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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덕수궁과 구의역 사고에 스며든 책임

 

신정연 기자 | sjy@newsprime.co.kr | 2018.05.25 10:31:43

[프라임경제] 미세먼지가 없는 주말 휴일. 덕수궁을 들러 서울 역사 유적을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수궁은 현존하는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서양식 건축물인데요. 석조전(사진)은 국내 최초 서양식 건물로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죠.

ⓒ프라임경제

덕수궁에는 두 가지 행궁의 역사가 스며들어있는데요. 1592년 임진왜란 때 의주로 피난 갔던 선조가 다시 한양에 돌아와 월산대군의 저택이었던 덕수궁을 행궁(行宮)으로 삼았던 적이 있습니다.

또 1985년 을미사변이 일어난 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다가 1897년 2월 덕수궁으로 환궁했었죠. 이렇게 덕수궁은 조선에 두 왕이 자신의 책임을 져버린 이후에 안식처로 삼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현재의 사회에서도 책임을 미루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요. 최근 서로 책임을 미루다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2년 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19살 김 모 군이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오는 28일은 김 군이 사망한지 2주기가 되는 날이기도 하죠.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와 외주업체 은성PSD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사고 현장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을지로4가역에 또 다른 신고가 접수됐고 김군은 1시간 이내 현장 도착 매뉴얼을 지키기 위해 혼자서 수리를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당시 무려 50개에 달하는 역을 평일에는 6명, 공휴일에는 5명의 직원이 담당했으며, 외주업체 선정이 최저입찰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용역업체에선 그만큼 직원들의 인건비를 낮게 책정해왔습니다.

당시 서울메트로와 외주업체는 서로의 잘못을 미루며 사망한 김 군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했습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하청업체를 사용하고 인건비를 축소해서 충분한 인원을 유지하지 않은 것이 사건의 문제였지만,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원인을 하청업체의 책임으로 떠넘겼죠.

김 군은 열악한 근무조건에도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드러나 많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다행히도 사건 이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서울시는 그간 외주 용역을 줬던 스크린도어 안전 업무를 2016년 9월 직영으로 전환하고 인력을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습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1285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외주업체에서 일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연봉을 평균 66%로 올렸다고 합니다.

그 결과 승강장 안전문 고장 발생건수는 2016년 1~4월 1876건에서 올해 1~4월 961건으로 2년새 49% 줄었다고 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철도사고도 5건으로 2016년 12건과 비교해 58.4% 감소했습니다.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대가도 지불됐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정비용역업체 은성PSD 대표 이모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죠.

한편 오는 26일에는 구의역에서 2주기 추모문화제를 진행합니다. 22일 오전부터 28일 저녁까지는 구의역과 성수역‧강남역에서 '추모의 벽' 분향소를 운영한다고 하네요. 한 청년의 죽음으로 책임을 지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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