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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계판 방탄국회 바라나"

차등권의결·황금주제도·포이즌필···재벌보호 법안 즐비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05.23 14:17:02

[프라임경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절실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상당수 소시민들은 너무도 많은 불공정과 비합리적 사회에 길들여졌음을 알았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먹은 주인공 '네오'처럼, 너무 많이 알아버린 죗값을 일련의 피로감으로 느끼고 있다.

소소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한지라,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기업의 이야기로 갈음하고자 한다.

최근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논란에서 촉발된 재벌그룹의 상속 논란이 법적 재제 영역으로 비화되고 있다. 근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주저앉았다.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등 경영투명성을 해치는 요소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국민 상식이었고, 과연 정체가 궁금한 '엘리엇'과 국제 자문평가단 'ISS'가 나서면서 이야기는 한 층 복잡했다.

물론 '엘리엇 사태'로 통하는 해외 자본의 국내 경영권 위협에 대한 입법적 방어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다만 행동주의 헤지펀드, 즉 직접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를 키우려 하는 순기능을 대기업의 입법로비로 억압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 게 사실이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해 비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 역시 '(소액)주주이익'과 경영투명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재계와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경영권 방어 입법안에 모순점이 적지 않다고 일갈했다.

박 의원은 23일 "재계가 요구하는 경영권방어장치는 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영권방어장치와는 사뭇 다르다"며 "비상장기업, 특히 창업주에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 '차등권의결제도' '황금주제도'와 적대적 M&A(인수합병)일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포이즌필'을 모든 기업에 허용해 달라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즉, 공시 의무가 없는 소규모 비상장사와 창업주가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방어권을 현재 재벌 대기업이 입법을 통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확대해석하려 한다는 얘기다.
 
그는  "상식을 무시한 채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공정한 경우에도 경영권방어장치를 도입해달라는 것은 후안무치한 요구"라고 일갈했다.

재벌개혁이 단순히 '나보다 많이 가진, 부자들이 미워서' 하는 1차원적 요구는 아니다. 성역처럼 다뤄졌던 '낙수효과'의 허구성을 상당수 직장인, 생업에 몸을 바쳤던 이들은 안다.

'반개혁'이라는 사상적 어휘가 아닌,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경제정의가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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