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목 원장 "서민경제에도 정확한 금융연구 필요"

2018-06-08 16:35:54

- 정부 추진 '포용적 금융' 사후 대책 우선…"1회성 지원 아닌 금융소비자로 재기를 돕겠다"

[프라임경제] "기자님이 받는 명함이 '첫 명함'입니다."

인터뷰에 앞서 잠시 기다림을 구한 '그'가 방금 받은 택배박스에서 작은 종이 카드 한 장을 꺼내며 건넨 인사였다. 

첫 명함. 눈 가에 주름이 자글한 중년 남성에게 건네받은 첫 명함에는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으리라 직감했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두 가지가 한 번에 느껴지는 인상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37년 동안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등에서 공직생활을 해 온 그는, 금융감독원 선임국장 재직 당시 저축은행 사태(2011년)와 카드사 고객 정보유출 사태(2014년) 등 금융사건 해결사로 대책반장, 저승사자 등의 별호로 불렸다.

2015년에는 '그놈 목소리'라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활동도 이끌어 국민 훈장(목련장)도 수훈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2016년 퇴직 후 서민금융에 더 집중하게 된 계기는 한 가지 의문에서였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여타 금융권역에는 모두 전문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는데, 왜 정작 많은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소외받는 서민들을 위한 전문연구기관은 없었나?"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왜 소외받는 서민들을 위한 전문연구원은 없었나"라는 질문에서 서민금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프라임경제


그는 의문에 대한 답을 직접 내기로 했다. 지난해 9월 '사람중심의 경제'를 표방하는 새 정부와 '서민·소비자 보호강화'라는 시대적 소명의 흐름 속에서 학계 전문가와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서민금융연구포럼'이 출범됐다.  

그러나 현장 목소리 청취를 통한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한 단체는 1년 만에 이름을 바꾼다.

제도 변경이나 법안 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들로 서민들에게 이로운 금융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인데,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여타 포럼과 명칭을 차별화하지 않고서는 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서민금융 분야의 연구, 정책대안개발에 머물지 않고, 정책을 직접 수행하고 변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즉 서민금융에 더 집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의 '첫 명함'이 갖는 의미였다. 

조성목 원장이 생각하는 연구원의 역할도 남다르다. 

조 원장은 "(금융 제도에 대한)비판을 위한 비판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잘 담아서 소비자와 금융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함으로서 서민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말했다. 

37년이란 공직생활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현장에 접목함으로써 서민금융시장의 체계적인 발전을 통해 금융회사와 금융이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조 원장이 주목한 것은 '사람중심의 경제'를 표방하는 현 정부 추진하고 있는 따뜻한 금융을 위한 정책이다. 

현재 정부는 포용적 금융을 내세우며 일명 '포용 금융 3종 세트(△카드 수수료 인하 △최고금리 인하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실패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1월부터 24%로 인하된 법정최고금리가 대출 절벽현상만 가져왔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대부금융협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고금리를 25%까지 인하할 시에는 평균 27.5%의 대출을 줄일 계획이며, 이로 인해 약 34만명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금리인하로 인해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서민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원장은 "모든 정책에는 명(明)과 암(暗)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대출금리인하의 혜택을 본 사람도 많이 있기 때문에 대출 절벽 현상만 가져왔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법정상한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상한금리) 인하 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채무상담 기능 강화, 암시장 사채 채무자 대리인제도의 내실 있는 운영, 신용회복지원 확대, 불법사채에 대한 단속 강화 등의 가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부의 5년 후 20%까지 내리는 법정금리 인하 정책에도 사전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대부업협회의 설문조사결과 법적상한금리를 20%까지 인하한 경우 현재 이용자의 약80%이상이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하면서 "문제는 음성화다. 그동안 15년 이상에 걸쳐서 사채양성화를 추진해 왔는데, 그들이 음성화돼 지하로 들어갈 경우 그 피해의 몫은 어려운 서민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금리 인하 전에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논의를 통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악용 사례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정책은 5년이 지나면 채무가 사라지고 또 5년이 지나면 채무이력까지 사라진다는 제도를 악용해 '버티면 된다' '빚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럴헤저드 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다.   

조 원장은 "소각대상 채무자에 대한 재산 보유현황 등 상환능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만 이뤄진다면,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된 장기연체채무는 정리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금융회사는 이미 빚을 잘 갚아온 우량 채무자들에 의해서 상환 받았기 때문에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의 고통도 덜어줘서 재기하도록 해야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무자에 대한 철저한 재산조사를 통한 도덕적해이 방지가 해결책"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포용적 금융' 제도 외에 필요한 서민금융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원장은 "신용회복지원제도의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채놀이를 차단해야 한다"며 "바꿔드림론, 미소금융 등 전반적인 문제를 들춰내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일부 금융사나 사채업자들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회파복 대출(회생·파산·신용회복)' '개인회생론' 등을 통해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것을 차단시키고 신복위(신용회복위원회)나 법원에서는 채무조정을 통해 채무를 감면하는 등 채무신용회복을 지원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게 조 원장의 생각이다. 

조 원장은 서민을 위한 진정한 포용적 금융은 저신용자나 서민들에 대한 일시적인 지원이 아닌 평범한 금융소비자로 전환시켜주는 것이라며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누구나 자신의 채무상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자신의 소득이나 채무상황을 입력하면 맞춤형 대처요령을 손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의 공급확대 위주의 정책에서 상담기능 확충 등을 통한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1회성 교육이나 상담이 아닌 지속적인 상담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빚은 암보다 무서운 질병이라는 생각을 갖고 종합적인 상담기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민금융연구원에서는 지난 한달 동안 30여명에 대한 서민금융주치의 교육을 마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실하게 일하지만 불운한 서민들을 구제해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동안 사각지대였던 서민금융영역에도 전문 연구기관이 생긴 만큼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한 가지씩 고쳐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윤형 기자 ly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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