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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의회주의 ①] 의회 내부 논의 외면…청와대만 보는 사회

적폐 논쟁에 묻어가는 여권, 오히려 그 단맛에만 취해 오만한 정치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6.25 13:35:39

[프라임경제] "사적 친분이 없지만 뜻이 같으면 동지(同志)다.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친분이 아니라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친소관계가 아니라 뜻을 함께 하는 동지가 되어야 한다"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김부선 논란' 성명서에서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와 야를 떠난 국정 협의, 심지어 같은 당 안에서도 동지를 찾기가 어려운 시대다. 공론화의 장, 의회의 몫은 어디에 있나? 

이번 지방선거 그리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철저히 여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회 구성 역시 여당에 유리하게 재조정됐다. 지방선거(광역단체장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현역이 대거 출마하면서 원내 의석 수 분포는 범여권(143석: 민주당에 평화-정의 공동교섭단체) 대 범야권(145석)으로 아슬아슬하게 양분돼 왔다.

13일 선거 통지표는 철저히 민주당 우세로 나타났으며, 자유한국당은 새롭게 1석을 얻었음에도 '이부망천 논란'으로 탈당자가 발생하면서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됐다.

문제는 바로 이 대목에서 시작된다. 자리를 보태도 확고히 국회 내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되고, 단순히 일을 몰아 붙일 수 있느냐의 '숫자 싸움 이상의 난제'를 우리 정치가 지금 받아들게 됐기 때문이다.

동지 찾는 데 노력 인색한 민주당…추미애만 문제라서?

민주당은 일처리가 목마르다. 일단 대졸 청년의 실업 상황이 너무 나쁘다. 자영업자들은 최저 임금 조정을 경솔히 몰아붙였다며 아우성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안건 하나로 밀어붙이기에는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다는 것. '문빠'들이 적극적으로 여론 공세를 지원하는 것도 '드루킹 특검 추진' 등 새 국면으로 여론 지형이 다소 바뀌어 시선이 따갑다.

이런 터에 형사소송 및 수사권 기본틀을 혁신하는 문제에 문재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내년도 예산 전쟁을 확실히 다잡아야 할 필요성도 이미 불경기 논란이 많아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대폭 늘려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기금의 총지출 요구 규모는 458조1000억원(5월 말 기준)이다.

그런데 재·보선으로 의석을 보태도 '일사천리 민주당 독재'가 되지는 않는다. 의석 분포상 야권을 완전히 무시하고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리멸렬 상황에 내몰렸으나 자한당이나 바른미래당 등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겹친다. 일명 하반기 원구성 때문. 여당 그리고 각 야당 사이의 셈법이 다른데, 당장 미뤄둔 국회의장, 부의장 선거에서도 야권이 각자 필요에 따라 여권을 괴롭히며 동상이몽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문희상 의원을 일찌감치 의장 후보로 선출했지만 야당들이 내부적으로 단결하면 1당이 의장을 맡는 관례가 깨질 수도 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우군을 동원하는 것. 그렇다고 이합집산을 정치공학적으로 할 것은 아니고, 정책적으로 유사한 집단이나 개인을 모아 세를 불리는 양상을 공동의 적에게 보일 필요가 크다. 전체 판 흐름을 장기간 조정할 수는 없어도 판세에 변화를 준다는 나팔 신호로 기세를 꺾을 수는 있다.

자유한국당의 의원 총회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 중인 모습. ⓒ 뉴스1

자한당은 내분이 심각하다. 21일 당 의원총회에 이어 여러 논의 끝에 결국 3선의 안상수 의원(당 대표를 지낸 검사 출신 안상수 창원시장과 동명이인)을 지휘권자로 일단 내세우는 태세다. 하지만 '친박 대 비박' 논쟁이 아직 완전히 진화된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미당 역시 지방선거 등의 대패로 '호남당과 신보수의 어설픈 동거'를 깰 필요가 높다. 전략가인 이준석씨는 자기 정당의 문제점에 대해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갈라서든 한쪽이 압도하든 해야 한다"며 전당대회를 통한 노선 명확화와 헤게모니 정리를 역설했다.

민주당이 일단 아군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제대로 그 효과가 먹힐 수 있는 구도인 셈이다. 민주당이 보수 야권의 재편 흐름을 관찰하면서 무소속 등 일부 의원을 전략적으로 영입하며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평화당과의 연정이나 합당 가능성 등은 어설픈 대응으로 단기 과제로는 어려워졌고, 가까워야 중기 과제로 넘어갔다는 한탄이 당 내외에서 나온다. 추미애 대표가 평화당 측의 협력 제스처를 오히려 거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

상대방 적폐로만 보는 민주당 내부 도그마에 부글부글

추 대표는 "개별 정당이나 개개인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까지 발언, 지나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는 과거 각종 정치현안(개헌안 좌초)에서 각을 세운 여러 정파들에 대해 원천적 사과를 구하는 강경 선언이라는 풀이가 따른다. 보기에 따라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 여당의 일처리에 대해 다른 정당은 불만이 있어도 아예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오만(한 평화당 원로 당원)"으로까지 여겨질 수 있는 위험 발언이다.

이런 터에 민주당이 일처리를 잘 한 것도 사실 없다. 매번 야권 특히 자한당 핑계를 대며 청와대의 높은 인기와 단독 드리블에 뒤따르기만 한 게 사실이고, 실제로 그 역할조차 제대로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선거 후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도로 이번 선거를 치렀다는 말은 지나치다는 식의 메시지를 냈을 정도로 민주당의 존재감은 대승에 비해 오히려 초라했다.

의사당 안에서 제대로 일을 해 존재감을 발현하지 못한 이 구도는 여러 정당의 여러 병폐가 합쳐진 것이나, 우선 추미애 체제가 매번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적폐식 시선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부선 논란'에 대해 쓸 데 없는 데 신경쓴다는 비난을 할 수 있는 대범함, '드루킹은 파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가 홍준표 당시 자한당 대표에게 그럼 "파리가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는 것이냐?"라고 말꼬리를 잡히는 미숙함이 민주당 전체에 만연해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방사선 폐기장 부지 선정부터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드 배치, 과도한 소득불평등으로 인한 계층 간 갈등 등에 제대로 목소리를 못 내온 국회에 대한(비단 20대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MB 시절인 18대 이래 국회의 누적된 일이긴 하나)에 대한 염증 호소가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산입 범위를 두고 노동계와 기업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다양한 사회갈등 사례를 경험하고 있는데, 이때 국회가 여론 총화와 조율을 다하는 '의회주의'를 빨리 보여주지 못하면 앞으로 한국 정치는 '문재인주의'로만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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