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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통역도 무시한 트럼프, 이번엔 직접 북한 말버릇 공격

임자 만난 김정은, 기존 밀당 북한 대외 전략 전면 수정할지 촉각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5.25 00:09:32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갖기로 했던 정상회담 일정을 파기했다.

24일(현지시각) 그는 공개 서한을 통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언행에서 적대적인 태도를 읽었다"면서 "지금은 좋은 때가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식 외교 밀당을 완전히 격파하지 않고서는 북한 핵 이슈를 완전히 풀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미국의 정상회담 기록을 전편 공개한 미국측 자료. ⓒ 백악관

이미 징후는 있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북·미 정상회담 조건부 취소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이 발언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이었다. 한국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강한 언급을 했지만 묻혔다.

김 위원장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워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강요하면 (싱가포르) 회담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 조건부 취소 발언은 불과 6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최후 통첩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스러운 심리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감지됐다. 문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을 대단히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했다.

한국 풀기자단이 문 대통령에게 "북 태도 변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어떻게 할지?"를 묻자, 문 대통령이 우리 말로 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을 들을 필요가 없다. 전에 들었던 얘기일 것이라고 본다. 여러분 수고했다"며 통역을 막아 버리고, 회견을 일방적으로 끝냈다.

유머로 보기에는 지나친 외교 결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의 공식 언론제공 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통역이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좋을 말일 것"이라고 한 것으로 해석돼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청와대가 취지와 다르게 전달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을 자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사용한 풀에는 심한 의역이 들어가 있다. ⓒ 백악관

급기야 24일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A+ 이야기를 하고 화기애애한 상황에서 '들을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는 게 분위기와 다른 생뚱맞은 해석이 아니냐"고 결례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북한의 대외 전략에 아예 회담 취소 통보를 택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에 적대적으로 나오는 집단에는 강한 불만을 여과없이 폭발시킬 수 있음을 과시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공격적인 어투와 선동 전략이 한국과 미국 사이의 정상회담도 망쳤고, 자신들의 싱가포르 회담도 뒤엎은 것이 됐다. 

이번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교 역사상 정상회담 추진 일정을 중간에 일방적으로 깬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취소·연기 결정을 과감히 할 정도로 북한에 비판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VID)에 합의할지, 아니면 앞으로도 국제 사회와 대화를 포기하고 고립과 제재에 시달릴지 결정하라는 백악관의 반격이다. 북한은 공격적인 말버릇을 이전부터 사용해 왔지만, 임자를 잘못 만나 이번에는 혹독하게 시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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