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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친절에 가려진 '불편한 현실'

공공부문 상담센터 처우개선 토론회 "서비스 '최일선'에 선 이들 도와야"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5.21 10:21:14
[프라임경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기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들, 바로 '상담사'다. 하지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친절한 메시지 이면에는 낮은 처우와 고용불안이라는 그림자가 남는다.

특히 공공부문 상담사 역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고군분투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윤경 의원실



지난 3일 제윤경의원실과 공공연대노동조합 주최로 개최된 '공공부문 고객상담센터 종사자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 방안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 3월30일 산업안전보건법(감정노동자 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상담사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만명에 육박하는 공공부문 상담사의 업무환경 개선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공부문 상담사는 대부분 위탁용역회사에 고용돼 최저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으며,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기관의 '얼굴'임에도 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부위원장은 "공공기관은 효율성 증대와 서비스 만족도 향상이라는 취지로 고객센터 대다수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 중"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하고 "민간 위탁을 맡긴 기관의 관리감독 소홀로 열악한 근로조건, 저임금, 인권침해, 성희롱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노동조합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한 공공기관 고객센터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라며 "상담사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었으며, 서비스 품질 향상이라는 명목 하에 성과급제를 실시하는 등 과도한 스트레스를 방조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공공에서 고객센터를 위탁했다고 하더라도 관리감독의 책임은 위탁기관이 져야 하지만 개별 직원에 대한 노무, 인사관리를 수탁기관에서 관리하는 현 구조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즉, 상담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작년 7월20일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부문 상담사의 정규직 전환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위탁업체에서 단순 인력을 제공한 경우만 정규직 전환 1단계에 적용됐을 뿐 그 외 인력은 3단계로 분류돼 여전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상황이다.

박대정 고용노동부 공공기관 노사관계과 사무관은 "기관별로 콜센터 업무 비중과 형태가 달라 전환 대상의 단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못했다"며 "하반기에는 3단계 전환자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사 정규직 전환이라는 '방향'이 정해진 만큼 업계에서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악성 민원에 스트레스? "관리자 압박이 더 심해"

상담사의 업무 강도를 수치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감정노동자로 불리며 스트레스와 압박에 노출돼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업무 특성 상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상담사에게 내부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콜센터 종사자 처우개선과 감정노동권 관련 쟁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상담사들이 면담을 통해 밝힌 사례를 직접 발표했다.

면접참여자의 증언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압박형 통제가 일반화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 교수는 "증언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업무 압박이 커서 업무 수행속도, 업무 시간 스케줄과 병가 사용에 대한 재량권이 없고, 심지어 휴게시간 사용에도 제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무노조 사업장에서는 노동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휴게권 박탈, 시간압박에 의한 성과통제, 초과근무 강요 등이 일상처럼 자행됐다.

권 교수는 "대다수 팀장들은 사내 메신저를 통해 개별 상담사의 시간당 콜 수, 예상 1일 콜 수, 후처리시간, 휴게시간 사용률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 실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라며 "자리에서 이석하거나 후처리시간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도록 종용함으로써 통화종료와 동시에 통화가능 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상황을 지적했다.

다음은 권 교수가 공개한 면접참여자 증언 중 일부다.

"노조 설립 전에는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휴식시간이 1시간이었는데 화장실 가는 것도 여기 다 포함 됐어요. 그리고 퇴근하기 10분 전에 대기하라고 해요. 그 날 실적이 나쁘면 강제로 연장근무를 시키는 거죠. 휴가도 마음대로 못썼죠. 아파서 급하게 연차를 쓰려면 나와서 보고하고 들어가라고 했어요."

"예전에는 내가 받은 콜 수와 실제로 통화한 시간만 봤는데, 지금은 내가 전화를 받기 위해 대기한 시간까지 다 봐요. 콜이 있든 없든 나는 항상 책상 앞 에서 대기해야 하는 게 문제인거죠. 업무량은 정말 많아요. 업무강도가 정말 높아요. A 수준을 받으려면 30분 중 27분 정도는 항상 대기 태세로 있어야 해요. 화장실은 뛰어갔다 와야 해요. 전화를 받으려면 저희가 대기 상태라는 버튼을 클릭해야 하는데 그게 항상 눌러져 있어야 하는 거죠."

"시간당 콜 수를 전체 팝으로 공지하고 압박을 했어요. 사내 메신저가 있다 보니 전체 사내 팝으로 팀 내 공개를 해요. 전산 업무를 하다 보면 후처리시간이 필요한데 여기에 예외 사유가 없어요. 후처리가 2, 3분 지나간다 싶으면 고성을 질렀어요. 화장실도 순번제로 갔어요. 노조 결성 전에는 화장실 가는 시간 포함한 휴식시간이 하루 20분이었고, 넘으면 사유를 얘기해야 했어요. 심지어 화장실에 오래 있게 되면 변기에 앉아서 문자를 보내야 했어요. 저 배가 아파서 좀 늦는다고."

"예전에는 저희를 심하게 하대하고 화장실까지 쫓아와서 빨리 나오라고 소리 지르고, 압박하고… 언어폭력도 심했죠. 팀장이랑 안 맞아서 떠난 분들도 제법 있었어요. 관리자분들이 기본적으로 상담원들을 많이 무시했어요."

권 교수는 "비인격적 성과 통제를 개선하고 상담사의 직무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상담사는 스크립트에 대한 높은 수준의 기계적 의존도를 창출하고 표준화된 작업 루틴과 절차 속에 최대한 많은 콜을 처리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과도한 목표를 부과함으로써 상담사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심한 반면 재량권은 낮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공공부문 고객상담센터 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태를 점검하고 종사자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제도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같은 당 제윤경 의원 역시 "노동에 귀천이 없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줄어드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감정노동과 고용불안에 처해 있는 상담사 처우 개선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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