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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항공 사태, 내부고발자 처우의 적나라한 민낯"

정국정 공익제보자 모임 대표 "법 개정·유관기관 전문가 해법·지속적인 관심 가져야"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8.05.15 18:15:48

[프라임경제] 최근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갑질 사건으로 내부고발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근황이 재조명됐다. 동시에 내부고발자로서 그가 받아야했던 회사와 동료들의 부당한 대우와 시선이 낱낱이 밝혀졌다. 이에 우리 사회 내부고발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국정 공익제보자 모임 대표를 만나 그들이 처한 현실과 처우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내부고발자, 법률용어로 공익제보자들 모임의 대표인 정국정씨는 지난 1996년 LG전자 납품비리를 고발한 내부고발자다.

정 대표는 당시 본사와 하청업체 사이의 비리 의혹을 발견, 회사에 고발했다, 회사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행동을 했음에도 정 대표는 동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직무태만을 근거로 돌연 해고당했다. 그 이후 그는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LG전자를 상대로 장기 소송을 벌이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투쟁해왔다.

정국정 내부고발자 모임 대표. = 남동희 기자

공익제보자 모임은 이처럼 기업, 국가 기관 등 공동체의 공공의 이익을 위해 비리를 폭로했음에도 오히려 배제당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야했던 이들 60여 명이 모여 만들어졌다.

정 대표는 회원들 사례를 통해 보면 기업, 국가기관 등 거의 모든 단체에서 내부고발자들이 처하게 되는 상황과 수순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단체의 비리를 고발한 순간 ‘고자질쟁이’로 낙인찍혀 따돌림을 당하고 공동체로부터 버림받게 된다는 것.

이어 그들은 대부분 장기 소송에 휘말리게 되며 금전적, 시간적 압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지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공익제보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지속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법적으로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호를 강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 짚었다.

또한 실효성 없는 신고제도와 신고처의 역할 등이 공익제보자를 더욱 난처하게 만드는 요소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공익제보자에 대한 처우 개선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고 민관 단체에서 내부고발 필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공익제보자모임 회원들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달라.

▲공익제보자들이 내부 고발 후 처하게 되는 상황과 단체가 가하는 불합리한 대우가 거의 비슷하다. 이가 명백히 드러난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겠다.

먼저 CJ 프레시웨이 영양사였던 박모씨의 경우다. 그는 꽁치 제품에 기생충이 들어있음을 발견했고 이를 시정해줄 것을 본사에 알렸다. 그러나 오히려 문제제기를 한 그를 회사는 해고했다.

그는 이 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그를 복직시키기보다 사지로 내몰았다.

LG전자 사내 비리를 고발했던 내 경우와도 비슷한데, 트집을 잡아 계속 소송을 거는 방식으로 내부고발자를 벼랑 끝으로 몬다.

예를 들면 회사 관계자가 금전적인 보상을 하겠다며 내부고발자를 회유한다. 부당해고 관련 소송을 취하하면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식인데, 이에 조금이라도 ‘금전적으로 힘들다’ 등의 동조 발언을 하면 사측은 이를 녹취해 곧장 공갈 협박 미수로 공익제보자를 고소한다.

이런 회사의 태도는 거의 모든 사례에서 나타난다. 공기관이라 해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처우는 낫지 않다.

전북소방재청에서 근무했던 심모씨도 내부 인사비리를 고발했지만 공익제보에 대한 사례는 커녕 이 일로 파면 당했다. 그 후 복직을 위해 갖은 수를 썼지만 공무원 정년기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의 해고가 부당함이 판명났다.

-공익제보자들이 겪는 부당함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무엇인가.

▲공익제보자들 대부분이 장기 소송으로 지쳐간다. 또 사회에서 고발자라는 낙인, 그로 인한 재취업 기회 박탈, 나아가 이로 인한 금전적 어려움 등이 있다.

덧붙여 공익을 위한 일을 했음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정신적 피해 등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것들.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해 바뀌어야할 것들은 무엇이 있나.

▲공익신고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절실하다. 일단 먼저 현행법을 통해 공익제보자들은 보호 받을 수 없다. 공익 신고자보호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익 침해 행위의 예방과 확산 방지 및 공익 신고자 등의 보호지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한다.

'노력하여야한다'는 의미는 사용자에게 공익신고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 공익신고자를 부당하게 대한다 해도 처벌하는 조항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말뿐인 공익신고자 보호법인 셈이다. 강화 제정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언론, 시민단체까지 공익신고처를 확대해야한다. 현재 공익신고자로 인정되는 이들은 국가권익위원회 등 국가 기관, 국회에 신고한 이들만이다. 국가 기관보다 국민들과 더 가까이 있는 시민단체나 언론에 제보한 이들도 공익신고자로서 인정 해줘야한다. 

국가 기관에 신고하는 절차가 복잡해서, 대응이 느려서 공익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밖에 국민권익위원회 등 유관 기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권익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익 제보를 하려면 피신고인의 휴대폰 번호, 신고인의 실명 거론 등 문제가 있다. 내 케이스는 피신고인이 LG전자 회장이었는데 회장 휴대폰 번호를 아는 이가 몇 명이나 되나.

또 공익신고자들 대부분이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아한다. 그런데 실명을 언급하지 않으면 제보자체를 할 수 없다. 너무 배려 없는 신고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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