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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한반도 평화의 시작 '스포츠 교류'

민간단체 및 지자체간 스포츠 교류 절실

김재현 칼럼니스트 | agent007@dreamwiz.com | 2018.05.05 00:22:38

[프라임경제]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을 기점으로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알려진 농구, 과거 남과 북이 정기적으로 교류해오던 축구, 남북단일팀의 역사적 우승을 기록한 탁구 등 판문점 선언에 스포츠 교류가 명시되며,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전환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 교류는 이미 분단이후부터 남과 북의 중요한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

최초로 남북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튼 것은 1957년 6월10일 북한 올림픽위원회가 국제체육대회에 남북 단일팀 구성 출전을 제의하면서였으나 진전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남북체육회담이 이뤄진 것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동서독의 전례에 따라 IOC에서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요청하자 스위스 로잔에서 처음으로 남북체육회담이 개최되면서다.   

그러나 이 또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어진 1979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1980 모스크바올림픽, 1981 LA올림픽의 단일팀 구성과 1988 서울 올림픽의 공동개최를 논의하기 위해서도 회담이 개최됐지만, 이 역시 의견차 때문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시도는 계속됐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역시 단일팀 참가는 무산됐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단일팀 참가를 대신해 남북한 공동응원팀이 결성됐고 처음으로 한반도기가 등장했다. 

작은 변화가 가져온 남북간의 교류는 소통의 시발점이 됐다. 1990년 베이징에서 남북체육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통일축구대회 개최가 결정되며, 통일축구대회가 평양과 서울에서 번갈아 열렸고, 이를 기점으로 이듬해 남북체육회담이 개최되면서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할 단일팀 구성이 합의되기 이르렀다. 

1991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 선수권 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단일팀이 구성됐고, 국제대회에서 한반도기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평화의 분위기도 잠시 1991년 세계대회에 참가했던 북한유도선수의 망명과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북한의 폐쇄 정책으로 스포츠 교류는 중단되었고 더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1998년부터 민간 부문에서 스포츠를 매개로 한 교류가 이어졌지만 국제대회의 단일팀 구성은 다시 결렬상태로 접어들었다. 스포츠 교류는 이처럼 분단 이후부터 진전과 결렬을 반복해왔다. 

북한은 2018년 신년사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국 전략자산 배치중단 등을 요구하며 평창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계기로 남북 당국간의 초보적인 신뢰가 형성됐다. 

이는 2018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합의 등으로 이어졌으며 남·북·미 정상회담 추진에 따른 북한 비핵화 진전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고려한 스포츠교류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실천적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 최초 동계올림픽 유치와 국제종합대회 최초 남북단일팀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현 정부와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평창올림픽을 남북평화올림픽으로 개최하기 위해 올림픽 대회 기간 휴전결의안을 채택 및 발표했으며, 북한 선수단 참가 가능성을 열었다.

비록 북한 선수단 참가는 결렬됐지만, 이는 남북간의 오랜 단절을 깨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은 2007년 이후 11년만에 공동입장을 하고, 1991년 탁구와 축구 단일팀 결성 이후 27년만에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결성해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결과는 전패였지만 남북의 하나된 응원은 국민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성황리에 마무리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앞서 이야기한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서 적극적인 스포츠 교류를 언급한 것을 미뤄 볼 때 남북관계개선을 지속적으로 발전 시키기 위해서는 비정치적이고 비경제적 스포츠 교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018년 3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국민여론조사에서 실시한 북한 인식 조사 결과에 의하면 북한에 대한 인식이 '경계 내지 적대 대상(42.5→32.6%)'으로 보는 시각에서 '협력 내지 지원 대상(39.9→50.1%)'으로 보는 인식이 증가했다. 

이는 과거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혐오' 정서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점차 변화해 북한을 협력 내지 지원 대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이 증가했고, 한반도 정치·군사적 긴장완화 노력은 국제사회에서도 호평을 듣게 된 것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다가오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단일팀 구성을 하는 것에 합의했으며,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에서 농구, 탁구, 체조, 유도, 정구, 카누, 조정 등의 종목에서 조건부로 남북 단일팀 구성의사를 확인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단일팀 구성이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의 첫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통일국민협약 내용에 남북 스포츠교류의 제도화가 포함돼야 한다.

이는 향후 남북간에 정치적, 사회적, 외교적으로 위기가 생길 때 남북의 정례화 된 스포츠교류를 통해 남북한 화해 협력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1989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며, 독일통일을 이끈 것 중 하나가 동서독의 스포츠 교류라는 견해가 있다.

동서독은 1951년부터 1955년까지 불과 5년 동안 200여 회에 걸친 접촉과 회담을 가졌고, 올림픽 단일팀 성사 후 1957년 한해 동안 무려 1530회의 스포츠교류를 실시했다고 한다. 또한 스포츠 교류를 위한 의정서를 마련하며 스포츠교류를 확대했다.

이는 단순한 교류가 아닌 스포츠의 사회·정치적 통합기능을 통해 상호교류 증가, 민족화합 및 동질성 유지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민간단체 및 지자체 간의 스포츠교류를 통해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민간 부문의 교류와 협력사업이 복원되고 활성화 되고, 그동안 중단된 남북 공동기념사업 행사를 재개해 남북한의 화해협력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청년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사고의 유연성이 있고 통일의식에 대해 빠르게 성장 할 수 있다. 청년들이 통일인식을 제고하고 객관적으로 북한의 이해를 돕고 평화에 대한 생각을 제시할 수 있는 스포츠 이벤트 프로그램 개발과 실천 가능한 스포츠 이벤트 사업과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양한 스포츠 경기의 교류도 있겠지만, 남과 북의 젊은 청년들이 함께 손을 잡고 서로 일으켜주고 응원하면서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함께 종주하는 감동의 이벤트를 상상해본다.

꿈은 이루어 질 것이다. 평화를 향한 대전환. 한반도의 봄이 영원하기를 기대한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명지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  대한체육회 마케팅위원회 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 저서 <나는 이렇게 스포츠마케터가 되었다>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기록으로 보는 한국 축구 70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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