다. 그가 현행 형사소송법의 검찰 권한 문제와 대통령발 개헌 추진에 대한 '관계 해석'에서 일단 몰아치기를 자제하는 모습을 공식적으로 보인 바 있기 때문.

조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추진 국면에서 사흘간에 걸쳐 내용 설명에 직접 출동한 바 있다. 이때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형사법학자 출신(울산대에 이어 서울대에서 교수 생활)인 그가 직접 짚어주고 해석을 한 바 있다.

자치경찰제 맞서자 '예비탄환'이 檢 발목 잡았나

이때 그는 "형사소송법에 영장 청구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는 국회가 결정해야 할 몫"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영장청구권이 (설사 개헌으로 삭제되어도)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것이 헌법 사항인지 자체에 의문을 갖고 있고 청와대발 개헌안은 이를 짚기는 하지만, 실제로 헌법 개정이 되어도 그 실질을 국회가 면밀히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발언은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헌안이 국회의 1차 마크 검증망을 통과해 국민투표를 거쳐 실제로 처리될 상황이면, 형사소송법 개정은 더 쉽지 않겠냐는 것.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맨 왼쪽)과 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 끝)의 모습. 이 둘은 경찰 수사권 독립 검토 과정에서 서로 불편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 뉴스1

어쨌든, 이번 합의 이슈에서는 영장청구권을 판사들과 동등한 수준의 정부 내 법률전문가 집단인 검찰에만 주느냐의 당시 논의와 우려를 넘어서는 것이다. 영장청구권 독점을 헌법 조항에서 삭제하는 이상으로 경찰의 힘을 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 수석처럼 사법시험 출신이 아닌 순수 학계 출신인 박 장관이 코드를 알아서 맞춰 움직인 작용이 이번 일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조 수석이 박 장관을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취향과 학술상 연구 경향, 정책에 대한 강경 진행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얘기다.

연세대 졸업 후 독일 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박 장관은 모교에서 오래 강의를 하다 발탁된 인사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규제 관련 강성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조 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은 경찰 수사권을 독립시켜주자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아이디어에 반발하는 검찰에 직접 찍어누르기를 하지는 않아 왔다. 나름대로 예우를 한 것이기도 하나, 보기에 따라선 머슴과 상전이 직접 이야기할 상대가 아니지 않냐는 식으로 일관해 왔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3월29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권 독립 운운하려면 먼저 자치경찰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 것을 견제하는 구도를 보면, '예술 수준의 염화시중 이신전심 협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드러난다는 풀이도 나온다.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친정부 성격의 각종 기구들이 검찰 견제와 포위망 구성에 어떤 식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문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반격이 4월2일 터져나왔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검찰이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의 전면 추진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한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순관 자치분권위원장은 2일 "자치경찰의 도입을 민주주의 초석인 자치분권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보다 정부기관간 권력배분의 갈등문제로 번지게 하는 단초를 제공해 자치경찰 추진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경찰의 추진은 수사권을 포함한 중앙집중적 경찰력에 대한 민주적 제도설계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는 바 특정제도의 사회안착에 완전한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추진의 불가능을 말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도 비판을 이어갔다. 

물론 이쪽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 아니라는 지적도 유력하다. 이미 전달 15일에 검찰 요로에 자치경찰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 달라고 타진했는데, 왜 자치경찰 문제를 가장 핵심적으로 잘 아는 우리를 빼고 그런 문 총장 발언이 터져나와야만 했냐는 주장이기 때문.

하지만 검찰로서는 자기 고유업무를 강제조정당하는 국면이고, 다른 주요 기구인 조 수석 등은 직접 협의 대상으로 자신들을 봐주지 않는 터에 반대로 지방자치 문제를 연구하는 쪽에까지 의견 개진을 요청(요구)당하는 이상한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총체적 검찰 힘 분산을 위해 국가 기관 전부가 협력해 움직리는 집단 따돌림 상황은 분명 아닌 것이나, 기실 대단히 모욕적이고 총체적으로 전국 검사들을 모두 능멸하는 구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조 수석이 지난 브리핑에서 지방자치 분야에서 자치경찰 문제를 심도 깊게 짚지 못했다는 풀이도 적지 않다.

그런 터에 자치분권위원회는 2020년에는 전국 전면 자치경찰제 시행 등도 호기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경찰 관련 다양한 이슈를 엄연히 (아직은) 그 지휘권자인 검찰만 빼놓고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개혁 질주로 다루고 있다는 '검찰 패싱' 상황이라는 얘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막상 검찰이 자치분권위원회에 의견서를 제때 내지 않고  미적거린다는 식의 기사도 내고 있으나, 이 같은 구도라면 "만들어 놨던 의견서라도 없애고 전면 반대로 의사 몽니를 부려도 될 감정의 골 상황"이라고 한 변호사는 개인 평가를 이야기했다.  

이런 터에 경찰 측에서 다양한 여론 수렴 및 우호 여론 조성 노력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점 역시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일부 하위직 경찰관들이 지역 언론 등을 주로 접촉, 개별적으로 기고문을 다수 내고 있다.

수뇌부의 묵인 내지 독려와는 무관하다는 게 언론계의 분석이지만, 각 기고문이 각양각색으로 논리 전개를 하면서도 앵무새처럼 읊는 부분이 경찰식 아전인수와 상황 호도를 강력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2011년 6월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수사개시·진행권을 보유하게 됐으나 이와 양립하기 어려운 경찰의 모든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이 함께 형소법에 명문화돼 있다"는 취지가 여러 기고문에서 공통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경찰관들의 공감대일 수도 있고 개헌과 형사소송법 개정 등 가능성이 소용돌이치는 대격변 국면에서 특정 집단이 자기 이익을 위해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모든 일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다는 도취감이나 흥분 때문에 국회가 왜 애초 이 같은 입법을 했는지, 즉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하면서도 검찰에 브레이크를 재차 쥐어줬는지 취지를 몰각하고 있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다.

2011년 형사소송법 개혁에 대한 경찰관들의 기고만 보면 대단히 검찰에 우호적이고 경찰 입마개를 씌운 것으로 보이나, 막상 이 당시 검찰이 대단히 반발을 할 정도로 이 안은 친검찰적인 게 아니었다.

검찰의 별인 검사장급들부터 줄지어 옷을 벗겠다고 나섰고(실제로 항의성 퇴직을 결행한 이도 있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조차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한다고 불만을 표명한 것.

심지어 경찰이 수사권 독립 구상 전반의 금과옥조처럼 외치는 선진국 예를 봐도 어느 정도의 통제는 오히려 필요하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과거 검찰 간부로 일하던 시절, 경찰과 검찰의 권한 문제에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검사 힘이 센 게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신동아 기자에게 "프랑스에 가 보면 검사가 현장에 나가면 사법경찰의 일은 그 자리에서 스톱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1993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사법경찰에 대한 고등검찰청 검사장의 근무평정제도를 신설해,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검사 등으로부터 매년 관내 사법경찰 평가 결과를 제출받고, 이를 법원 등에 전달할 길도 마련했다.

검찰 제도와 검사들을 총체적으로 물 먹이기 시도하는 듯 굴러가는 현재의 상황은 과연 모든 일이 알아서 서로 맞물려 조화롭게 움직인 결과인 것일까?

이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적 소명과 우리 사회의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유력하고, 그 과정에서 각자 노력하는 많은 이들의 선의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 '섭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이가 누군지 혹은 그 의사가 무엇인지 합리적 의심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추가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추가 문제 풀이에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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