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양승태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재판거래·사찰 및 불이익 없었다" 선긋기 일관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06.01 16:51:33

[프라임경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박근혜 청와대와의 유착 의혹 및 판사사찰 의혹에 대해 양 전 원장이 1일 직접 입을 열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하 특조단)의 조사발표 일주일 만에, 전날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과 담화 하루 만에 반박 입장을 밝힌 셈이다.

◆"사실이라면 책임 통감" 표면적 사과

앞서 양 전 원장 재직 당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의 협조를 얻으려 했고, 이를 위해 주요 재판에서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이 나오도록 조율한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특조단 조사 결과에서는 대법원 정책 방향에 비판적인 일부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 후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며 굳은표정을 짓고 있다. ⓒ 뉴스1

양 전 원장은 이날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한편,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철저히 선을 그었다.

그는 경기도 성남 자택 앞에서 진행된 회견에서 "재임 시 법원행정처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사실이라면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국민여러분께 사과말씀 드린다. 그 일로 마음에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드려야 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환신하건데 법원 조직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조직"이라며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아야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잘 유지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직접 입장을 밝힐 경우) 내부적 갈등이나 내홍으로 비칠까 염려돼 언급을 피해 왔지만, 두 가지는 분명히 해야겠기에 이 자리에 나섰다"며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결단코 대법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거나 편향된 대우를 받은 사람(판사)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거래 관련해서도 "재판독립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는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재판에 간섭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말은 직접 재판을 한 법관들에게 심한 모욕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검·국조 추진 움직임에 조사 불응 판깔기

그러나 특조단의 직접 조사를 거부한 것과 향후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아울러 논란이 된 문건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손사래 치면서도 일련의 의혹을 '사실무근'으로 단정하는 근거 역시 내놓지 않았다.

양 전 원장은 특조단 조사에 왜 응하지 않았는 지를 묻자 "1년 넘게 세 번의 조사가 이뤄졌고 여러 컴퓨터를 남의 일기장 보듯 완전히 뒤졌다"면서 "400여명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다는데 내가 가야 하느냐"고 되물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사법부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보고 안 되고 넘어가는 일이 훨씬 더 많다"며 "사법부 수장이라고 모든 내용을 분명히 알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판사 사찰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작성된 말씀자료 등 민감한 문건들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 시절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인 15건의 주요 사건들이 공개된 가운데, 상당수는 1·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특히 양 전 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현안 관련 말씀자료' 대외비 문건에는 해당 사건들의 목록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핵심 현안에 사법부가 기여한 사례'라는 언급이 있었다.

그는 '청와대와의 교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만나면 덕담을 하고 좋은 이야기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화젯거리 차원에서 말씀자료라는 게 나오는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한편 여당에서는 양승태 전 원장과 대법원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북 군산에서 진행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진짜 특검은 (양승태 사법부가 저지른) '제2의 국정농단'에 도입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국정조사는 물론 특별검사를 통해 사법부의 치부와 민낯을 밝혀서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