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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미국 간 안철수, 백전노장 구본항 어찌 보려고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06.18 12:02:19

[프라임경제] 지난달 하순, 바른미래당 대구광역시당.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정식이 대구지역당사에서 열린 자리라 많은 각급 후보와 지지자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들었습니다. 하지만 활기차면서도 불안감이 짙게 드리운 분위기였던 것이 외부인에게도 감지될 정도였는데요.

바미당은 일명 안철수 라인과 호남 계열, 유승민 전 공동대표(지선 이후 퇴진 선언)로 대변되는 개혁보수 등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정체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여기에 지선이 가까워오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반도 평화 기조를 핵심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고, 보수 결집을 외치는 자유한국당 틈바구니에서 중도로서 살 길이 마땅찮다는 위기감이 높아졌죠.

ⓒ 프라임경제

특히나, 지역이 '유승민=박근혜 등에 칼 꽂은 배신자'라는 정서가 강한 대구인 점이 겹치니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출마의 변을 각자 짧게 말하는 순번에 한 백전노장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구본항 당시 대구 북구청장 후보. 하얗게 센 머리의 그는 같은 당 여러 후보들의 위기감을 준열하게 다잡았습니다. 그는 "지금 선거가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언제 선거가 쉬운 적이 있었습니까? 저는 한 번도 쉬운 선거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특정 정당에서 독식하는 걸 깨보고자 여태 그렇게 여러 선거를 치러 왔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구도를) 꼭 깨야 합니다"라고 열정적으로 제언해, 동료 당원과 후보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는 영남대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고, 대구시의회에서 시의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 누구보다 대구 상황에 환한 '지역통'입니다. 누구보다도 상황을 잘 알고 그러기에 도망가고 싶을 텐데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방선거는 민주당 승리, 자한당 대거 위축(극히 일부 지역 선전) 등 양당 구도로 끝났는데요. 정의당이 제3당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다른 정당의 패배와 침몰도 심각했습니다. 그 와중에 정진영 변호사가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번에 안 전 서울시장 후보(전 대표)가 미국에 딸 졸업식 축하를 하러 간다며 떠난 것을 "어디 패장이 자기 식구들을 두고 외국을 가느냐?"고 따진 것이죠.

장 변호사의 지적 중에서 "당에서 조금만 잘 했어도 당선됐을, 혹은 비용보전이라도 받았을 이들이 대거 낙선했다"며 애통해 하는 장면이 안타까웠고, 그 와중에 저 출정식날의 인상깊은 장면도 오버랩됐습니다.

"우리가 언제는 쉽게 선거 한 적 있었느냐?"며 열렬한 대구의 초여름 더위, 그리고 더 뜨겁고 숨막히는 '박근혜 옹위, 바미당 결사 반대'의 기류 속에서도 빗발을 들고 뛰던 후보들에게 안 전 후보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과연 미국에서 돌아와 저들을 어찌 볼 수 있을지,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인들 그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컴퓨터만 만져온 그라서 그렇다고 보기에도 난감한 일입니다. "정치랑 안 맞는다. 그만 본업으로 돌아가라"는 유인태 전 의원의 조언이 나온 게 새삼스럽습니다.

정계 은퇴 전에 '구본항 차담' 한 번은 꼭 시도해서, 왜 중도보수 정당과 자신이 합쳐서 피해를 여럿에게 '본의 아니게' 주었는지, 혹은 그 이면의 서로 인간적 소회를 찻잔과 함께 나누는 예의는 갖추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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