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자기존중감+효능감' 새 부산 민주당이 만든 박재범 구청장

패배주의와 타성 극복하고 신인 발굴 띄우기…청와대 효과까지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06.15 14:52:19

[프라임경제] 이번에 부산에 밀어닥친 파란 물결은 부산광역시장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들 대부분까지도 석권하는 현상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부산에서 이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 일은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래 없었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 당선자. ⓒ 프라임경제

그런 와중에도 이제 곧 임기를 시작할 새 구청장 중 단연 눈에 띄는 이가 있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 당선자. 단순히 고졸이라서가 아니다.

물론 그는 부경대학교 기계조선융합공학과에 적을 두고 있는 현직 학생이다. 정치권 입문 이래 그를 늘 괴롭혀 온 학벌 문제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얄팍한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장점은 구의원에서 바로 구청장으로 '직상장' 할 수 있었던 당 내부 공천 과정과 본선 대결(지방선거) 경쟁력이 두루 확인된 점에 있다.

감만1동 청년회장과 감만1동 청소년 지도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생활정치를 튼튼히 해온 그가 제도정치에 몸담겠다고 문을 두드린 이래 당 내외에서는 그를 눈여겨 봤다. 용당동, 감만1동 및 2동 그리고 우암동 등 남구에서도 쉽지 않은 구역만 묶여있는 선거구에서 구의원에 도전, 당선돼 그 믿음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후 각종 현안을 잘 연구하고 발로 뛰면서 2018년 지방선거에는 그를 시의원 정도 공천해도 무난하다는 선에서 아예 건너뛰고 격전지를 총괄할 구청장 선거 후보 일꾼으로 세우자는 의견이 당 일각에서 대두됐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심리를 분석할 때 자기존중감과 자아효능감의 중요성과 그 조화를 말하는데, 자기존중감은 나는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의식하는 개념이라면 자아효능감은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분석하는 속칭 '스펙' 같은 개념이라 결이 다르다.

자존감이 높고 효능감 낮은 놀면서도 기고만장인 인물이 있을 수도 있다. 또 일은 잘한다고 자타공인하지만 머슴 콤플렉스가 있거나 외부 평가가 지나치게 짜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위치나 주변에서 평가하는 위상이 낮을 수도 있다.

이번에 부산 민주당 내부에서 치열한 논의 끝에 그에게 공천을 신청하도록 독려하고, 지역 정가에서 활동한 절대기간의 길이나 학벌 등 문제로 그가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끝내 '경선'으로 내부 경쟁도 치러볼 수 있도록 한점은 의미심장하다.

박재범이라는 개인이 경찰 간부나 교수 등 유력한 후보들과 부딪히고 이기며 얻은 교훈도 적지 않았지만, 매번 자유한국당 부산 조직에 깨져온 민주당 부산당 및 그 산하조직들이 얻은 바가 더 크다. 스스로 어떤 인물을 세우고 어떻게 내부 경선을 공정하게 해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전략을 짜면 열세 지역에서 당당히 구청장을 낼 수 있다고 해법을 체득하는 것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연설 단상에 오른 박재범 당시 구의원. ⓒ 부산 남구의회

타성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쏘아올린 신인 후보는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 열심히 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그리고 천운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주효한 결과로 만들어진 평화 기류에 파란 물결이 전국 곳곳을 접수하기 시작했고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험지 부산 남구'에 드디어 민주당 구청장, 그것도 구의원 출신의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젊은 피가 앉게 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