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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시행 코 앞…아웃소싱 업계는 '아직'

고용노동부, 6개월 시정기간 부여…한시름 놨지만 대응책 절실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6.21 15:08:24
[프라임경제] "시행해야 감이 올 것 같아요.", "사용사의 결정에 따라야죠.", "오히려 아웃소싱 업계엔 순풍이 불지 않을까요?" 근로시간 단축을 앞둔 아웃소싱 업계의 반응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워라밸'을 이룰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당장 다음 달 1일로 다가 온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대한 아웃소싱 업계의 준비는 다소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혼란 최소화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최대 6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한다고 발표하면서 '발등의 불'은 꺼졌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만연해 있던 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 준비기간이 부족했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지도‧감독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근로감독이나 진정 등 처리 과정에서 노동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교대제 개편', '인력 충원' 등 원인 해소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면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3개월+필요시 3개월 추가)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계도기간을 6개월로 설정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한지 이틀 만에 정부에서 화답한 것. 정부는 "비단 경총뿐만 아니라 업종, 지역별 간담회와 다수의 설명회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왔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사용기업 정책 미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결정은 비단 아웃소싱 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조차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어 정책 시행 이후 사측과 근로자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속 합리적 선택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아웃소싱 업계의 준비 부족을 막연히 비판할 수 없다. 남창우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사무총장은 업계의 준비 미흡 원인에 대해 "사용기업에서도 시행 이후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라며 "'을'의 입장인 아웃소싱 기업이 사용기업 정책 결정 이전에 혼자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도급업체는 근로자의 관리 책임을 지는 만큼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영향이 크다"라며 "그럼에도 파견, 도급 업체는 사용사의 정책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수동적 입장"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고용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사용사의 명확한 정책 결정 전까지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7월1일 '300인 이상'에 한해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는 단서 조항에 주목했다. 그는 "대형 규모는 차치하더라도 법인을 300인 미만으로 쪼갤 수 있는 사업장은 적용 시기를 늦추기 위해 법인을 쪼개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는 비단 아웃소싱 업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전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회피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우려했다.

법인을 300인 이하로 쪼갬으로써 7월 1일 시행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주당 근로시간 단축 기조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긴 힘든 만큼 미봉책 수준일 수밖에 없다. 6개월 유예기간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미봉책을 사용하는 대신 업계의 추이를 보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사용기업의 정책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아웃소싱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고 단서를 달고, "다행히 유예기간 내 사용기업이 정책을 완성하면 6개월 내에 아웃소싱 업계도 대책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규모별 법정노동시간 단축 시행일. ⓒ고용노동부



당장 책임을 떠 앉을 위기는 모면했지만 여전히 개정 근로기준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근로자의 지휘‧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도급업체에서는 근로시간 52시간 준수는 물론 52시간 준수 시 발생하는 업무공백에 대한 대응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도급업체에 돌아간다. 막연히 사용업체 눈치만 살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더불어 업무 처리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진 상황을 사용기업과 활발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도급업체가 사용업체로부터 68시간 근로 기준으로 100명의 근로자가 필요한 일을 수주했다고 가정하자. 최대 근로시간 52시간을 적용할 경우 일의 완성을 위해서는 약 30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고, 인력을 충원하지 않을 경우 약 24%의 업무를 완성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추가 인력 충원 비용에 대한 인정 여부가 향후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남 사무총장은 "시행 이전에 함부로 속단하긴 이르다"는 단서를 달고 "법이 시행되고 시간이 지나면 사용기업과 협의를 거쳐 초과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러나 만약 사용업체가 기존 계약을 들먹이며, 도급업체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전가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급업체에 돌아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뚜껑 열어봐야 안다"…업계 순풍 기대하기도

업계 일각에서는 52시간 근로 단축이 아웃소싱 업계에 '순풍'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인력 추가 고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에서아웃소싱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아웃소싱을 고려하고 있다는 대답이 10%를 넘기도 했다.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본 설문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나타났고, 31.2%는 가동률 저하로 생산 차질과 납기 준수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엔 △신규인력 충원(25.3%) △별다른 대책 없이 생산량 축소 감수(20.9%) △공정 자동화 등 생산설비 투자(16.9%) △기존 근로자 생산성 향상 도모(13.8%) △용역·아웃소싱 등 사업 외주화(10.2%) △기업분할을 통한 적용 시기 추가 유예(8.4%) 등이라고 답했다.

아웃소싱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10%에 달한다는 설문 결과는 업계의 기대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생산량 축소 감수 △기존 근로자 생산성 향상 도모 △기업분할을 통한 적용 시기 추가 유예라고 답한 43% 중 일부 역시 향후 아웃소싱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만큼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주5일근무제 시행 당시를 돌이켜 아웃소싱 업계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이 실린다. 한 관계자는 "돌이켜보면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주5일제가 안착하는 데 아웃소싱이 큰 역할을 했다"며 "당시처럼 이번에도 아웃소싱 업계를 찾는 움직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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