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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아온 북미 '랑데부' 65년의 역사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마법 같은' 회담성사까지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8.06.12 12:24:20

[프라임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세기의 만남으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양국의 회담 역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적으로 1953년 정전협정에서 비롯된 양국 회담은 화해와 반목을 거듭하며 65년이 흐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오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 뉴스1

붉고 푸른 두 나라의 국기가 교차로 나란히 늘어선 레드카펫 앞에서 두 정상이 만족스러운 악수와 환담을 나누기까지, 멀리 돌아온 북미 랑데부(rendezvous)의 역사를 돌아봤다.

◆'한국전쟁 일단락' 정전협정

1953년 7월27일 3년여에 걸친 한국전쟁이 일단락된 날이다. 종전이 아닌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미국과 북한의 회담 역사가 시작됐다.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이날 클라크 UN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등 세 명의 서명으로 멈췄다.

이듬해 소련과 함께 핵 연구소 관련 협정을 체결한 북한이 핵개발에 몰두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반목은 골이 깊어졌다. 특히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TP) 탈퇴를 선언한 북한은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에 위협적인 존재로 각인됐다.

분위기 반전은 있었다. 1994년 6월 민간인 신분으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 당시 주석과 환담한 것이 계기였다. 현직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은퇴 이후 국민적 지지를 받는 유력 정치인이 북한 최고지도자와 나란히 선 것은 인상적이었다.

같은 해 10월 이른바 '제네바 합의'로 북한이 핵 동결과 NPT 복귀를 걸고, 미국이 경수로 건설과 연간 50만톤의 중유 제공을 약속한 것이 그 결과다.

그러나 합의 이행은 쉽지 않았다. 경수로 건설을 약속했던 미국이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4년 만에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대포동 1호)를 발사하며 군사적 도발을 이어간 탓이다.

민주당 소속인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강했고 2000년 7월 방콕에서 북미 외교장관회담일 거쳐 그해 10월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찾아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었던 적도 있었다.

◆ '악의 축' 낙인···부시와 네오콘

2000년 11월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으면서 북미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듬해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노선으로 급선회했고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은 미국 정부로부터 '악의 축'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제네바 합의는 2002년 쓰레기통으로 향했으며 이듬해 북한은 재차 NPT 탈퇴를 선언했다.

2003년 중국의 중재로 우리나라와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 국가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진행됐지만 불과 3년 만에 북한이 미사일도발과 핵실험에 나서면서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오바마 행정부 이후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은 이어졌고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찾기는 힘들었다. 이후 지난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 상태에 오르자 안보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탄핵정국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넉 달여 만인 작년 9월 북한이 마침내 6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핵보유국을 선언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원유공급 감축 등 대북재제 강화를 천명했다.

◆ '2018 평창' 마법 같은 훈풍

돌이켜보면 마법 같은 훈풍의 시작은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불어왔다.

1월 판문점에서 25개월 만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정치적 파트너로 꼽히는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평창을 찾으면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돌고 돌아 먼 길 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김 위원장이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오가 있었다"며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있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한 것은 일련의 역사적 과정을 되짚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말을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고 재차 악수를 청했고 속전속결로 진행된 단독회담은 "만족스럽고 좋았다"는 단순명료한 희소식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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