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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게임이론'으로 보는 트럼프, 文 '운전자론' 갈 길은?

 

임혜현·홍수지 기자 | tea@·ewha1sue@newsprime.co.kr | 2018.06.18 10:07:12

[프라임경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한·미 연합훈련 이슈가 다시금 거론됐다. 그것도 싱가포르 회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성공적 대화를 한 뒤 전격적으로 중단 발언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 내놓은 재개 가능성 발언이다.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번복 발언을 내놓은 점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우리가 앞으로 한반도 유사시 상황을 상정해 군사 훈련을 합동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평화 정착을 위해 사실상 영구적 폐기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놨던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훈련 중단을 제안한 것은 나"라면서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 즉각 이를 재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이슈가 다시금 불씨를 피워 올리게 되면서, 군사적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역학에서 이 문제를 다시 봐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번에 거론된 문제를 풀이해 보면, 단순히 보수 일각에서 좋아할 만한 사안이라든지, 대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상당 기간 제어해야 할 우리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기조,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시험'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가능하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점을 보면, 그는 종래 보여온 사업가적 기질에서 한반도 문제 역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선의의 신뢰를 갖고 진행하는 교섭에 나쁘기 때문"이라고 지난 번 급격한 훈련 중단 발언의 이유를 대고 있다.

즉 미국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데 회의감을 가진 미국 군대의 총사령관으로서의 입장도 있으나, 이면에는 경제적 효용을 저울질하는 모습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

이는 그가 국제정치적 동맹국들에 대해 가혹하리만치 경제적 실리 싸움에서 몰아세워 온 모습과도 겹친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무역 분쟁에서 양보와 배려를 거의 해 주지 않은 바 있고, 일본과 우리에 대해서도 각종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도 무기를 거액 규모로 팔기 위해 몰아세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북미 지역에서도 캐나다와 멕시코를 선린 관계를 위해 배려해야 할 대상이 아닌, 철저히 남으로 대하는 모습이 관측돼 여러모로 지나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한반도 관련 정책 진행을 "북한과 비핵화 '딜'이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아시아 전체에서 이를 환영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심리가 대단히 실리 위주임을 알 수 있다. 나쁘게 말하면, 백년대계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에게 위험할 수도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필요 이상으로 양보했다는 비판에 시달리면 언제든 군사적으로 큰 규모의 훈련을 한국군과 함께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번에 드러냈다. 결국 현대 경제학에서 응용하고 있는 '게임이론'을 철저히 신봉하는 게 백악관의 속내라는 이야기다.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미치는 상호의존적 혹은 전략적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는 게임 이론은 경제적 이슈를 푸는 데 상당히 유용하다는 평을 듣는다. 비교적 근래 등장한 이론으로, 이론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의사결정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문제, 평양의 숙제가 생긴다. 청와대는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우리 한국의 안위 문제 뿐만 아니라 민족의 대업 즉 평화통일 가능성을 바탕에 깔고 본다.

그런 의사결정자들의 선호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데, 미국에서는 굳이 이를 경제적 합리성으로만 보려 한다. 아마도 일종의 선입견으로 들이댔을 것으로 보이나, 의도적으로 간과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후자의 경우, 한반도 운전자론을 집행하려는 청와대의 마음 고생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또 북한이 비합리적인 진행, 회의를 엎어버릴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전횡을 막아줄 것으로 당장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외교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싶은 김정은 체제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간 다져온 평양과 우리의 상호 의사 추측 능력이 빛을 발할 필요가 높다.

당장 핫라인으로 어떤 대화를 하고, 작당을 해서 공동 보조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이 대미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설프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서울을 도외시하거나, 의도적으로 '통미봉남'을 하려는 등 구도가 진행되지 않고, 우리 역시 적절한 묘수를 찾아 '사업가 트럼프'를 견제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한반도 운전자론은 대외적 어필 가능성은 고사하고, 한반도 내에서도 가치 인정을 못 받는 찬밥 신세가 된다. 황금비 발견과 집행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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