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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금 '비난과 분노'가 필요하다

삼성 노조탄압·양승태 게이트···잊어서는 안 될 트리거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05.28 13:20:42

[프라임경제] 다수의 심리학자가 말한다. 사람은 칭찬보다 비난에 익숙하다고.

우리 뇌에서 '비난'은 가장 감정적인 영역에서 처리되며, 반대로 '칭찬'은 상대적으로 논리적인 영역에서 처리된다는 것이다.

실제 듀크대 연구팀이 2016년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공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연구팀은 총 660명을 대상으로 좋은 혹은 나쁜 결과가 나온 이야기를 읽게 하고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남의 작물에 제초제를 뿌려 농사를 망친 경우와, 반대로 살균제를 뿌려 농사를 도움 경우를 사례로 삼았는데 연구팀은 글을 읽은 실험대상 중 20명을 대상으로 고의성 판단을 목적으로 뇌스캔을 진행했다.

결과는 이렇다.

'농사를 망친' 부정적인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amygdala) 영역에서 상당한 반응이 일어났다. 반면 '농사에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본 사람들은 통계적이고 논리적인 반응이 살아났다.

즉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사안에 대해 우리 뇌는 감정적이며, 격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이는 사람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옳은, 착한 행동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해 객관적인 판단 영역에 머문다는 뜻이다.

해당 연구를 총괄한 스콧 휴텔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착한 일은 나쁜 일보다 더 기억할만한 가치가 없었던 게 아닌가"라고. (Huettel says we may be built this way because ‘good actions’ aren’t as important for us to track.)

지난 한 주, 안식을 취할 주말 동안 긍정적인 뉴스가 쏟아졌다. 한반도의 일원으로서, 현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는 유권자로서 반가웠다. 전쟁과 핵 위협에서 벗어나 오롯이 우리나라의 번영만 생각하면 된다는 단순한 이치.

얼마나 반가운가.

그러나 인간심리의 영역에서 지난 주말 우리는 상당한 주요 이슈를 놓쳤고, 분노할 기회를 잃었다.

소비재를 팔아 명성을 유지하는, 국내 제1이자 세계 제일을 꿈꾸는 삼성전자가 노동조합 구성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핍박해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그 '고기값'으로 부담을 면탈하려 했다는 정황.

직전 행정권 수반이던 박근혜 정부가 법관의 양심을 지켜야할 대법원을 조종해 특정 인물과 이익을 맞춰 정권유지에 유리한 사법시스템을 뒤에서 조종했다는 정황.

그리고 내 삶과 아이들의 생활에 어떤 척도가 드리워질까 결정하는 내달 지방선거까지.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부정적인 행동에 반응하는 인간의 반사적 능력을 무시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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