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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악재에 주저앉은 남북경협株, 불안 계속될까

단기적 불확실성은 확대…향후 대화재개 가능성에 초점

한예주 기자 | hyj@newsprime.co.kr | 2018.05.25 18:16:47

[프라임경제] 국내 증시의 최대 화두였던 남북경협주가 북미 정상회담 결렬 소식에 우수수 떨어졌다. 대북 사업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꼽히던 건설, 철도, 전기, 기계 등의 지수가 일제히 미끄러지며 이날 시장은 침울한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로 당분간 증시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그 여파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격 받은 증시…"당분간 증시 조정세 불가피할 것

지난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서한을 통해 내달 12일 예정돼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갖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슬프게도 김 위원장이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 때문에 나는 이번에 오랫동안 계획한 정상회담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국내 증시는 충격을 받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3.21포인트 폭락한 2452.80으로 출발했지만 반도체와 바이오주 등 개별 증권의 선전으로 5.21포인트(-0.21%) 밀린 2460.8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내림폭을 축소하긴 했지만 장중 한때는 2444.77까지 미끄러졌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326억원, 1247억원 가량 사들였지만 개인은 4784억원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4.97포인트(-0.57%) 떨어진 868.35로 마감해 870선을 내주고 말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86억원, 522억원가량 매수했지만 개인이 1373억원 팔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조정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잦아들었던 북한 리스크가 재발하며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이후 한반도 평화무드에 대한 기대와 북한발 훈풍이 사그라들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날 새벽 마감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는 1.29%, 야간선물은 1.4포인트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목할 변수는 원·달러 환율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흥국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원화약세 압력을 제어해줬던 남북 평화무드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상승, 외국인 수급이탈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남북 경협주의 되돌림과 더불어 한국증시 단기 하락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 또한 "단기적으로는 대북 관계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4~5월 남북 경협주가 북미 정상회담의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만큼 이들 주식은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업종 측면에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이 완전히 결렬된 건 아니지만 불확실성은 확대됐다"며 "따라서 북한 경협 관련주로 급등했던 건설 기계 등은 차익실현 욕구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비금속광물(-7.35%), 건설업(-5.31%), 기계(-4.24%), 철강금속(-3.17%), 전기가스업(-2.99%)을 비롯한 대북관련 업종이 나란히 부진했다. 코스닥시장 역시 건설(-6.36%), 금속(-5.84%), 운송(-5.53%), 일반전기전자(-4.68%) 등을 비롯한 종목의 분위기가 안 좋았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국내 증시는 북한과 미국의 6월 정상회담이 무산되며 급등했던 남북경협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는 구간이 나타날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추격 매도보다 조정 후 저가 매수 대응이 바람직"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숨 가쁘게 진전돼 왔던 남북 관계개선에 제동을 건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남북, 북미 간의 관계를 원점으로 되돌릴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트럼프 공개서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향후 대화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미국 의회 또한 외교적인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국가들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회담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긴 바 있다. 그는 서한에서 "당신(김정은)이  중요한 정상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꾼다면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전화나 편지를 달라"고 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북한과 주요국들 간의 불협화음, 파열음은 감안해야 한다"며 "이번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방향성보다는 속도와 단기 등락에 국한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경협관련주 업종의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의한 하락은 6월 이후 저가 매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단기적으로는 수급의 이동을 이용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다.

김 연구원은 "건설, 기계 등은 개인수급이 가장 강력하게 유입돼 상승했는데 같은 맥락에서 개인들의 매매비중이 높은 종목 중 자금이 이동할만한 업종은 바이오, 게임주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추세적 상승에 대해서는 고민이 좀더 필요하겠지만 두 업종 모두 낙폭과대주로 반등의 가능성은 있는 종목들"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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