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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운전자론 체면 세워준 정의용 '노마지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5.11 13:36:20

[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낮 청와대 브리핑룸을 찾았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거창하게 여는 대신 출입기자들이 기사를 쓰고 송고하는 모습을 둘러 보고 잠시 환담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그 뒤를 따른 수행 공직자 중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도 있었다.

이미 이때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싱가포르로 사실상 기울던 때였다(그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글을 통해 '내달 12일, 싱가포르'를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북측과 미국이 대화를 나눈 후 연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왼쪽에서 3번째)이 기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새춘추기자단

물리적 이행 난점 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측과의 대화가 어떻게 매듭지어지든 우리 측과 막바로 3각 정상회담을 하는 걸 실제로 반기지 않는다는 의중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들을 만난 정 실장의 미소는 담백했다. '할 바를 다 했고, 이제 하늘의 뜻만 남았다'는 달관한 자세가 느껴졌다.

정 실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줄곧 공직을 맡았다. 직업 외교관으로서 국가에 봉사하던 그는 17대 국회에는 비례대표로서 의정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미 대선' 이후 그가 발탁, 청와대에 입성하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운동권 출신이 득세한 문재인 청와대'와 궁합이 맞지 않는 색채의 인물이라는 평과 1946년생으로 고령인 점에서 중책 소화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실제로 북한 핵무장 이슈가 터지자 그의 피로감은 가중됐다. 북한이 핵과 ICBM 카드를 흔들며 미국에 직접적으로 맞서자 일본과 우리의 안보 불안감이 높아졌고, 안보 이슈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국가와의 긴밀한 협력을 추구해야 하는 청와대 업무 전반에도 그가 막중한 1급 도우미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역할을 건강히 떠받치면서 묵묵히 밀고 나갔다.

그가 잘 아는 백악관 외교안보라인이 줄줄이 교체되자 업무 어려움이 높아질 것이라는 곤혹스러운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미국에 우리의 입장을 잘 전달하고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그의 실력과 성과는 이런 난이도 상향 조절에도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그가 청와대 참모진 등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전문적 식견으로 방향을 잡아 양국 관계를 긴밀히 만들어냈다는 풀이가 나온다. '대화할 만한 나라'로 이미지 메이커 역을 한 셈이다.

더욱이 평양에 우리 정부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가, 우리와의 정상회담은 물론 북한과 미국간 정상회담 물꼬를 트기도 했다. 아직 연부역강한 청와대 참모진들 사이에서 외교안보 보따리를 줄 꾸리고 둘러매고 잘 뛰는 보부상 같은 솔선수범을 하고 있는 것이다. 

늙은 말의 지혜나 노익장 이상의 찬사가 필요하다는 호평이 기자들 사이에 높다. 한반도 운전자론의 체면을 살린 것은 물론 근육을 붙여준 공신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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