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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DJ 의회주의 상속자? 천정배 vs 추미애 대결

개혁입법 둘러싼 연대 제안 놓고 반대편 논리로 각 세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02 13:36:18

[프라임경제] 김영상, 김대중 그리고 김종필. '3김'으로 일컬어지던 이들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등 두 전직 대통령 별세에 이어 이번에 JP마저 서거하면서 물리적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3김 시대의 영향력마저 완전히 끝났는지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적어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씨앗은 지금 오히려 활발히 싹을 틔우고 거목으로 자라날 태세를 완전히 마쳤다고 할 수 있다.

한화갑, 이훈평 등 원로는 물론, 그 아래 세대에서도 DJ의 발굴과 영향력에서 정치를 시작하고 이후에도 그를 사숙하면서 한국 정치판을 발전시키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원로 아래의 거물급 DJ키즈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인물은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화두는 '개혁입법연대'다,

'나름 고집' 공통점 가진 두 거물, 차이점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스1

추 대표는 긴 의정 활동으로 이미 '여성 정치인'의 카테고리를 떼고 확고히 역량있는 인사, 한국 정치의 명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한양대 법대를 나와 판사 생활을 하던 중에 DJ의 설득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기준으로는 특이하게도 여성 인재인 데다, 영남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고 실제로 그 기대감 이상을 충족시켰다는 평.

추 의원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을 장악하는 능력이라는 풀이가 적지 않다. 실제로 당을 이끄는 대표까지 올라갈 수 있었고, 잠시지만 다음 자리로 서울특별시장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당 내외에서 부각된 적도 있다. 술자리 Y담 등 다소 거북할 수 있는 여의도 정치의 병리적 부분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고, 때로는 그런 요소를 더 잘 하고 문제점을 당 구심력이나 자기 지지 세력을 연계하는 장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는 평.

다만 유일한 단점이나 한계라면 이번에 당을 이끌면서 부각된 고집스러운 모습이나 '말본새' 정도의 작은 점이다.

드루킹 사건을 '파리'에 비유하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바로 말꼬리를 잡혀 "그럼 문재인은 파리가 만들어준 대통령이냐?"고 역공당한 일이 뼈저리다.

이어서 6.13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여배우 스캔들'이 터지자 젊은 민주당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을 막고자 노력하다 역풍을 맞기도 했다. 엄호 차원에서 "젊은이들이 요새 이상한 데 관심을 갖는다"고 했지만 정의로운 정치, 사회 시스템을 특히 열망하는 '88만원 세대'들의 공분을 오히려 불지피는 상황이 연출됐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 뉴스1

한편 천 의원은 서울대를 졸업, 사법시험에 붙었으나 군사 정권이 주는 임명장을 받을 수 없다는 대단히 지엽말단적인(?) 이유로 판사나 검사 임용을 거절하고 변호사 개업을 바로 한 인물. 안산에서 로펌 해마루를 오래 일궜고, 정치 탯자리로 안산으로 잡았었다.
정치 저변 확대를 위해 서울권 출마를 한 바 있으며 광주 서구 을로 이동해 금배지를 다시 달았다. 지역구 현안에 상당히 빠르게 적응했다는 평.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가치와 인물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협력했던 정치인 중 하나로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돼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던 노 전 대통령에게 반발, 단식 투쟁을 하기도 한 고집스러운 면모가 있다.   

누가 DJ 정치 아이디어 계승자냐 대결 남아

두 인물의 이번 대결은 그런 점에서 크다는 것.'DJ식 정치'의 중요한 맥락인 '의회주의'에서 결정판이 바로 협치와 정책적 협력의 거국적 의사소통인데, 이는 단순한 합종연횡이나 개별 정치 사안에서의 표 몰아주기, 혹은 특정 정당을 배척하기 위한 연대 등을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개념이다.

특히 의원내각제를 하는 국가 중에서도 일본의 경우만 해도 그때그때 계파간 혹은 정당간 이합집산을 하는 데 익숙해진 정도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온다. 자민당 장기 통치를 오래 해 왔고 그 패턴이 중간에 깨진 바도 있으나 그만큼 정책적 연대 등 고급 기술을 써 볼 기회나 핵심 맥락을 제시하는 중핵 역할의 정치인이 많이 부각되지 않았었다는 것.

2017년 연초 한 행사에서 만난 천정배-추미애 두 인물. ⓒ 뉴스1

우리 국회가 20대 하반기 원구성 논의를 해야 하는 시점에 개혁입법연대라는 틀을 천 읜원이 들고 나선 점을 그 자체로 호평거리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그런 입법 작업에서의 진보가치를 공유하는 정당, 정치인들을 엮어내는 작업이 의미가 있고, 천 의원 같은 중요한 인물들이 설득력 있게 제안한다 해도, 반드시 조기에 성사될 것이냐는 점이다. 즉, 여당으로서 국회 내 위상이 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약진해 주요 지역을 쥐락펴락한다는 자부심도 강렬한 민주당에서 이 제안을 받을 것이냐는 문제다.

그 차단 논리의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현직 당대표인 추미애'라는 점이 천 의원의 골칫거리인 셈이다.       

다만, 추 대표가 나름대로 민주당에 남아 그간 노력해 온 점, 그리고 국민의 정부를 이은 참여정부 그리고 10년 가까운 세월 공뱍 끝에 다시 이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성공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려는 점과 천 의원의 가치관이 충돌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말실수 연발 추 대표가 초심을 잃고 DJ 정치의 본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식으로 일괄적으로 폄하하는 것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명제로 요약된다. 

단순히 추 대표가 조만간 실시될 전당대회 이후 퇴장한다 해도, 두 인물의 비중상 다시 이 문제 혹은 그 이상의 의회주의 발전 과제들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라도 천 의원으로서는 홍영표 민주당 원대대표 등 잠재적 찬성론자들과 많이 교감하는 외에도, 꼭 추 대표의 '항복'을 받아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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