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공부 덜 된 정세균, 국회법 무시까지…향후 행보는?

2018-05-11 14:53:38

[프라임경제] 정세균 국회의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근래까지 그는 의장직 수행 이후에 대권 도전을 하지 않고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국가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점쳐졌다. 사실상 정계 은퇴나 칩거를 하되, 국가 현안에 아이디어 표명 정도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셈.

하지만 근래 그의 움직임에 또 대권병이 도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가 처음 대권병 논란에 휘말린 건 2016년 9월. 일명 '개회사 논쟁'인데,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사드·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 등을 언급해 정쟁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대화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의 모습. ⓒ 뉴스1

이때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치인이 의장직을 맡으면 다들 대권병에 걸린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야당 부대변인 정도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국회의장께서 말씀하셨다는 것이 섭섭하다"고 짚었다.

물론 정치적 의견을 말하고 어젠다를 설정해 국회를 끌고 나가는 것도 의장직에 따르는 힘이고 정치인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불필요한 정쟁이나 오해를 막고자 의장 선출시 당적을 잃도록 하는 등 불편부당성을 강조하는 시스템의 기본 정신을 생각하면 이렇게 논란을 촉발한 게 잘한 일은 분명 아니라는 비판이 당시 대두됐다.

실제로 홍 의원은 정 의장이 비판론에 대해 '정책적 중립 의무는 없다'고 가볍게 받아친 발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었다. 홍 의원은 "국회의장 개인으로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만 실질적으로 그게 중립도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의장 공부 더 하셔야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때 정 의장은 '한 술 더 떠서' 자기를 공격하는 보수정치인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대권병 발언이 나온 이후, 정 의장은 오히려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당시 청와대(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 시절)를 곤경에 빠트렸다. 김재수 당시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가 늦춰지자, '차수변경'으로 대정부 질문을 종료시켰던 것.

당시 무리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비등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당한 조치였다고 정 의장을 옹호하는 이들도 많았다(예를 들어 박찬종 변호사가 정 의장 행동을 긍정하는 입장이었다). 어찌 보면, 의장 스스로가 정쟁을 일으킨 셈.

한편 정 의장은 최근 '의회 외교'에 치중하다 다른 국회의원들과 교섭단체의 업무 시간 데드라인을 멋대로 앞당겨 긋는 무리수를 뒀다는 평도 들었다.

현재 국회는 공회전 중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및 청와대 민정라인 접촉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하는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 달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사안이 못 된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문제는 이 드루킹 논란이 권력형 비리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지방선거 출마 희망 국회의원들의 사직원 처리 이슈까지 함께 발이 묶였다는 데 있다.

추경 처리가 안 돼 정부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 기획재정부 같은 경우에는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느라 장관이나 차관이 꼭 필요한 해외 출장도 미루면서 여의도쪽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의원 사직서 처리 등은 최대한 시간을 잡아도 14일까지, 즉 대단히 빠듯한 타임 테이블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서 정 의장의 몽니가 발동됐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협상의 막을 자신이 해외 일정을 나가야 한다며 8일까지 해 달라고 자른 것.

그가 이렇게 나선 것은 여러 정당을 압박해 타협을 촉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의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화 가능성을 사실상 축소해 버리는 조치를 한 것이라는 풀이도 제기된다.  

실제로 그의 8일 교섭 시한에 비판이 일부 나오자, 슬그머니 출국 일정 취소를 결단하기도 했다. 또 협상의 와중에서 이런 문제점까지 겹치면서, 연쇄 화학작용으로 일이 더 꼬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히 국회 외교, 다른 나라 정치권과의 교류가 필요하고 깰 수 없는 선약이었다 해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없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법 제12조상의 국회의장 사고 상황에 부의장 권한 대행 조항은 이번 국회 공회전과 이를 해소할 긴박한 협상 같은 현안이 있는 경우, 활용이 가능하다는 해석론이 대두된다. 국회 사무처 의사과에 문의해 본 결과, 장기간 의회 외교로 자리 비우기가 요청되는 상황에서도 이 사고시 대행 규정은 활용 가능하다는 답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추가 질문인 "추경 처리도 부의장이 대행해서 처리가 되는가?"에 대해서도 "부의장 중 1인을 지정하기만 하면 (추경 등 처리도) 된다"고 답했다.

한 변호사는 "(국회법) 제12조의 사고란 유고 즉 생사불명 등 문제 상황을 말하는 것인지 논의가 엇갈릴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번 경우에는 사고 사례 활용을 하는 게 더 낫다고 풀이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이라면 의회를 대표하는 인물로서의 외교적 의무와 국내 정치 문제의 조율도 가능했을 것인데 그 마지막 수단을 외면한 건 아닌지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의 의장 공부는 언제 마무리될까? 본업인 의장직 수행과 원만한 국회 운영 너머의 뭔가에 마음이 가 있어서 한껏 힘이 들어간 발언만 내놓는 게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의장 권위 세우기에 국회 공회전이 오히려 더 꼬인 것은 아닌지 본말전도 안타까움도 부각된다. 

실제로 정 의장은 이제 의장 대접이나 정치권의 큰 어른 대우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그가 '직권 상정' 가능성을 타진하자, 자유한국당에서는 더 극한 투쟁을 하겠다며 반발하는 등, 의장의 정쟁 촉발 논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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