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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동북지방 토치기의 '사노라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5.29 14:45:06

[프라임경제] 사노(佐野)라멘은 토치키(栃木)현 사노시와 그 주변에서 유행하는 고토치(향토) 라멘이다. 사노지방에 라멘이 들어온 시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토쿄에서 시작된 동북지방의 전파루트를 고려할 때 요네자와(米沢)와 유사한 1923년이나 그 이전으로 추측된다.

일본판 위키피디아는 이 라멘을 "사노시의 전통 식문화이자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설명한다. 사노시 관광협회도 "유구한 역사와 뛰어난 자연환경이 빚어내는 산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노(佐野)라멘. ⓒ 토치기현 관광협회

사노라멘이 유명해진 것은 2000년대 초 '아오다케우치(青竹打ち)'라는 중국식 제면법이 주목을 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홍두깨를 상하로 굴려 반죽을 늘리는 전통방식과 달리 길이 1.5m 정도의 굵은 대나무를 밀대로 사용한다. 작업대 앞 끝부분을 따라 장치된 홈에 밀대를 걸치고 좌우로 이동하며 반죽을 고른다. 보통 양손에 체중을 실어 힘을 가하지만 엉덩이나 허벅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반죽이 얇아지면 원하는 굵기가 될 때까지 겹쳐 늘리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면은 기포가 적당량 들어가 조리시간이 단축되고 식감이 고급스럽다. 몇 년 전부터 이 방식을 응용한 제면기도 등장했다.

사노라멘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무기가 물이다. 요리에는 좋은 물이 필수인데 사노시는 전국 100대 명수(名水)로 꼽히는 이즈루하라(出流原) 용천수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

스프는 투명하고 맑은 소유와 간장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시오계열이 주류를 이룬다. 다른 지역과 달리 돼지고기 지방이 거의 없어 맛이 담백하고 뒤끝이 개운하다. 고명도 간결하다. 챠슈에 멘마, 나루토에 대파가 올라가는 정도다. 파는 흰 부분만 사용한다. 비주얼은 화려하지 않아도 라멘 본연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면의 양도 160~200g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라멘에 사이드로 곁들이는 감자꼬치튀김은 사노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요리다.

사노라멘은 이렇다 할 고토치 라멘이 없는 주변의 군마(群馬)현·이바라기(茨城)현까지 퍼져있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가장 큰 토쿄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고속도로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이니 찾아 와 드시라는 의미다. 관광산업으로 부강한 지역을 만들겠다는 사노시의 '관광입시(観光立市)'정책이 얄미울 만큼 현명하다.

인구 12만의 사노시에는 200개가 넘는 라멘 집이 있다. 인구대비 점포비율이 후쿠시마현의 키타카타시와 전국 수위를 다툰다. 1988년 결성된 '사노라멘회'의 68개 회원점포는 붉은 색 상징 깃발을 내걸고 고객을 맞고 있다. 썰렁한 아재개그 하나. 사노라면 언젠가는 먹게 되는 사노라멘.  

◆사노시와 토치기현 소개


토치기현의 남쪽, 칸토(関東)평야 북단에 위치한 사노시는 연간 800만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다. 토쿄 중심부와는 70㎞권 거리에 있어 주말이 되면 쇼핑과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도시 남동부에 위치한 신도시에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과 이온몰이 조성돼 동북지방 쇼핑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나리타와 하네다 공항에서도 직통 리무진이 운행한다.

사노지방의 또 다른 향토요리로 설에 먹는 '미미(耳, 귀)우동이 있다. 악신이 집안 얘기를 못 듣도록 귀를 먹어 치움으로 1년간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액땜 음식이다. 이웃의 험담을 안 듣고 원만히 지내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고 한다. 우동의 외관은 수제비와 흡사하다.

사노라는 지명은 전국시대~에도초기 이 지역을 지배한 다이묘(영주)의 성씨에서 유래한다. 마지막 다이묘 노부요시(信吉)는 에도막부를 여는데 공을 세우지만 뜻하지 않은 일로 직위를 박탈당한다. 1614년 3월 에도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무단으로 출동해 소화 작업을 도왔다는 이유다. 

그러나 실상은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의 측근이었던 자를 가까운 데 두면 안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토쿠가와·이에야스(徳川家康)의 염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는 막부가 들어 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국이 불안한 시기였다. 이후 사노지방은 막부의 가신들이 분할 통치해오다 메이지 신정부가 들어서며 토치기현에 편입된다. 사노시가 된 것은 1889년 행정개혁에 의해서다.

한편, 토치기현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중 해안선이 없는 8개 내륙현의 하나로 현청소재지를 우츠노미야(宇都宮)시에 두고 있다. 토쿄와는 철도로 약110㎞ 떨어져 있고 신칸센으로 50분에 연결된다.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명승지 닛코(日光)가 이 현에 속한다.

닛코를 흔히 막부의 성지로 부른다. 죽어서 스스로 신이 된 이에야스를 제사하는 토쇼구(東照宮)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토쇼구는 전국 130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토쇼구의 총본산이다. 1634년에는 대마도주의 요청으로 조선통신사가 참배를 왔다는 기록도 있다.

경내 건물에는 수많은 동물의 조각상이 있는데, 신큐샤(神厩舎, 신마의 마구간)에 걸린 원숭이 일생 시리즈가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눈·귀·입을 가린 세 원숭이 조각이 스포트를 받는다. 이는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논어의 가르침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명 '산자루(三ざる)'로 부르는데 이 말은 '세 마리 원숭이'와 '하지 말아야 할 것 세 가지'의 중의적 표현이다. 영어로는 'Three wise monkey'로 번역된다. 닛코토쇼구는 1999년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되었고, 국보 8점과 중요문화재 34점을 보유하고 있다.

토치기현은 농업·상업·공업·관광업이 고루 발전해 현 소득이 전국 4위에 랭크될 정도로 윤택한 지역이다. 토치기(栃木)는 칠엽수(마로니에)를 뜻하고 토치기현의 현목(현의 나무)으로 지정된 수종이다.

북쪽 끝 해발 1917m 나스다케(那須岳)의 고원지대는 축산이 활발하고 딸기의 명산지로 이름이 높다. 토치기의 딸기는 질과 수확량에 있어 전국 톱을 자랑한다. 이곳에 천황가의 휴양 저택이 있다.

◆명소소개

△프리미엄 아울렛
17만4500㎡ 부지에 국내외 유명브랜드 180점이 입주한 야외쇼핑몰, 수도권 최대 규모로 2003년 개업, 인근 이온(AEON)쇼핑몰과 함께 한국 등 외국 여행객에게 인기. (교통편) 사노후지모토(佐野藤本) IC 1㎞, JR료모(両毛)선·토부(東武)선 사노역에서 버스 20분, 나리타·하네다 공항에서 고속버스.

△닛코 에도마을
1986년 개원, 부지 49만5000㎡에 에도중기 마을을 재현한 테마파크, 통칭 '에도 원더랜드'로 불림, 각종 CM이나 시대극 촬영장소, 닌쟈(忍者)체험과 직업체험이 인기, 시대극 공연 관람, 수요일 휴무, 입장료 ¥4700. (교통편) 토부(東武)선 키누가와(鬼怒川)온천역에서 버스 15분.

△닛코토쇼구(日光東照宮)
1617년 창건 후 3대 장군의 치세 1636년에 주요건물 들어섬, 국보와 중요문화재 다수, 3원숭이 조각상 외에 잠자는 고양이 등 당대 최고 장인의 작품이 즐비, 현란한 극채색 조각으로 뒤덮인 요메몬(陽明門)이 경내 최고의 건축물, 인근 100m 높이 케곤(華厳)폭포도 볼거리. (교통편) JR·토부(東武)선 닛코역 세계유산 순환버스.

△로맨틱 村
우츠노미야 시 제정 100주년 기념으로 1996년 오픈, 46만㎡ 규모의 체험 및 체재 농원, 딸기·라벤더 수학체험, 온실야채 재배 관람, 지역 맥주와 만두 시식 및 판매, 천연 온천과 온수 풀(¥500~1000), 숙박시설(¥5000 정도), 입장료 무료. (교통편) JR·토부(東武)선 우츠노미야역에서 버스 40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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