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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꼬 튼 동산금융 "활성화는 시중은행 몫"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5.29 13:38:59
[프라임경제] "동산(動産)이 지닌 내재적 한계가 있지만, 물꼬가 트이면 시장이 형성될 것입니다."

지난 23일 생산적 금융을 위한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이 발표되는 자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PPT로 설명하면서까지 강조한 말이다. 

동산은 기업이 보유한 기계설비,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지식재산권 등 유무형 자산으로, 활성화 방안에는 이 자산을 담보로 창업·중소기업이 자금을 유용하게 빌릴 수 있도록 금융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산담보의 안정성과 가치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동산은 시세 추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리스크인 반출·훼손을 방지하는 담보물 관리 시스템은 초기 단계이고, 영세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했다가 부도가 날 가능성도 커 현재까지 마련된 방안들이 미심쩍다는 게 주된 이유다. 

결국, 활성화 방안이 마련됐음에도 기존의 '평가-관리-회수'의 인프라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부실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대출 상품으로 전환하는 은행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이 가지만, 담보 안정성 강화가 전방위적으로 보완된 지금 시점에서 리스크 우려를 들먹이며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해당 사업이 얼마큼 성공할지만 따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은행권은 최근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추진 중인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만으로라도 이 사업에 주목해야 한다. 

업력이 짧거나 사업규모가 작아 부동산 담보가 없는 창업, 중소기업도 동산자산을 통한 담보대출을 이용해 자금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게 동산금융 활성화의 가장 큰 효과이기 때문이다. 

유관 서비스 산업 등 신 사업영역 발굴도 기대된다. 동산금융 활성화는 은행의 자원과 역량만으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동산 담보물을 평가·조사하고 사후관리하는 외부 전문기관이나 유통 서비스 업체도 새롭게 생겨나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경기 변동에 취약한 부동산 담보에 주로 의존하는 은행의 대출 관행도 개선돼 은행 입장에서도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목소리다.  

실제, 1920년 도입된 미국의 ABL(Asset Based Lending) 제도는 여러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고 있어 경기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부동산과 달리 경기침체기에도 채무불이행 위험이 낮다고 평가된다. 

건전성 지표 개선 효과와 동시에 사회공헌 사업 이행이라는 대의(大義)까지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동산담보대출의 물꼬는 트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원활한 자금 융통은 시중은행들의 참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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