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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의 대화리폼] (9) 생각 대신 사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topia@willtopia.co.kr | 2018.07.02 11:05:19

Before 

요즘 무슨 문제 있어요? 일이 많이 느슨해진 것 같아요. 계속 출근도 늦고 업무량도 예전 같지 않아요. 오늘은 아침발표 때 준비도 많이 미흡해 보이더라고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게다가 내가 많이 바쁜 거 알면서 자꾸 똑같은 질문을 해서 내가 다른 일을 하나도 못해요. 경력도 많고 연차가 길어서 내가 제일 믿었는데 요즘 왜 이래요? 알아서 잘 해줄 거라 믿을게요. 좀 잘하세요. 


After

요즘 어때요? 최근 업무가 어떤지 말해주고 싶어요. 입사 5년 차라 팀에 선배인 데다 작년 6개월 동안 상위순위를 유지해주었잖아요. 그런데 최근 두 달 동안 ○○정도의 결과에 멈춰있어요. 마케팅 전화도 3개월 전에는 평균 30통 정도 했는데 요즘 기록을 보면 10통 미만이더라고요. 또 이번 주는 3번 늦게 출근했었지요. 말하기 미안하지만, 오늘 아침발표는 제 관점에서는 준비가 안 된 느낌이었어요. 필요한 자료를 말할 때 더듬거렸고, 내용 순서도 초반에 뒤바뀌었습니다. 상황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하면요. 게시판에 이미 공지한 내용을 금주에 제게 세 번 반복해서 물었어요. 거기에 대응하느라 제가 상위에 제출해야 할 보고서 작성이 늦어졌어요. 물론 부서장회의 때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지적을 받았지요. ○○님의 업무 컨디션이 제게 아주 큰 영향을 줘요. 이 상황을 들으니까 어때요? 이런 영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프라임경제]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담당 선생님이 "아이가 좀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제일 무섭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하는지, 수업시간에 조는지, 옆 사람을 때리는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다루지 않으면 부모는 많이 불안하다.

구체적인 사실을 다루면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데 막연한 생각을 다루면 서로 갑론을박 논쟁하게 된다. 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관점과 입장이 서로 다르다. 그래서 생각 대신 사실을 말해야 한다. 왜 이렇게 덤벙거리느냐고 싸잡아 말하지 말고, 이번 기획서에 오타가 5개 있었다고 사실을 알려야 한다. 게으른 네가 문제가 아니라 오늘 아침 너의 게으름이 문제인 것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모름지기 스스로 모르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직면하도록 상황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스타킹 올이 나갔는데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고, 바지 앞 자크가 열렸는데 모두 모른 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현재 상황이 어떤지, 그것으로 인해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려야 한다.

다만 제대로 알리자. 최대한 실제로 일어난 사실을 말하자. 정 안되면 최소한 내가 보는 생각과 관점임을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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