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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비리 들여다보니…청탁에 성차별까지 '가관'

부산은행 '최다' 오명…'복마전' 속 노골적 성차별도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6.18 11:07:05
[프라임경제] 검찰 수사로 시중은행 채용비리의 고질적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청탁 대상자 명부 관리는 물론, 청탁이 없었는데도 상급자의 자녀로 착각해 점수를 조작하는가 하면 아예 처음부터 남성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못 박은 곳도 있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지난 17일 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광주은행 등 전국 6대 시중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해 8개월간 수사 끝에 12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총 3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이 성세환(65) 전 회장 등 10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대구은행 8명 △하나은행 6명 △우리은행 6명 △국민은행 4명 △광주은행 4명 등이다.

검찰 수사관들이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시중은행에서 압수수색을 마친뒤 압수품 상자를 들고 나서고 있다. ⓒ 뉴스1



채용비리 건수는 총 695건이었다. 이 중 외부인의 청탁에 따른 채용비리는 총 367건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했고, 성차별 채용이 225건으로 32%나 해당됐다. 임직원의 자녀를 채용하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는 등 임직원 관계 비리가 53건, 학력에 따라 점수를 차등 조절한 학력 차별 건은 19건으로 밝혀졌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68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이 239건, 우리은행이 37건 순이었다. 

해당 은행들은 외부 청탁이나 추천이 있는 경우 따로 청탁 명부를 작성해 채용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탁은 은행장이나 임직원을 통한 정관계 인사뿐만 아니라 지점장 등이 추천한 주요 거래처 자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졌다. 

대부분의 은행이 서류와 필기, 면접 과정에서 횟수와 상관없이 중복적으로 점수를 조작해 불합격 대상자를 합격시켰다. 

채용 과정에서 성별을 따지거나 학벌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나은행은 2013~2016년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정해놓고 성별에 따라 별도의 합격선을 적용하기도 했다. 

또 청탁 대상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공고 당시 없었던 '해외대학 출신' 전형을 별도로 신설해 하위권 지원자 2명을 합격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당시 여성합격자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올리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춰 당락을 바꿨다.

하나은행은 실무 면접에서 합격권에 든 특정학교 출신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명문대 출신을 합격시켰다. 광주은행도 마찬가지다.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 면접에서 탈락한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임원의 자녀인 줄 알고 엉뚱한 사람을 채용시키려 한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은행 채용팀장 A씨는 부행장의 부탁이 없었음에도 점수를 조작해 부행장의 아들을 채용시키려 했다. 그러나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 여성 지원자를 부행장 아들로 착각, 논술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가 뒤늦게 알고 면접 단계에서 탈락시켰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5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채용 총괄 임원의 딸이 자기소개서에 부친이 해당 은행에 근무 중임을 기재했다. 당시 인사담당자는 자기소개서 점수에 만점을 부여했고, 해당 임원은 2차 면접에 직접 참여, 자신의 딸에게 최고 점수를 주며 최종 합격시켰다.

부산은행은 시·도(道) 금고 유치를 위해 경남발전연구원장의 자녀를 부정 채용했다. 1조4000억원 상당의 경상남도 도금고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딸에 대해 채용 청탁을 하자 단계별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점수 조작에도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합격 인원을 늘리고 계획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해 합격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부산시금고 재지정을 앞두고 부산시 세정담당관의 아들의 채용 청탁을 받아 재유치에 대한 대가로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현재 검찰은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의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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