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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부산 서구의 영원한 측신, 정진영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6.14 17:17:39

[프라임경제] 정진영 부산광역시 서구청장 후보가 자유한국당 진영과의 격돌 끝에 석패했다. 전국적으로 '파란 물결'이 6.13 지방선거 분위기를 주도했고, 부산에서도 오거돈 시장이 당선됐다. 자치구 중에도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불행하게도 서구는 수영구 등 민주당이 패배한 극히 일부 지역 묶음에 들어갔다. 

서구는 원도심으로, 생활 환경 개선 추진이 필요한 곳으로 꼽힌다.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서는 이런 점을 적극 공략해 왔으나, 그간 보수적인 기본 표심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도 자한당 후보에 맞선 민주당 정 후보는 47.7% 대 44.2% 득표 점수로 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정 후보는 "그 표가 전부 내가 잘해서 준 게 아니라는 것 안다. 그래도 이만큼이나 얻었다"며 아쉬움 대신 지지해 준 유권자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 크게 표시했다.

정진영 부산광역시 서구청장 후보. ⓒ 프라임경제

그는 이곳에서 구의원을 역임했고, 이 기간 특히 공동화장실을 써야 하는 주택이 많을 정도로 낙후된 동네에 화장실 개선 사업을 벌여 호평을 얻었다. 일 열심히 한다는 건 알아 주면서도, 돌아서면 또 자한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구의원은 임기 중 곳곳을 누벼 이제 주민들 마음을 조금 안다고 생각했다.

사실 시의원에 나갔으면 하는, 혹은 그 정도가 적합하다는 주변의 평가도 있었다. 그 자신도 다른 나라나 지방자치단체의 사례를 연구, 분석해 상위법에 어긋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조례를 만들고 문제를 고칠 방법을 돌파하는 대책을 세우는게 정말 즐거웠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의회'에서 더 일하는 게 자기 적성(부산대 법학과 졸, 옛 주택은행 근무)에 맞아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 다소 부족하더라도 더 큰꿈을 꾸라는 선배의 조언에 구청장직에 도전했고 미련없이 지역을 돌아 다녔다. 당장은 쉬고, 다만 "뭔가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라는 그는 그래도 서구와 인연을 아예 놓아야 하는 먼 자리가 아니면 더욱 좋겠다며 '미련'을 드러냈다.

언젠가 다시 서구의 공동화장실 문제 같은, 뒤켠에 드러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을 책임지는 '측신(측간신이라고도 하며, 옛 전설에서 화장실을 맡는 신을 말함)'이 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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