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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치경찰법 만들 힘 있는데 굳이 공 넘기는 靑

비겁하다고 비판할 수는 없으나…'고르디우스 매듭 풀기' 왜 망설일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6.15 17:31:43

[프라임경제] "민주화 운동을 하다 구속된 적도 있고 하니 권력기관에 부정적일 것으로 지레짐작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검찰과 경찰 등 일명 수사권 조정과 연관된 기구의 수장들을 불러모은 15일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물론 검찰이나 경찰, 더 나아가 국가정보원의 제 자리 찾기 운동을 벌이는 문 대통령의 선의에 대해 기본적으로 모두 백안시하고 싶지는 않다. 일례로, 국정원만 해도 국내 정치 공작에 앞장서던 음습한 과거와 단절하고 나니, 해외 업무에 돌릴 인력과 조직 인프라가 여유가 생겼다는 소리가 들린다. 

특히 북한 관련 업무를 국제적 감각을 감안해 충실히 처리하면서, 이 장점이 마침 조성된 대북 접촉, 대미 조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잘 국익을 위해 발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다른 나라가 글로벌 안보 문제를 외교 당국에만 맡기지 않고 스파이 기구에서 처리하도록 맡기는 요새 트렌드에 우리 기관도 당당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몫을 하고 있으니 효과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여기 문제가 있다. 검찰과 경찰을 결코 미워하지 않는다라는 게 청와대 최고위층의 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여기에 의문을 일부 제기하는 입장이 여전히 존재한다. 왜일까? 그간 수사권을 총괄해 온 검찰의 힘을 빼서 다른 기관이 더 큰 힘을 지닌 기관으로 부각될 때 후자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사법경찰은 무장을 하고, 수사를 할 힘을 가지며 각종 잘못을 계도, 단속하는 행정경찰도 이들과 한 데 혼재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국가조직으로 단일화돼 경찰청장 1인 지휘 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잘못하면 검찰 힘 빼려다 경찰 15만명이 모두 지금의 검사처럼 승격돼 움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찬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경찰의 권력 비대화에 대한 견제 문제도 짚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경찰 측에 제한을 가하는 의견을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 자치경찰제를 함께 추진하라는 뜻을 경찰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자치경찰제는 법이 마련돼야 하는 것인만큼 자치경찰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는 국회의 선택을 존중하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기자는 "정부가 스스로 입법을 할 수도 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도 협의하면 바로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왜 굳이 국회 선택에 맡긴다고 하는가? 그런 방식의 즉각적인 자치경찰제 시행 의지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기자에게 돌아온 답은 "없었다"는 짧은 문장 하나였다. 

이렇게 되면, 경찰의 힘도 당연히 줄이겠다는 점을 유기적이고 입체적으로 고려한 게 아니고 검찰 힘을 빼는 단일화 이슈만으로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조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풀 수가 없다.

기자가 과문한 탓일까? 이런 식으로 조정을 하는 건 '경찰국가'로 갈 수도 있다. 독재나 권위주의 정권도 아닌데, 경찰을 그렇게 띄워주는 안이 왜 '촛불 정부'에서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후속 조치와 최종적 결론은 분명 잘 나올 것이라 믿는다. 유기적이고 총괄적인 관점에서 고르디우스 매듭 끊듯 양자간 힘의 균형과 견제를 일거에 칼질해 주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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