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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호한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라인, 혼란만 가중

 

박지혜 기자 | pjh@newsprime.co.kr | 2018.06.14 16:25:13
[프라임경제]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일 근로시간 단축제도 안착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판례만 나열했을 뿐 추상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오는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휴일·연장 근로시간을 포함한 1주 최대 근로 가능 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된다.

그런데 제도 시행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산업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산업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돼 있는 시간으로 정의하고, 사용자의 지시 여부, 시간·장소 제한의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 나온 주요 사례의 근로시간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크숍·세미나는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효과적인 업무 수행 등을 위한 집중 논의 목적이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만, 워크숍 프로그램 중 직원 간 친목 도모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접대도 사용자의 지시나 최소한 승인이 있는 경우에 한해 근로시간으로 인정이 가능하다.

또한 회식은 사용자가 참석을 강제하는 언행을 했더라도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한국 기업의 조직 문화 특성상 상사의 회식 참여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실정으로 근로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에 명시되지 않은 사례도 근로시간 판단 기준이 모호해 근로자가 일부 문구를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또 향후 논란 지점은 노사 간 합의로 해결해야 하므로 근로자와 사용자 간 갈등이 유발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제24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노동시장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업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신규 채용을 하기보다는 기존 직원의 1인당 생산성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사람인이 기업 559개사를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 영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은 '인건비 상승(51.1%, 복수응답)'을 가장 큰 영향으로 꼽았다. 또한 응답 기업 중 29.3%만이 '신규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으며,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도 21.6%나 됐다.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신규 구인이 줄어들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5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노동부 워크넷의 신규 구인인원은 전년 동월 대비 3만4000명이 감소했다. 구직의 어려운 정도를 보여주는 구인배수는 0.64로 구직 어려움이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간 단축이 시범운용 없이 내달 1일부터 바로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근로시간 판단 기준과 노동시간 단축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매뉴얼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하루빨리 직무별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산업 현장의 혼란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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