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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뒤안길에서' 아동공약 꽃피운 구경민 부산시의원 후보

 

홍수지 기자 | ewha1susie@newsprime.co.kr | 2018.06.08 08:29:10

[프라임경제]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도 내렸나 보다." ('국화 옆에서' 중에서)

아직 고등학생인 아이가 조숙하게 빈민운동 등 시민사회운동에 관심을 갖는다면, 부모로서는 대체로 환영하기 보다는 공부를 더 하라고 걱정하기 쉽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말썽꾸러기 딸이었다고 구경민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의원 후보는 회상한다.

"그래도 수능을 치고 난 뒤에 빈민운동에 발을 들이고 활동하기 시작해 크게 제약을 받지는 않았어요. 하하."

대학은 멀지 않은 부산 금정구의 대동대 간호학과로 갔다. 자격증을 따고 무사히 졸업했으니 "이제는 설마?" 싶었으나, 결국 얌전히 안정적인 간호사로 살지 않으면서 집안의 골칫거리 딸이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단히 조숙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교지에 뭘 안다고 5.18에 대해 글을 썼었을까요…어쨌든 그 글을 읽으신 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빈민운동 등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전교조 문제와 각종 사회 모순과 부조리에 일찍부터 눈뜨고, 부림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점차 폭을 넓혀 나가던 구 후보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1980년생, 구경민'은 이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부산시당 특별보좌역, 노무현재단 해운대기장지회 운영위원 등을 거치면서 정치와 지역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번에는 기장군 제2선거구 몫으로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직에 도전한다.

◆핵, 정치를 해 보니 어렵다 '그래서 내 생각은…'

지금도 구 후보는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정치인'으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꼽는다. 3철 중 하나로 꼽히는 그 인물, 문재인 정부에 행여 부담이 될까 행동을 자제하고 있는 바로 그 '노무현의 남자' 이호철이 맞다. 

구경민 후보. ⓒ 프라임경제

문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함께 모여 술자리도 제대로 못 갖는다는 이 전 수석을 가까이서 보고 접하며 정치의 꿈을 싹틔워 온 구 후보의 정치관이 대단히 깨끗하고 봉사적인 것이리라는 점은 자연스럽다.

선거 일정으로 바쁜 요새도 구 후보는 봉화마을에서 사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집을 아침마다 몇 장씩 읽는다. 연설을 발췌해 요약, 편집한 것이다.

"어려운 기장에서의 선거, 정관에서의 도전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때로 상처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앞으로 갈 힘을 얻습니다."

부산에서의 선거가 어렵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오래 고민해 왔다. 이번에도 '문재인 바람'이 불면서 겉으로는 지지도가 대단히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이게 득표로 연결이 될까 불안해 하는 후보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기장군은 보수 성향이 시내보다 더 강하다. 정관신도시가 있어 그런 기류가 일정 부분 상쇄되지 않느냐는 외지인의 풀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런 지역적 바탕을 깔고 정치를 해서인지, 열정으로 정치와 연을 맺고 순수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도 그녀는 현실정치 속에서 진보관념을 유지, 접목하려는 제3의 길을 찾아내기 위해 많이 노력한 흔적을 이번 부산시의원 공약 곳곳에서 드러냈다.

변절이나 근묵자흑이라고 쉽게 비판할 만큼 간단한 대목이 아니다. 일례로 핵 문제를 보자. 동남해권에는 여러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그래서 원전에 대한 관심과 우려 또한 높다.

원전과 그 대책에 대한 입장을 묻자 "애매하게 들리겠지만"이라는 단서와 함께 정치인으로서의 핵 관련 공약이 제시됐다.

기본은 "탈원전이다. 저는 탈핵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또 제가 이전에 시민운동을 할 때는 '탈핵에만' 중점을 둔 게 사실"이라고 구 후보는 전제했다.

다만 "민생 문제를 무시 못 하겠다"면서 정치적 고민의 이유를 밝혔다. 원전과 얽혀 있는 지역은 경제적 지원과 고용 등 각종 이슈로 연결되기 때문. 구 후보는 "원전과 관련된 지역의 고용과 경제 인프라를 고민해 볼 것이다. 안전과 평화, 그런 개념만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탈핵 이야기를 하기엔 민생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래서 구 후보의 핵 관련 공약은 이렇다. "기본적으로는 탈핵 기조로 하되, 원전 안전 대책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주안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하나 현실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드러나는 지점은 의료폐기물 업체와 정관신도시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 정관신도시 주변에는 단지 개발 에 앞서 먼저 들어온 폐기물 처리업체가 있고, 악취 문제로 민원이 빗발친다.

이전을 추진한다는 점만 강조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뒷수습에 대한 디테일이 부족한 셈. 하지만 구 후보는 당시에 합법적으로 들어온 업체이고, 여태 이전하지 못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재차 이전만 강조하는 헛된 공약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물론 가장 큰 목표와 반드시 추진해야 할 목표는 '이전'입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한지, 광역지방자치단체별로 그 시설이 하나씩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현행법상 가능한지 고민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환경영향평가의 기준을 강화해야겠죠. 그것 밖에는 답이 없어요. 악취 발생 수준 등에 대한 레벨을 훨씬 강화시키고, 그로 인해 생기는 가동 손실 부분은 시나 군에서 보전(지급)을 해야죠."

◆'인간에 대한 애정' 갖춘 돌보미 발굴 '정치인의 몫'

구 후보가 공을 들이고 앞으로도 구상을 계속하고 싶은 부분은 노인 복지 지원이다.

"저희 어머니만 해도 77세십니다. 그런데 이 연세의 노인들이 대부분 치과를 가야 하는데도, 많이 아픈데도 참고 있어요. 또 노인들은 목욕탕 가고 교통비 정도 쓰면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도 부담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지원하는 실질적 문제를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구경민 후보. ⓒ 프라임경제

또 하나 궁리 중인 아이템은 '동네 육아 돌봄 도우미 제도(가칭)'다.

"우리 사회는 특히 비혼 가정, 한부모 가정에 대해 가혹합니다. 먹고 살려면 일을 해야죠. 하지만 지금 보육시설에서 늦게까지 애를 봐준다, 그런 제도가 있다고 해도 사실상 안쓰러운 마음에 그렇게 맡기기도 어렵습니다. 사실상 이용자가 많지 않은 허상인 제도에요."

부부가 함께 있다면, 맞벌이를 하든 외벌이를 하든 어느 쪽이라도 생활자금 조달과 육아의 조율과 분담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가계는 돈에는 더 아쉬우면서도 돈을 벌러 나갈 때 아이를 떼놓고 나가는 자체가 어려운 이중고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 후보가 착안한 것이 인류학 연구의 '라포' 개념이다. 연구자와 연구 대상자가 서먹한 관계의 관찰과 피관찰 관계에서 벗어나 정서적 유대로 끈끈하게 이어진 상태를 말한다. 이런 집단을 공식적인 보육이나 육아 시스템에서 찾을 게 아니고, 동네에서 찾아 '연계'시키자는 게 구 후보의 구상이다.

"물론 다른 집 아이를 위해 호의로 무료로 봉사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여러 운동을 하면서 접해보면, 우리 사회에는 60대쯤, 일정한 나이가 됐지만 아직 기운이 남아있고 바깥 일에 참여하고 싶은 층이 있습니다. 그 분들은 대개 연륜 덕분에 '인간에 대한 애정'도 많이 갖추고 계세요. 그런 분들 중에 실제로 호의만으로 동네의 딱한 사정의 한부모 가정 아이 등을 보호자가 직장에 간 사이 돌봐주는 경우도 봅니다."

그런 이들을 발굴하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한부모 가정이나 비혼 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가정과 연결해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싶다는게 구 후보의 꿈. 물론 멀지 않은 동네 공동체 범위 내에서 찾고, 연결해야 한다는 점은 숙제다. 아울러 실비 정도는 당연히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쉽지 않은 공급과 수요의 연결인데, 바로 이런 점이 지역 구석구석을 돌면서 현안을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 해야 한다고 구 후보는 믿는다.

전교조의 진보적 교육세례를 받고, 대학 때 노사모 활동에 두근거렸으며 실제 정치세계에서의 좌절을 모두 겪고 이제 다시 장미대선 이후를 살고 있는 세대, 그런 발전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온 인물들이 어느덧 스스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리의 진보 정치가 이만큼 자랐다는 것을 구 후보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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